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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력 떨어지는 불길한 징조들


후배의 별명은 ‘이마트’. 잃어버린 물건으로 마트를 차릴만해서 붙은 별명이다.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씨는 겨울에도 맨손으로 손을 호호 불고 다닌다. 어깨엔 핸드백과 다른 손엔 책가방을 꼭 들고 다니는데 주로 지하철에 우산과 장갑을 두고 내려서 아예 비는 맞고 장갑은 안 낀단다. 역시 ‘마트 우산 코너와 장갑 코너’ 하나는 차렸을 정도다.


옆에 있던 이마트 후배가 대꾸한다. “나는 어떨 땐 직접 돈 주고 사라고 아예 지갑째 줘버려.” 그 말에 모두 때굴때굴 구른다. 우리 나이는 이렇다. 서로 희미한 옛 물건의 추억을 얘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공부하지 말라는 나이인가 봐.” 교수 친구가 그랬다.

어느 날 책을 펼쳐 드니 밑줄이 마구 그어져 있고 낙서 같은 게 되어 있더란다.

“누가 내 책에 낙서했어?” 엉뚱하게 학생들을 의심했던 교수님.

자세히 보니 자기 글씨가 분명한데 공부한 기억은 전혀 없는...


나는 똑같은 책을 두 번 샀다. <똥 살리기 땅 살리기>라는 책을 읽은 기억을 까먹고 또 샀다. 똥과 땅에 집착해서인가. 최근에 결정적인 실수로는 도어록 배터리 +-를 거꾸로 끼워서 배터리액이 녹아 나와 기계 자체까지 망가뜨린 것. 실수는 금전적 손실과 자책으로 아프게 한다.



e-골치 아픈 세상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조선호텔에 갔다. 난생처음 보는 회전문이 통돌이 세탁기처럼 빙빙 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먼저 휙 들어가시고 박자를 놓친 나는 하나... 두울... 세엣... 세고만 있었다. 고무줄놀이할 때 박자에 맞춰 뛰어들 듯이 겨우 진입하였고 떠밀리듯 회전문으로부터 쫓겨 나왔다? 안도의 순간이다.


질주하는 삶의 속도와 무섭게 변화되는 환경에, 눈뜨면 달라지는 기계 조작이 버겁다. 무한 질주 기술개발. 나 같은 기계치는 테크노 스트레스에 괴롭고 인류 미래에도 해롭단 말이다. 우쒸. 스마트폰은 하루가 멀다고 고성능의 신제품이 나오니 멀쩡한 기계 바꿔? 말아? 갈등 때리지만 자원 낭비인걸. 새로 생긴 건물이나 호텔 화장실에 가보면 수도꼭지는 어떻게 비틀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변기 물 내리는 단추는 왜 숨겨 둔 거야?


e-힘든 세상, 잔머리 굴리다가 뇌력만 방전된다. 물동이 채우듯 뇌력을 키우자.



냉수 마시고 뇌 열 식히자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열이다. 뇌세포는 열을 받으면 죽어 버리기 때문에 뇌척수액이라는 물이 순환하면서 식혀주고 있다. 아기가 양수에 떠 있으며 보호받는 것처럼.


감정의 뇌인 변연계에 불쾌한 자극을 받으면 피질과 시상하부로 전해지고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부신을 자극한다. 화가 불끈 나면 코티손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울컥울컥 나온다. 화에 오랫동안 시달리면 뇌의 단기기억과 학습능력을 맡은 해마 부위가 줄어들면서 뇌가 쪼그라든다. 생기를 잃는다.


난 화내는 사람을 ‘피로성 감정처리 불능증’으로 이해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심신이 여유가 있으면 웬만한 자극을 받아넘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팍팍하고 피로가 쌓이면 정신적으로 경직되고 감정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폭발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화는 뇌에 ‘분노의 재구성’ 회로를 만들어 두고 점점 강력하게 반응한다. 모기 같은 스트레스로 온몸을 긁어대고 쥐방울만 한 화를 키워서 쥐똥나무숲을 이루어 갈팡질팡 이성을 잃는다. 그래서 동화가 일러주지 않던가. 헨젤과 그레텔처럼 과자를 던져 길을 만들어 두라고. ㅎㅎ


용암이 제 압력에 못 이겨 분출하듯 화는 열을 위로 솟구치게 해서 머리가 터지게 만든다. 압력밥솥에는 에어 빼는 공기구멍이라도 있지. 머리 쥐어뜯어봤자 소갈머리만 빠진다. 머리에는 열이 더는 갈 곳이 없다. 흡혈귀는 마늘로 잡고 스트레스는 물로 식히자. 분노가 화염 방사되면 얼른 물자동차를 부르자.


물 한잔 쭉 들이켜고 한 호흡 두 호흡... 울던 주먹도 가라앉는다. 날파리 같은 스트레스 잡는데 칼 빼 들 필요 없다. 5초만 참으면 살인도 막고 중풍도 면한다.


자신에게 너그럽기, 남에게 온유하기, 느리게 천천히 즐기기.


우리가 수련할 것은 화 풀기 물불의 예술이다. 냉수 마시고 뇌 식히자. 물값 거의 공짜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