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을 6기로 나누었을 때 소만(小滿) 5월 21일에서 대서(大暑) 전날 7월 22일까지의 이 기간은 제3기에 해당하고 계절로는 여름이다.
잠시 이 전 단계 즉, 제2기에 해당하는 4월을 회상하면, 유독 저온에 시달려야 했던 시기였고, 기상청 발표로는 30년 만의 저온 현상이라 하였었다. 운기학적으로 그 까닭을 설명한다면 군화(君火)의 온열이 만물에 스며들어 점차 성장되어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억압하는 차가운 한수(寒水)가 몰려오도록 운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소급하여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운기는 30년마다 흡사한 상태를 맞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천체에서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에너지 벨트의 순서가 30년마다 일치하고, 지구 공전으로 생기는 한 해의 시작점이 180도 차이 나는 곳과 운기학적인 기후 변화 순서는 같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30년 전인 기사년(己巳年)에도 올해와 같이 4월이 추울 수 있다는 점이 이론적으로는 항상 가능했지만 막상 기상청의 발표로 입증되었을 때 참으로 놀라웠다.
대운(大運)이 어떻고 사천(司天)이나 객기(客氣)가 어떻다는 등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는 학문이 운기학이므로 혹시 본의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올해 기상청 발표는 『황제내경 · 육원정기대론』의 기록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 기간의 낮에는 비정상적으로 고온일 때도 많았다.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여기에 대해서 승복울발(勝復鬱發)이라는 법칙이 존재한다.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고 자연계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법칙이다. 한 가지 기운이 너무 강하면 이를 억제하는 기운이 생긴다는 승복(勝復), 주인을 객이 억압하면 어쩔 수 없이 억압되어 있다가 후원하는 힘이 있을 때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울발(鬱發)이 그것이다. 즉, 원래 기후는 열성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찬 기운이 이를 억제하여 울체되었던 열기가 제철의 응원을 받아 수시로 튀어 오른 것이다.
2019년, 지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천체들의 가장 큰 에너지 벨트는 습기를 주관하지만, 태양계의 영향으로 지구에 형성되는 올해의 기운 중 가장 강한 기운은 바람을 주관하는 기운이다. 습기는 바람에 쉽게 마르는 원리처럼 기해년(己亥年)의 기후 특징도 “한여름에 마땅히 습해야 하는데 습하지 않고 강우량이 적으며 바람 기운이 특별히 강하여 날씨가 봄철과 비슷하다. 그러나 가을에는 특별히 서늘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곡식도 상반년에는 푸른색 곡식을 기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하였다. 질병으로는 간병(肝病)을 주의해야 하고, 풍목이 강하다 보니 이를 억제하려는 조금(燥金)이 갑자기 왕성해질 때 폐병(肺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때아닌 바람 기운이 왕성하여 적당히 습기를 유지해야 하는 소화기관의 활동 기능을 억제하면 복통, 구토, 설사 등의 병증이 발생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간에 병이 들면 옆구리가 아프고 뻣뻣해진다고 『황제내경 · 육원정기대론』에 기록되어 있다.
역시 『황제내경』의 기록에 의하면 이 시기에는 맵고 시원한 식품으로 풍기를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되어 있다. 곁들인다면 약간의 단맛으로 간의 긴장을 풀어주고, 신맛으로 간기(肝氣)의 지나침을 덜어내며, 약간의 쓴맛으로 매운맛의 지나침을 견제하라 하였다. 이러한 원리로 한국약선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송동진 부원장이 조리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 음식 처방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 달고 시원한 무는 그 자체만으로 폐금(肺金)이 활발해지도록 하여 풍목(風木)을 가라앉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쉽게 발생하는 위장병에도 유익하므로 당연히 주관 식품이다.
· 유자와 설탕은 폐경(肺經)으로 들어가 폐기(肺氣)의 순환을 돕고 진액(津液)을 불려주므로 보조식품이다.
· 올리브는 주관 재료의 지나침을 견제하는 견제 식품이고, 식초는 간(肝)과 위(胃)에 들어가 이 시기에 발생하는 풍독(風毒)을 제거하는 해독 식품이다.
이 밖에도 <돼지껍질 수정회>, <가지김치>, <쑥갓나물>, <밀전 서과방>, <여물나물> 등을 약선요리로 개발하였다.
※ 본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KMCRIC의 공식적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안문생 박사의 약선설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