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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끝장을 보다.


성모병원 응급실. 육교에서 구른 엄마가 골절로 119를 타고 들어오셨다. 감기가 안 나아서 입원 중이던 삼촌과 오누이 병원상봉. 이게 서막. 1년 뒤 크리스마스 전날. 폐암으로 8개월 동안 투병하시던 삼촌이 돌아가셨다. 요양원과 병원을 왕복하시던 엄마께는 남동생이 병환중인 것도 비밀, 돌아가신 것은 더더욱 비밀임에도 동기감응인지 엄마는 곡기를 끊으셨다. 발인 날 엄마도 중환자실 입원. 삼촌은 영화 <엔딩노트>처럼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일반병실에서 가족과 함께 충분히 시간을 보내셨다. 호흡이 힘들어지자 스스로 호스를 뽑으셨다. 가족의 애통함은 말도 못하지만 행복한 분. 다만 금연만 하셨더라면 수를 누리셨을 텐데… 하지만 같은 병실에는 30대의 젊은 폐암 환자가 재발되어 누워있었다. 시골서 올라오신 나이든 부모님이 한숨 쉬며 간병을 하고 계셨다. 



엄마 담배 끊으면 안돼?


순악질 여사라 불리는 애연가 친구. 손 크고 화통한 성격답게 뭐든지 척척해내는 여자. 딸의 생일파티를 집에서 열어줬단다. 거실에선 초대받은 아이들이 파티를 하다말고 갑자기 티격태격 말싸움하는 소리. 이윽고 오늘의 주인공인 딸을 공격하는 남자애의 목소리.


“니네 엄마는 담배 핀다매?” 


주방에서 요리를 만들던 순악질 여사는 뜨끔했다. 딸이 뭐라 답할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데… 역시 모전여전. 


“그럼, 너희 엄마는 담배도 못 피우니?” 


전혀 예상치 못한 반격을 던진 초등학생 딸. 부모들끼리 누구네 엄마는 담배 핀다고 수군댔고. 이를 치명적 약점일거라 생각하고 공격했는데 승복은커녕 졸지에 담배도 못 피우는 무능력 엄마를 둔 자식이 되어 버린 남학생.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순악질 여사는 딸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말 잘했다고 칭찬을 했다. 조용히 듣던 딸은 눈 딱 깔고 “엄마가 진짜 담배 끊으면 안돼?” 하고 방문을 탁 닫았단다. 


흡연여자들 참 많다. 딱 끊으면 좋겠다. 하지만 피우려면 숨지 말고 당당하면 좋겠다. 시집식구, 남편 몰래, 다니는 교회 목사, 애들 담임이 알까봐 벌벌… 그건 아니다. 딸이 담배 피우다 걸려 담임한테 전화를 받은 후배. 


“저도 피우는 데예. 샘도 지금 피우시지예?” 


전화기로 연기를 내뿜는 담임의 호흡소리가 들렸던 것. 꾼들은 서로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때 담배가 정말 맛있었다. 정말 피우고 싶었다. 어디를 가면 흡연을 위한 장소부터 찾았다. 담배를 피워야 안정이 됐다"고 김혜자 선생님은 방송에서 회고했다. 따님의 기도 덕에 금연에 성공하셨다니 대단한 일. 박수 짝짝! 



꽁초 앵벌이 소녀


나는 어려서 담배꽁초를 모았던 소녀. 아버지가 피우시다 버린 것 중에서 좀 긴 장초를 모았다가 외할머니 오시면 드렸던 손녀딸. 딸집에 오면 사위 눈치 보는 장모. ‘자네 담배 한 갑 줘봐’ 한마디 못하고 꽁초만 찾아 피우시기에 내 딴에는 잘해드린다고 한 짓. 아예 새 담배를 슬쩍 했으면 좋으련만! 으이구, 미련곰탱.


경희대 한의학과를 다니던 시절, 일주일 동안 ‘금연학교’를 개근하고 수료증을 땄다. ‘한의사가 되면 환자들이 담배 끊는 것을 도와줘야지’라는 의욕에 불탔다. 강의 중에 담배 한 개비에서 나온 니코틴을 살아 있는 쥐에 주사하자, 눈앞에서 바로 죽어버리던 광경이 잊히지 않는다. 담배 한 개비가 쥐에게는 치사량이니 몸집이 큰 인간이라도 오래, 많이 피운다면 무사할리 없다. 이 얘기를 들은 서명숙 제주올레이사장은 “언니는 어쩜 그런 생각을 다 했다냐. 공익 인간으로서 싹수가 진즉부터 텄구나~.” 실은 인격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끔찍한 사실들 덕분이었다.



처절한 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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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본과 1학년, 해부학은 온갖 형태의 시험으로 학생들을 긴장시킨다. 공포의 ‘땡’ 시험. 슬라이드에 있는 각종 인체 표본을 현미경으로 몇 초만 보고 무슨 조직인지 알아맞혀야 한다. 매년 거의 빠지지 않는 문제가 바로 폐의 먼지세포(dust cell). 

폐 속에는 포도송이 같은 얇은 막의 허파 꽈리(폐포)가 5억 개 정도 있다. 여기서 직접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는데, 펼치면 면적이 테니스장 넓이만 하다. 보통 1분에 15회 숨 쉬는데, 하루 이만 번 호흡에 공기량은 약 1만 리터로 자그마치 드럼통 50개 분량. 사람은 밥과 물보다 공기를 제일 가슴 부르게 마시고 산다.

담배를 피우면 끈끈한 타르가 폐세포 속에 까만 점처럼 박히게 되는데, 이를 먼지세포라 부른다. 하루에 한 갑씩 피우면, 석탄 가루 같은 타르 진이 일 년에 1컵이나 쌓인다. 연분홍 고운 폐는 거무튀튀한 잿빛으로 변하고 딱딱하게 굳어 폐포가 공기 교환 능력을 잃는다. 

목을 간지럽히는 가래는 기관지 점막의 진물로, 염증이 되면 누렇게 변한다. ‘카악’하고 뱉는 누런 가래, 이건 균과의 전투 시체 고름.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협심증·중풍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기본. 담배는 폐암·천식·만성 폐색성 질환·기관지염·심장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며 연루된 질병은 100가지도 넘는단다.


생기와 욕망을 지켜줘


담배는 몸에서 생기를 빼앗고 염색체를 손상시킨다. 피부가 윤기를 잃고 칙칙해지며 잔주름이 늘고 상처나 화상, 심지어 비듬이나 무좀까지도 잘 낫지 않게 만든다. 흡연자는 상처 재생 능력이 떨어져 수술 때에도 지장을 받는다. 산소와 결합해야할 핏속의 헤모글로빈을 이산화탄소에게 뺏겨 버리니 온몸에 산소 배달 사고가 일어난다. 이산화탄소의 결합 능력이 산소보다 무려 200배나 높기 때문이다. 연탄가스에 만성 중독된 것과 같은 상태여서 머리가 개운하지 못하고 두통이 발생한다. 특히 뇌에 나쁜 영향을 주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에 조기 치매까지 일으킨다. 


임신한 여성의 경우, 아기에게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니 태아의 두뇌 발달은 물론 저체중에 조산할 염려까지 생기는 것이다. 실제 담배 피던 여자들이 임신과 함께 겪는 마음고생과 불안은 말도 못한다.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한다. 여성흡연은 성생활에도 별로다. 골반 내의 혈액 흐름에 지장을 주어 질 분비액이 부족해지며 성적 흥분도 약해지고 욕망 자체가 줄어든다. 또한 조기 폐경까지 오니,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몸과 집안에 찌든 냄새 중화시킨다고 방향제에 향수 칙칙! 더 골치가 아프더라.


남성 흡연자도 정액 생산량과 정자 수가 줄어들고, 올챙이 같은 정자들의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걔들도 담배 연기에 비몽사몽 취하는 것은 아닌지. 당연히 성기로 가는 혈액량도 줄어들고 혈관 벽에 니코틴이 침착해 혈관이 막히기 때문에, 충분히 발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각’이 안서니 저절로 고개 숙인 남자가 된다. 임전 태세를 갖출 때는 용맹함도 보여야 하느니, 금연으로 기백과 기쁨을 되찾으면 어찌 좋지 않으랴.



금연, 이렇게 해보자!


니코틴은 초강력 중독 물질.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니코틴은 몇 초 만에 뇌에 도달한다. 혈중 농도가 떨어지면 미친 듯 불안하고 초조해서 안달복달하게 된다. 따라서 금연의 가장 중요한 점은 혈액 속의 니코틴 농도를 낮추는 일이다. 니코틴 대신 뇌를 더 만족시킬 자기만의 ‘기쁨 프로그램’으로 덮어씌우기! 물을 충분히 마셔주고 채소나 과일 씹기로 입의 욕구를 풀어준다. 혀 운동은 뇌의 긴장을 푸는 해소법 중 으뜸이다. 무 아삭, 껌 질겅! 


● 니코틴산을 중화시켜 줄 수 있는 건포도를 꼭꼭 씹어 먹고 입을 헹군다.

● 녹차, 보리차, 생수를 많이 마셔서 수분으로 혈중 니코틴 농도를 낮춘다.

● 생과일이나 무, 당근, 고구마 등의 채소를 아삭아삭 씹어 먹어서 입의 욕구를 채워준다.

● 인스턴트 음료.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초콜릿, 사탕 등 간식은 갈증만 생길 뿐, 혈액을 탁하게 만들고 체중만 늘린다. 물병과 씹을 걸 갖고 다니길!

● 가래를 삭혀주고 기관지 점막을 회복시켜 주는 도라지, 우엉, 더덕, 은행, 살구, 배 등을 많이 먹는다. 특히 도라지와 우엉은 껍질째 생강과 함께 차로 달여 마신다.

● 달리기나 빨리 걷기, 등산 등 운동으로 깊은 호흡을 토해 내서 폐 아래쪽에 고인 묵은 공기를 빼내고 새 공기로 갈아준다.

● 한의원에서는 ‘금연침’을 시술한다. 귀의 폐점, 뇌점, 내분비점 등에 작은 침을 붙여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침을 만져주면 욕구가 조절되어 금연에 도움을 준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