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족

전쟁에서 필요 이상의 공을 세우려는 소양(昭陽)에게 책사 진진(陳軫)이 그러면 도움도 안 되고 괜히 목숨만 위험해진다고 말리며 사족의 비유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국책(戰國策)에 나온다. “뱀을 빨리 그린 사람이 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내기에서 제일
by 김나희 2023-03-23

#02. 병원선 온라인 투어

병원선에 승선하신 여러분을 가장 먼저 공보의 방으로 초대하겠습니다. 배에 올라타자마자 가파른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조그마한 방이 나옵니다. 이 작은방에는 170cm 후반 성인 남성 키 기준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딱 맞는 길이의 이층 침대가 있습니다
by 박재량 2023-03-17

삼척 추암해변과 돌솥밥 정식

오랜만에 길을 나섰다. 방향은 동해안이다. 지도를 놓고 고심하다 삼척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지난해에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자 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내려가는 길은 그저 그랬다. 살짝 찌푸린 하늘. 서운하리만큼 날씨는 좋지 못했다. 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by 정태겸 2023-03-14

#2. 대학 이야기 (2)

본과 1학년에는 본초학, 해부학 등 절대 학습 시간이 필요한 주요 암기 과목들이 포진해 있다. ALA 중앙회장으로서 그런 학습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기가 당연히 버거웠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 중앙도서관으로 향할 때 나는 광화문의 중앙회 사무실로
by 최승훈 2023-03-13

#1. 대학 이야기 (1)

1975년, 한의대 입학 시절은 반정부 데모가 일상이었다. 벚꽃 만발한 교정에서 투석전에 참가했었다. 바로 앞에서 터진 최루탄으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던 기억도 아련하게 남아 있다. 학교 수업은 휴강을 반복했다.
by 최승훈 2023-03-13

#35. 허식의 이파리

1980년 가을, 내가 다닌 계성고등학교 도서관의 서가에서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현암사에서 펴낸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이다. 이어령(李御寧) 선생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어령을 처음 알았고 청년기 이어령의 삶
by 이강재 2023-03-03

2023 계묘년(癸卯年) 봄철이 매우 위험하다

운기학에서 계묘년은 2023년 1월 20일 대한(大寒)부터 시작되고, 3월 20일 춘분(春分)에 우리가 흔히 봄이라고 하는 계절이 온다. 운기학에서는 한 해가 여섯 가지의 특징으로 구분된다 하여 6기로 나누는데 대한부터 춘분 전날까지의 2개월이 제1기이고 2023년
by 안문생 2023-02-20

영양 두들마을과 1600년대 반가음식

겨울의 한옥을 좋아한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활엽수와 스산한 날씨에도 여전히 푸른 기운을 간직한 침엽수를 곁에 뒀다면 더 좋겠다. 겨울의 한옥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있다. 경북의 오지 영양의 두들마을은 겨울의 한옥이 주는 감성을 느끼기에
by 정태겸 2023-02-20

오산 미니어처빌리지와 황금상황닭백숙

사실 처음에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전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미니어처로 볼거리를 만들어둔 곳을 몇 군데 다녀오기도 했고, 한두 곳 이외에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완벽히 예상 밖이었다.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졌고
by 정태겸 2023-02-17

#34. 사촌이 산 땅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촌’ 항목에서 보면,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설되어 있다. 그러니 이 속담의 키워드는 질투와
by 이강재 2023-02-03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와 독일식 오리정식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실상 이번 탄생 90주년 기념전은 전시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백남준을 ‘미디어아트 예술가’로만 기억하고 비디오 매체를 이용한 형태의 작품으로 각인해 두었다. 하지만, 그것만을 그의 전부라고 말할
by 정태겸 2023-01-17

경북 봉화 청량사와 솔잎숯불구이

청량사는 앉아 있는 지형의 특성상 물음표(?)의 형상을 하고 있다. 왼쪽 물음표가 시작하는 지점에 석가탑을 빼닮은 석탑이 서 있고, 그 곁으로 줄줄이 전각이 섰다. 아래에서 위로 전각이 줄을 서는 여느 사찰과 달리 이곳은 좌우로 전각이 자리를 잡았다.
by 정태겸 2023-01-16

#33. 너만 알고 있어

사람들이 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반론일 뿐이다. 비밀의 공유는 그것을 처음 발설하는 사람이 평소에 가진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이다. 체질적인 특성
by 이강재 2023-01-02

#32. 동무東武와 동호東湖

체질(體質)이란 다름이다. 태음인(太陰人)은 오랜 시간을 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지식을 쌓고 경험을 축적하고, 그런 후에 자신의 몸 안에서 녹여내는 과정을 거쳐야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 그리고 또 그런 깨달음들이 쌓여서 이른바 대가(大家)가 된다
by 이강재 2022-12-15

[김일구의 해부실습일기] 에필로그

어느덧 19학번 김일구가 해부실습을 마무리한 지도 1년이 다 되었어요.. 작년의 경험을 떠올리며 후배들을 위해 준비한 김일구의 편지, 함께 읽어봐요.
by 김일구 2022-12-13

#01. 병원선의 닻을 올리다

저는 졸업 후 공보의에 지원하여 인천시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시 안에서의 세부 지역은 제비뽑기로 정하게 되는데, 정말 운이 좋게 1순위로 생각하던 병원선에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기뻤던 마음보다 믿기지 않는 마음에 얼떨떨함이 더 컸습니다.
by 박재량 2022-12-09

2022 임인년(壬寅年) 제6기 건강음식

임인년(壬寅年) 제6기(第六氣)는 2022년 11월 22일 소설(小雪)부터 대한(大寒) 전날인 2023년 1월 19일까지다. 임인년 제6기의 주기(主氣)는 태양한수(太陽寒水)이고 객기(客氣)는 궐음풍목(厥陰風木)이다.
by 안문생 2022-12-07

#12. 산후부종에 호박즙? 그 호박이 그 호박이 아니다

한의사들끼리는 알고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산후부종에 많이들 달여 먹는 호박이 그 호박이 아니란 것이다. 산후부종에 쓰는 호박은 넝쿨에 달리는 열매채소 호박(南瓜)이 아니라 송진이 굳어진 화석 보석 호박(琥珀)이다. 따라서 열매채소
by 김나희 2022-12-06

이천 덕평공룡수목원과 쌀크림빵

동맥이산과 음박골산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순박한 토종 명칭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 지명은 이천에 서로 이웃해 있는 산의 이름이다. 이천의 덕평IC에서 멀지 않은 이 두 산의 사이에 공룡이 산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일 거다.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by 정태겸 2022-12-05

#31. 누구의 것인가?

대만 영화인 「애정만세 Vive L'Amour」는 차이밍량 (蔡明亮, 1957~)이 감독과 공동각본을 맡았는데, 1994년 제5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애정만세 愛情萬歲」에서, 부동산 중개회사에서 일하는 메이 (양귀미 분)는 자신이
by 이강재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