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은 소아에게 가장 흔한 질병입니다. 이마를 만져보면 불덩이 같고 계속되는 기침과 콧물로 잠을 잘 이루지 못 하거나 설치고, 심하면 먹은 것을 다 토하는 경우를 보면 부모로서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까운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아 먹이면 일단 열도 내리고 기침이나 콧물 등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계속되거나, 다른 아이들은 일주일 내외로 증상이 없어지는데 우리 아이는 증상이 계속 된다면 다시 걱정이 됩니다. 비염기운이 있어서, 아니면 축농증이나 중이염 때문에 오래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처방약을 계속 먹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을 이렇게 오랫동안 먹여도 되는지 의심도 들고, 증상이 좋아져 약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은 계속 되는 경우도 많아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감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이들과 관련이 되었다면 마음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감기 등 호흡기질환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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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감염의 구분과 치료


  • 호흡기 감염은 크게 상기도 감염과 하기도 감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기도는 비강과 구강, 인두, 편도와 아데노이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주위에 부비동과 중이가 있고 눈과 식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기도는 기관과 세기관지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호흡곤란이 문제인 후두는 인두와 구분하여 하기도 질환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감염이 더 깊숙이 진행되면 폐실질에 염증이 생기는 폐렴까지 생기게 됩니다.

  • 소아 호흡기 감염의 치료는 대증요법과 항생제 치료로 구분이 됩니다. 대증요법은 감염으로 위축된 호흡기 방어기전을 보완하여 손상된 호흡기를 정상으로 빨리 회복시키고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항생제는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호흡기 질환의 대부분이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약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대증요법의 대표적인 약인 해열진통제의 문제점과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저항성(antibiotic resistance)의 위험성을 경고 하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해열진통제와 항생제는 어떤 위험성이 있나?


  • 국제 천식 알레르기 아동조사에 참여했던 31개국 73개 센터, 6-7세의 205,487명의 소아들을 대상 으로 출생 후 첫 해까지 발열에 paracetamol(타이레놀 성분)을 사용했던 아이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6-7세 후 천식증상의 발현이 4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사용하지 않은 군에 비해 중간 빈도 사용자 군은 1.61배, 고 빈도 사용자 군은 3.23배로 나타나 많이 사용할수록 위험도가 커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일반 인구 기여위험도(population-attributable risks)는 22-38%였는데, 이는 paracetamol의 사용을 없애면 천식증상의 발현을 22-38%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결막염과 습진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임신 중 어머니의 해열진통제 복용도 소아기의 천식증상 발현을 높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 연구 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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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는 세균의 출현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들뿐만 아니라  항생제가 몸에 유익한 균까지 죽여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inflammatory bowel disease(염증성 장질환, IBD)를 들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1994-2009년까지 1,072,426명을 2년 이상 추적관찰한 연구 에서 IBD 발생률이 연간 각각 만 명 기준으로 항생제 미복용 군은 0.83,  복용 군은 1.52로 복용 군에서 위험성이 84%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된 연구에서 항생제를 처음 복용한 연령이 어리고, 복용한 용량이 많을수록 IBD의 위험성이 높은 결과와  핀란드에서 진행된 다른 연구 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점을 통해 항생제 복용과 IBD 발생의 관련성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 생명연장에 크게 기여한 항생제와 안전하다고 믿었던 해열제가 이제는 건강에 유해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 두 번은 괜찮겠지 하고 복용했던 약이 우리 몸의 면역력과 회복력을 조금씩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벌써 약 2천년 전 중국 후한시대에 장중경(張仲景, 150~219)이 <상한론>에서 호흡기 질환의 치료를 정리한 후 각 시대의 사람들과 증상에 다른 치료방법을 개발해왔습니다. 오랫동안 치료를 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호흡기 질환을 다스려온 것입니다. 한방 치료는 양약처럼 복용 후 증상이 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좋은 기운을 해치지 않아 치료기간과 재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상태와 병의 경중(輕重)에 따라 양약을 사용한 후 약이 잘 듣지 않으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 한약으로 치료해보세요.


© 닥터 이훈의 한방소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