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입력되는 폭력 게임
살인 게임이 현실로 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폭력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언제라도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18세의 평범한 소년, 범죄 전과나 약물 복용 기록도 없고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총을 만져 본 적도 없었다. 인구 고작 오천 명, 이웃 간에 서로 알고 지내는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자동차 도난 용의자인 소년이 권총을 빼앗아 1분 만에 세 명의 경찰관을 살해했다.
이 끔찍한 폭력 행위가 인터넷 게임이었다면 대단한 점수를 올렸을 것이다. 소년은 사고를 벌이기 몇 달 전부터 수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서 차를 훔치고 행인들을 깔아뭉개고 창녀들을 피가 흥건하게 두드려 패고 마지막엔 경찰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게임을 했다고 한다. <자동차 대도둑>라는 이 게임은 당시 미국 십 대 청소년의 71%가 하고 있었다.
더 폭력적이고 현실처럼 생생해진 인터넷 게임은 아이들에게 더욱 심각한 중독이 우려된다. 아동심리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학교 성적도 떨어지고 운동도 그만두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오직 게임에만 몰두한다. 최악의 경우는 게임을 통해 배운 기술을 그대로 흉내 내어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 전국미디어가족연구소 (NIMF)의 데이비드 월시 회장은 말한다. “인터넷 게임은 자신이 행위를 주도하게 되므로 주도권이 클수록 두뇌 속에 깊이 각인 됩니다. 결국 자동반응으로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는 뇌파가 폭력 매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기공명장치 (MRI)를 이용했다. 경관을 사살한 뒤 순찰차를 타고 도망친 소년은 몇 시간 뒤 잡초 우거진 시골 공터에서 발견되었다. 순찰차에서 나오라는 경관들에게 소년은 간청을 했다고 한다. “제발 저를 쏴 죽여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그것은 공군에 입대하려던 희망을 품었던 평범한 소년의 절망에 빠진 절규였지 난폭한 깡패의 멘트가 아니다.
게임에서 무기를 갖고 파워를 올리고 총알을 난사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과연 스트레스만 풀리고 말까? 행여 뇌에 반복 입력되어 현실에서 자동으로 복사 재현될 위험은 없는 걸까? 감옥에 수감된 후에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생이나 게임이나 다 똑같은 거예요. 누구나 언젠가는 죽고 마니까요.’
틀렸다. 하늘 아래 자유롭게 숨 쉬며 사는 것과 범죄자로 감옥에서 생을 마치는 인생은 천지 차이!
게임 중독으로 가족 소외
아들이 도박 사이트에 빠졌다는 엄마. 중독 모임에 엄마가 대신 다니며 공부를 했다. 당연히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방콕족으로 지내던 아이에게 엄마는 따뜻한 점심을 준비해두고 그냥 기다려 주기로 했다. 낮엔 자고 밤에 일어나 게임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스스로 일어나 학원에 다니겠다고 선언. 야단도 치지 않고 지켜만 보던 엄마는 “잘했다, 잘 생각했어!”라며 도시락을 두 개씩 싸놓고 일을 나갔다.
2월, 엄마에게서 온 문자. “선생님, 아이가 대기 1번이었는데 드디어 합격됐대요. 제일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살다가 이런 날이 다 오네요.”
청소년까지 포함해서 각종 게임에 멍드는 아이들이 40%를 웃돌 거라고 한다. 게임은 아이들 주머니를 털고 시간을 빼앗고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 오락을 못하게 하니까 책 사라고 준 문화상품권으로 ‘깡’을 해서 쓴다. 교통카드 T머니로 결제해주는 PC방도 생겼다는데... 나도 어릴 때 버스표로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사 먹은 적은 있지만... 게임으로 파괴적인 쾌감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까.
“우리 남편은 노트북을 끌어안고 자면서도 손가락을 움찔움찔 움직여요.”
“처음엔 회사 일을 집에 와서 컴퓨터로 하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게임만 해요.”
“퇴근하면 애들이고 식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문 잠그고 밤새 고스톱에 음란 사이트에서 놀고 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도 안 했지요.”
젊은 아내들이 찾아와서 털어놓는 하소연에 나도 놀랐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는커녕 아내와 따뜻한 대화 대신 집에 들어오면 무조건 TV부터 켜는 남편. 노는 날이면 집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온종일 뚫어져라 TV나 컴퓨터만 보고 앉아 있는 남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회사에서 집의 컴퓨터로 자리 이동만 한 것이다.
폭 좁은 화면을 보면서 눈동자 굴리는 것에 자판 두드리기는 손가락 운동을 반사적으로 반복하는 자극이 계속된다. 현란한 그래픽으로 기묘한 무아지경에 빠져들며 생각은 일정한 틀 안에 좁아진다. 게임은 기계적 프로그램이다. 현실 돌파 대신 가상공간의 격리된 온라인에서 활개를 치며 익명성으로 대리만족을 얻게 되니 자기중심적이며 환상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중독되면 만사를 희생해가며 몰두하게 되고 못하면 초조 불안하게 된다. 몸에선 호흡이 빨라지고 긴장감은 높아지고 진땀이 나며 흥분되어 머리에선 모락모락 김이 난다. 손가락이 쥐 나는 동안 몇 시간씩 앉아 있는 허리, 다리는 꼬고 있으니 골반 호흡은 안되고 뇌척수액 흐름도 나빠져 뇌력 저하는 당연한 결과. 그것뿐이면 말도 안 해. 여자 남자 생식기 혈행이 나빠져서 월경통, 정계정맥류, 불임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고. 가사분담은커녕 가지가지 속 썩인다. 부부싸움, 대화단절, 운동이나 여행 등 몰취미로 ‘가족 소외’의 시작이다.
한겨레신문의 르포기사 - 도박에 중독된 도시 - 를 읽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창신동은 동대문 시장과 가깝고 작은 봉제 공장들이 많아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은 서민 동네다. 이주여성노동자쉼터도 있어서 나도 간 적이 있다. 여기에 성인오락실과 게임방이 들어서면서 도박 바람이 몰아쳐 난리란다. 사장들은 직원들 월급 줄 돈까지 날리고 부도에 파산으로 이어지고, 직원들은 월급도 몇 달씩 못 받고 직장마저 문 닫고 고통에 시달리니 한 주민은 ‘성인오락실이 쇠파리처럼 꼬여 가난한 동네의 피를 빨고 있다’고 한탄했다. 전국으로 번진 오락 광풍 화려한 네온간판 뒤에 절망과 파멸의 그림자가 짙다.
성인오락에 빠져 카드빚에 월세 보증금까지 까먹고 신용불량자가 된 30대 가장이 자살했다. ‘마음 잡아도 눈앞에 배팅 기계만 보이고’라는 유서만 남기고.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것은 옛말이고 최신 버전은 ‘애들 오락이 어른 도박 된다.’
도박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게임 중독은 몇 달 만에 걸려서 빨리 맛이 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니 결혼할 때 고려해야 할 배우자의 조건에 게임, 도박은 필수고 포르노 중독, 홈쇼핑 중독도 꼼꼼히 체크 추가요!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