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추운 겨울에는 심·뇌혈관 계통 질환을 유의하시라고 말씀드렸었어요. 그러면서 중풍(中風)을 언급했었는데, 한의학에서 대체 무엇을 중풍이라고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중풍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중풍을 ‘풍 맞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뇌졸중(腦卒中)’이라고도 하는데 서양의학에서 보자면 뇌에 생기는 급성 및 아급성 질환으로 인한 여러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출혈, 뇌경색, 일과성뇌허혈, 지주막하출혈, 뇌수막염, 경막하혈종 등 종류가 아주 다양하며 때로는 신경섬유종이나 파킨슨, 치매 등으로 인한 증상들도 중풍이라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중풍은 뇌에 생기는 변화 때문에 생명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을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들을 왜 중풍이라고 했을까요? 중풍의 풍은 한자로 ‘바람 풍(風)’을 쓰는데 발병 특징과 변화양상이 바람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솔솔 불기도 하지만 이유 없이 돌풍으로 바뀌기도 하고 여기저기 휩쓸고 다니기도 하지요. 중풍이라는 병도 급작스럽게 생기고 증상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바람에 빗대어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중풍 초기에는 일단 응급 치료가 중요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먼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이나 심장마사지 등을 하면서 몸에 산소가 잘 공급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막혀 있는 혈관이 있다면 그 부분은 뚫어내야 하고 혈관이 터진 곳이 있다면 흘러나온 피를 제거해야 하며 주변 조직이 괴사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머릿속 압력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화학약품도 투여해야 하는 등 서양의학적 처치가 필수입니다.
한의학적 처리로는 액체화되어 있는 우황청심원을 입에 흘려 넣어 복용시키기도 하는데, 의식이 불분명하거나 삼키는 것을 잘 못하는 상황에서는 입을 통해 약을 먹이는 것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십선혈(十宣穴)이라고 불리는 열 손가락 끝의 구급혈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손톱 뿌리 중앙 부분을 사혈침으로 따서 피를 내면 순간적으로 혈관 내 압력이 내려가기도 합니다.
생명이 위급할 수 있는 초기 상황을 무사히 넘겼다면 빠른 회복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뇌혈류 흐름을 개선시키면서 저하된 신체 기능을 전반적으로 호전시키려면 한약 치료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풍 치료에 투여하는 한약은 환자의 운동 능력, 의식 상태, 소화 기능, 기타 증상 등에 따라 개인별로 처방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침 치료를 병행하면 좀 더 빨리 운동 능력이 회복될 수 있는데 침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침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초기 중풍 증상이나 후유증은 한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어떤 병이 든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과 관련된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중풍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 그런 분들께서는 겨울철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References
© 남지영 박사의 편안한 웰빙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