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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로 기운이 달려도, 빈혈이 있어도 감기로 열이 나도 식욕부진이 온다. 밥을 잘 먹던 아이가 안 먹으면 혹시 충치가 생겼나 살펴보자. 치아 겉은 조금 썩은 듯 보여도 속으로 파고들어 아파서 못 먹는 경우가 있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다. 어른과 똑같이 헛배 부르고, 가스 차고, 느글거리며, 식도와 근육 긴장으로 인해 체할 수 있다. 장기간 계속되면 아예 밥을 안 먹는 아이가 된다. 위 기능 허약증으로 치료를 해야지 보약 한두 첩 먹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종손이라서 온 가족의 관심 집중인 찬우.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이 집안의 큰일이다. 어른들의 지나친 간섭이 엄마를 힘들게 한다. 어디 긁히기라도 하면 시부모님한테 야단맞을까 봐 전전긍긍이니 부모가 아니라 양육을 위탁받은 위탁모 같다. 가문을 이어갈 종손이 밥을 안 먹는 것은 엄마의 부덕과 무성의 탓이라는 비난이니 당치 않다.

몸도 약하고 발육도 늦어서 가끔 찾아오는데 어느 날 마침 점심시간이라 한의원 근처에서 같이 백반을 먹었다. 콩나물무침을 맛나게 잘난 척(?) 먹으면서 겨우 다섯 살인 녀석이 하는 말.
“식당에서처럼 엄마가 맛있게 해줘.”
나, 방바닥에 쓰러졌다.
억장이 무너지는 엄마……. 꼭 수영 못하는 애들이 수영 “빤쓰” 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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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먹게 하는 법


◉ 차갑고, 대장균 많은 빙과류, 음료로 냉복통을 앓는 아이가 많아졌다. 수정과처럼 생강과 계피를 끓여서 조청을 조금 넣어 먹이면 배앓이에 효과가 있다.
◉ 오미(五味)를 갖춘 김치와 채소를 잘게 썰어 비빔밥이나 김밥 등에 넣어 재미있게 조금씩 먹인다. 간식을 과감하게 끊어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엄마 손은 약손. 명치끝에서 배꼽까지 소화기를 관장하는 중요 혈이 모여있다. 배꼽 주위를 열이 날 때까지 싹싹 문질러준다. 찜질팩도 도움이 된다.
◉ 홍보전이 중요하다. “우리 애는 밥을 절대로 안 먹어요.” 라는 말 대신 잘 먹은 것을 주위에 홍보하라. 안 듣는 척해도 다 듣고 있다.
◉ 아이는 어른을 보고 닮는다. 식탁 앞에서 밥투정에 반찬 타박하는 사람 있으면 어른부터 버릇을 고쳐야 한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