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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밥 먹을때가 행복!


엄마가 주는 밥은 물질이며 원소일지라도 그건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배 속에 아이를 품어서는 피로 먹여 키우고, 세상에 내놓고서는 밥을 지어 먹여 아이를 키운다. 밥줄은 목숨줄인데 투정에 생떼 부리는 아이들이 많다. 밥 먹이기조차 힘이 든다고 맥이 빠진 엄마들.

“하도 안 먹어서 숟가락 들고 쫓아다니기도 지쳤어요. 요리도 아예 포기했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전혀 안 먹으니 화가 나고 얄미워서 때리기도 했어요. 난 엄마 자격이 없나 봐요.”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좋아하는 비디오를 틀어놓고 먹이다 보면 마냥 시간이 가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에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밥그릇 뺏고 결국은 매를 들었어요. 그렇게 난리를 치며 먹였더니 애가 토하고 잠잘 때 헛소리까지 하더라고요.”

좌절감에 빠진 부모들에게 20여 년 엄마 경력의 내가 하는 말.
“아이는 자라고 바뀌어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아집니다. 조바심내면 엄마의 불안이 전염되어서 더 안 먹지요.”

남들도 어른들도, 심지어 남편도 모른다. 어떻게 애를 키웠기에 숟갈질도 못하느냐고 엄마가 무능하다며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많은 동물 중에서 ‘엄마 밥’을 20여 년씩 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대부분의 동물은 태어나서 겨우 한두 해 지나면 독립하여 뿔뿔이 헤어져서 다시 만나지도 못한다. 부모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먹어두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걸 자식들은 모른다. 지친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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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기를 풀어야 밥이 들어간다.


몇 숟갈 뜨는 척하다 배 아프다고 숟가락을 놓아버리는 아들 때문에 맘이 상한 엄마는 소리쳤다.
“야, 너 꼴도 보기 싫어. 방에 들어가서 엄마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나오지 마!”

아이는 문을 닫아버리고 정말 안 나온다. 다음 식사 때는 엄마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스스로 방에 들어가 버리니 복장이 터진다. 모자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의사 친구의 아들 이야기다. 다른 친구의 소아과에 아들을 진찰 보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단다. 아이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하고 엄마는 꾀병 부리지 말라고 감정 대립을 벌이고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소화 기능이 약한 아이가 체하면 식욕저하와 복통이 오래가는데 표현이 서툴다. 아이의 말을 믿어줘야 한다. 배꼽 주위가 콕콕 찌르면서 아프고 밥 먹으려면 토할 것 같고 구역질이 난다니 체기가 오래된 증상이었다. 속이 답답하니 음료가 더 당기겠지만, 위액을 묽게 하고 위 근육을 힘들게 해서 소화가 더 안 된다고 설명해줬더니 아이는 수긍을 했다. 약도 먹고 침을 맞으면 더 빨리 좋아진다고 하자 치료를 받겠단다. 대견한 일이다.

일단 중완혈에 한 번 침을 맞아본 녀석들은 ‘꾸르륵’거리며 위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신기해한다. 긴장, 수축했던 위가 풀리고 따뜻하게 해주면 통증은 가신다. 치료를 통해서 서로의 불신도 사라지고 다시 뜨거운 모자 관계가 회복되었다. 아들은 엄마의 영원한 젊은 애인이니까.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고 밥을 잘 먹으니 ‘윈윈’ 하는 게임이 된 것이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