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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사육이 불가능한 사향노루


한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이 아는 한약 처방의 이름을 말해 보세요.” 이렇게 말한다면 대부분 “십전대보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혹은 우황청심환이나 경옥고를 말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간혹 신문지상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총수’가 어쩌고 하는 기사가 실릴 때가 있다. 대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한약 처방 중에서도 이렇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한약 처방’이 몇 가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공진단(拱辰丹)이 아닐까?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귀한 분에게 공진단을 선물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기도 했고 또 모 운동선수가 공진단을 먹고서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귀하고 효과 좋은 공진단이란 처방에는 사향(麝香)이라는 약재가 들어간다. 이는 사향노루라는 동물의 배꼽과 음경 사이에 위치한 선낭에서 채취 하는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갈색의 가루이다. 이 사향의 향기가 워낙에 강렬하기에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흥분제로도 쓰였고 또 질 병 치료를 위한 진귀한 약재로도 쓰였다.


문제는 사향의 값이 너무나 비싸기에 사람들이 사향노루를 지나치게 사냥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사향노루의 숫자가 격감하여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이 된 상태이다. 천연 사향의 성분을 분석하여 이와 유사한 인공 사향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진품 사향의 놀라운 효과를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사향노루를 인공적으로 사육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 제대로 결과를 본 예는 아직까지 없다. 독일에서는 인공 번식을 통해 네 마리의 새끼 사향노루를 얻었으나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절반이 사망해 버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창경원에서 사향노루를 사육한 적이 있었으나 1년 만에 죽어버렸다.


이렇게 사향노루가 인공 사육이 어렵고 금세 죽어버리는 이유는 사육이라는 것이 사향노루의 본래 성질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사향노루는 바위가 많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많은 산에서 산다. 혼자 살기를 좋아하고 겁이 많으며 달리기를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소나무, 전나무, 삼목나무의 어린 가지와 잎을 먹으며 이끼류와 잡초 및 각종 야생 열매를 먹으며 산다. 또한 기질 상 워낙에 사람을 꺼리고 성질이 예민하다. 본래 타고나기를 바위가 많은 산속에서 혼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살아야 하는데, 동물원의 우리 속에 가두어 놓으니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우리 속에 가두어 놓아도 얼마든지 잘 사는 동물들도 있다. 그러나 사향이라는 귀하디귀한 약재를 품고 있는 이 사향노루라는 진귀한 동물은 우리 속에 갇혀서는 살지 못하는 것이다. 산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살아야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사향이라고 하는 천연의 귀한 약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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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 말하는 10세의 특징


얼마 전 옆 아파트 단지에서 재미난 사건이 생겼다. 한 밤중에 놀이터에서 누군가 놀이시설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다행히 소방차가 바로 출동하여 조기에 진화해서 큰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범인을 잡고 보니 그 아파트에 사는 고등학생 세 명이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불을 지른 이유가 뭐냐고 경찰이 물어보니 “그냥 그래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한밤중에 놀이터에 불을 지르면 어떤 일이 생길지 보고 싶어서 세 명이 박스를 모아서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요즘 워낙에 끔찍하고 잔인한 형태의 청소년 범죄가 왕왕 벌어지는 것을 뉴스로 접하다 보니 이 정도는 애교가 아닐까 싶어서 웃고 말았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게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무 이유도 없고 대상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마음껏 고함을 지르라고 하였단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운동장에 모여서 고래고래 소리를 막 질러대었다. 십분 정도 이렇게 고함을 질러대기를 매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아이들에게서 뭔가 변화가 생겼단다.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던 몇몇 아이들이 조금씩 유순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사는 별 기대 없이 시작했던 일인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던 몇몇 아이들이 조금씩 순해지기에 내심 놀랐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을 듣고서 나는 동의보감의 한 가지 내용이 머릿속에 바로 떠올랐다. 바로 사람의 각 연령대에 따른 특징에 대한 설명이었다. “사람이 나서 10세가 되면 오장이 안정되기 시작하고 혈기가 통하기 시작하며 진기(眞氣)가 하체에 있어서 달리기를 좋아한다. 20세가 되면 혈기가 왕성해지기 시작하고 살갗이 자라므로 빨리 걷기를 좋아한다. 30세가 되면 오장이 완전해지고 살갗이 단단해지며 혈맥이 충만하여서 걷기를 좋아한다. 40세가 되면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이 모두 가득 차는 것이 정지되면서 땀구멍이 성글어지기 시작하고 영화가 퇴락하며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고 기혈이 가득 찬 것이 변동이 없어 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 이 내용에 의하면 10세에서 40세까지의 특징이 설명되어 있다.


이왕 연령별 특징을 말한 김에 100세까지 가보자. “50세가 되면 간의 기운이 쇠약해지기 시작하고 간이 작아지기 시작하며 담즙이 감소되기 시작하여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60세가 되면 심장의 기운이 쇠약해지기 시작하여 근심과 슬픔이 많아지고 혈기가 쇠약해져 눕기를 좋아한다. 70세가 되면 비장의 기운이 허약해져 피부가 건조해진다. 80세가 되면 폐의 기운이 쇠약해져 넋이 나가게 되고 말함에 착오가 잘 생긴다. 90세가 되면 신장의 기운이 마르게 되고 다른 네 장기의 경맥이 공허해진다. 100세가 되면 오장이 모두 허약해지고 정신이 사라지며 형체와 뼈만 남아서 죽게 된다.”


가만히 살펴보자면 10세에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20세에는 빨리 걷기를 좋아하며 30세에는 걷기를 좋아하고 40세에는 앉기를 좋아하며 60세에는 눕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세에는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40세에게 달리라고 한다면 무지하게 싫어하면서 짜증을 낼 것이다. 60세에게 달리라고 한다면 무릎 관절에 병이 생겨버릴 것이다. 하지만 10세는 달리라고 하지 않아도 제 풀에 겨워서 온 집안을 뛰어 다닌다. 만약 10세에게 달리지 말라고 한다면 오히려 병이 날 것이다.


미친 듯 뛰어놀게 하라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본능대로 뛰어다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닭장 속에 갇혀서 사육당하는 닭처럼 학원 속에 갇혀서 사육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기 교육이라는 쇠사슬에 의해 한창 뛰어다니며 놀아야 할 양쪽 발이 묶여서 숨막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깊은 숲속에서 뛰어다니는 것이 본능인 사향노루를 동물원 우리 속에 가두어 놓자 사향노루는 그만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귀하고 뛰어난 약재인 사향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동물이라고는 하나 그 본능을 억제해 버리자 일찍 죽어버리더라는 것이다. 혹시 잠재되어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도 인공 사육의 처지에 놓인 사향노루와도 같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가 뛰어 다니는 것을 즐기는 것이 절정에 이르는 나이가 바로 10세이다. 그러니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한 후로 10세가 될 때까지는 미친 듯이 뛰어 다니면서 놀게 해줘야 한다. 어려서 미친 듯이 뛰어 놀게 하면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미치지 않는다. 만약 뛰어 다니면서 놀아야 할 연령의 아이들을 억압해 버리면 그 연령대의 본능이 억압되어 버릴 것이고, 억압된 본능은 나중에 자라서 기형적인 형태로 폭발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아이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밑도 끝도 없이 고함을 지르도록 했던 이유가 이 억압된 본능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참게 되면 결국 분노가 되어 쌓이게 된다. 요즘 아이들이 온갖 공격적인 게임에 쉽게 중독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온라인 게임을 슬쩍 살펴보니 온통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는 것들이었다. 비록 가상이지만 그렇게 찌르고 죽이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니 게임에 빠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가상의 세계에서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면 차라리 낫다. 학교 폭력이나 집단 왕따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 저렇게 어린 학생들이 저런 잔인한 일을 저지른 것이 맞을까 싶어 놀랄 때도 있다. 혹시 이런 기형적인 형태의 폭력이 실은 어린 시절 억압되었던 본능이 쌓이고 쌓여 분노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10세에는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동의보감의 구절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달리고 싶어 하는 우리 아이들이 미친 듯이 땅을 밝으며 뛰어 다니게 해주어야 한다. 사향노루가 산속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진품 사향을 만들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 연령대의 본능대로 마음껏 뛰어다니게 해주어서 진품의 재능을 쌓아가도록 만들어 주자.



© 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