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에 아이가 열이 갑자기 오르면서 자지러지게 울면 부모님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만약 며칠 전부터 콧물, 가래, 기침과 같은 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다시 열이 오른 것이라면 급성 중이염을 꼭 의심해야 합니다. 귀의 통증이 특징적인 증상이기는 하지만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라면 알아차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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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이염은 귀의 고막 안쪽의 중이(중간 귀)라는 공간에 감염으로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중이염이 생기는 원인은 대부분 감기입니다. 목이나 귀의 염증이 귀 안에 공기를 환기시켜 주는 이관을 따라 귀로 번져서 발생하게 됩니다. 소아에서 중이염이 흔한 이유는 소아의 이관이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넓고, 곧기 때문에 염증이 잘 번지고, 면역력이 약해 어른보다 자주 감기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비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보육 시설에 다니는 경우, 젖병을 물고 자는 경우, 간접 흡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등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고막이 발적, 팽륜되고 발열, 이통(otalgia, 耳痛), 이루 등의 증상을 보이는 급성 중이염은 학령기 이전 약 80% 소아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걸립니다. 이통이나 발열 등 급성 감염의 증상 없이 중이 내에 삼출액이 고이는 삼출성 중이염도 80-90% 소아들이 최소 한 번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급성 중이염의 주된 원인균은 폐렴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neumonia),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 모락셀라 카타랄리스(Moraxella catarrhalis)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가 많이 처방되는 질환이고,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고막에 삽관 수술을 하는 수술요법도 사용되는데 소아에게 항생제 처방과 수술의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입니다.

  •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항생제가 이후 과민성장질환과 같은 장 염증의 위험도를 높일 뿐 아니라 항생제 저항성(antibiotics resistance)의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복용시키는 것은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미국 소아과학회의 가이드라인 에 따르면, 6개월 미만인 소아와 6개월-2세의 경우 중등도 이상의 이통이 48시간 지속되거나 39도 이상의 발열 같은 심한 증상이 있으면 추가적인 증상이 없어도 항생제를 10일 정도 처방해야 합니다. 그리고 2세 이상인 소아에서 심한 징후나 증상이 없으면 처방 없이 지켜보거나 5-7일 정도의 항생제를 처방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급성 중이염에 항생제 처방을 찬성하는 측 근거 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9년에 발표된 11개의 임상시험이 포함된 메타분석(meta-analysis;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연구된 많은 연구물들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계량적으로 종합하여 고찰하는 연구방법)에서 2-4일동안 항생제 치료 후 지속적으로 증상이 있을 위험성이 위약이나 대기 환자에 비해 25% 낮다고 발표하였습니다. 2010년에 135개 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에서는 위약에 비해 9명당 1명 이상의 호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2011년 체계적 고찰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항생제가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항생제 치료가 늦어진 그룹의 부모들이 일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즉각적인 치료를 했던 그룹의 부모들에 비해 평균 하루 정도 많아 경제적으로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 하지만  반대의 의견 도 만만치 않습니다. 급성 중이염 치료에 항생제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만 평균 1일 정도의 동통과 발열을 줄일 뿐, 이는 또 다른 발진, 설사 또는 알레르기 반응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위험성으로 그 효과가 상쇄된다고 합니다. 급성 중이염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항생제가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혹은 2-7일의 항생제 처방으로 이통을 예방하는 경우는 20명 당 1명 꼴인 반면, 61%는 24시간 이내에 항생제 없이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항생제를 통해 치료한 14명 중 1명이 발진, 설사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지속적인 항생제 복용으로 항생제 저항성이 나타나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그밖에 유양돌기염이나 뇌수막염의 합병증은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고 관찰하는 전략에도 증가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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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한의학 문헌에 중이염을 이통(耳痛), 농이(膿耳), 정이(聤耳)로 표현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기운을 없애고 인체 내부의 간담(肝膽)의 화가 성한 것, 비위가 허약한 것, 신원(腎元)의 손상 등 장부 기능의 이상을 조절하여 치료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통으로 아이가 괴로워하는 급성 중이염이 있는 경우라도 항생제로 치료하지 않고 한약으로 증상이 잘 치료가 됩니다. 더욱이 발열이나 이통이 없고 증상이 오래된 삼출성 중이염이나 재발성 중이염의 경우는 한약 치료의 적용증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가미형개연교탕은 재발성 삼출성 중이염에 대한 의미 있는 치료 효과 [1]를 보였고, 세포 활성 물질 [2]과 면역글로불린의 수치 [3]를 조절한다는 객관적인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꼼꼼한 연구디자인으로 부작용이 덜하고 효과가 좋은 한의학적인 치료가 소아 중이염 치료의 첫 번째 방법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 닥터 이훈의 한방소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