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휴대폰 의존증
밤 두시고 세시고 까톡까톡... 띵동... 불러대니 깜딱 놀라 묵음으로 해놓지만 궁금해서 한 번씩 확인하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 그 시간에 잠도 안 자고 보내는 건 또 어떤 밤도깨비인지. (ㅜㅜ)
늦은 시간, 현관문을 딸깍하고 애가 들어오는데 왁자지껄하다. 친구를 데리고 왔나 했더니 핸드폰으로 이어지는 술자리 연장전 왕수다.
“야 조용히 해. 식구들 잠 다 깨우고 무슨 매너야.”
“우리 엄마 눈 째려보다 찢어지겠다. 다들 잘 주무시는 줄 알았죠.”
출근길 한강을 건너는데 옆 남자 전화 통화 소리에 버스 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창밖의 강물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북한산에 같이 간 젊은 친구. 산길을 걸으면서 쉴 새 없는 메시지 깨똑 깨똑. 경치를 중계 방송하는 건지 연애 소설을 쓰는지 화면만 들여다보다 드.디.어 발을 삐었다.
우리야 TV의 전자파에 쏘였대도 2미터쯤 떨어져서 봤다. 핸드폰도 나이 들어 쓰기 시작했고 몸에 나쁘대도 오래 산 걸 뭐. 하지만 문제는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이다. 요즘은 아기들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지경이니 정말 휴대전화의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휴대폰은 뇌에 가까이 대고 수시로 오랫동안 접촉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를 오래 한 후 귀가 뜨겁고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이 아마 있을 것이다. 소리는 귀가 모아서 대뇌 측두엽 청각중추에 전달되어 듣는다.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햇볕을 렌즈로 모아서 종이를 불타게 만들던 것 기억해보자. 휴대폰의 전자파도 렌즈 효과로 뇌 속의 한점을 집중적으로 열나게 만들어서 세포의 DNA 손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휴대폰을 걸면 신호가 갈 때와 연결될 때 강한 출력으로 전자파를 발산한다. 번호를 누른 후 ‘여보세요.’ 할 때까지 귀에서 멀리 떼어 놓는 습관을 가지자. 즉 발신음 감상하다간 머리 나빠진다는 것 기억하자. 용건은 문자로 보내고 핸즈프리를 사용하면 좋겠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전자파의 발암 가능성을 인정했다. 인체는 기본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전도체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전자레인지가 물을 뜨겁게 만드는 것처럼 고주파는 뇌에 가까운 귀 근처 몸속 물 분자를 들뜨게 해서 온도를 높이고 극초단파는 침투력이 강해서 머리에 흡수된다. 요즘 미국에서는 핸드폰 때문에 뇌종양에 걸렸다는 소송이 줄을 잇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뇌 질환 유발 가능성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했었는데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기다림과 숙성도 소중한 능력
퇴근길 지하철 풍경을 스캔해보자. 앉은 사람은 물론이고 서서 가는 사람들도 다 고개가 꺾였다. 낫 놓고 기역 자처럼 핸드폰을 보고 있다. 중학생들이 탔는데 친구들이랑 떠들 만도 한데 역시 마찬가지로 핸드폰에 머리를 박고 몰두하고 있다.
아이들은 머리가 작고 연약해서 전자파가 더 영향을 미칠 테고 평생 무지막지하게 긴 시간 사용할 테니 걱정이다.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의 휴대폰 사용의 특징은 자나 깨나 수시 전화와 길고 긴 통화에 있다. 손에서 가지고 놀고 문자 보내고 수시 확인에 없으면 불안하고 길거리를 다니면서 통화하는 등 중독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장시간 통화를 한 세대들에게 10년 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나중에야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때 가서 조심하면 이미 늦는다. 디지털 시대는 생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종 병도 만들어낸다.
“그렇게 시시콜콜 떠들지 말고 차라리 긴 편지를 메일로 보내면 좋지 않니. 인간이 신비함이 있어야 연애가 되지 할 말 다 하고 나면 만나서 뭔 대화를 해. 쯔쯔."
“엄만 애들을 몰라서 그래. 점잖게 카리스마만 있으면 바로 재미없다고 짤려.”
후천적 휴대폰 중독증으로는 ‘뭐든지 당장 말해.’와 ‘기다림 결핍증’도 있다. 인간은 ‘시간’과 ‘기다림’을 알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다. 휴대폰은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을 빼앗고 속전속결의 성급함을 가져왔다. 조별로 과제물을 제출한다고 치자. 여러 명이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야 하는데 수없이 짧은 카톡으로 즉흥적인 의견들만 교환한다. 줄긋기는 졸라하는데 쭈욱 엮이지는 않는다. 뇌는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생각을 오래 ‘숙성’ 시킬수록 좋아진다. 휴대폰을 들고 쉴 새 없이 말로 쏟아내기 전에 생각을 익히자. 김치냉장고에서 잘 익어가는 김치처럼 뇌에 숙성할 시간을 주자.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