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대신 매너와 다정함으로

현재 지구 인구는 76억을 넘었고 매일 17만6천여 명 아기가 태어난다. 다들 어떻게 태어났을까? 옛날 옛적 어느 날 밤 엄마와 아빠가 뜨겁게 안는 바람에 난자와 정자가 핵융합(?)을 한 덕분이다. 섹스에 있어 인간은 복이 아주 많다. 동물의 왕국에선 우두머리 수컷이 암컷을 독점해서 연애 기회가 불공평하다. 몰래 대장의 애인을 넘보다 들키면 쫓겨나거나 목숨을 잃는다. 그에 비해 인간은 일부일처제라 힘 대신 매너와 다정함으로 사랑을 얻기에 유리하다.

그날의 뜨거운 밤을 상상해보자. 정자는 사춘기부터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난자는 엄마 뱃속 5개월 태아 때부터 이미 난소에 씨앗이 수백만 개가 준비된다. 한 번에 2억 마리 정도 사정된 정자 중에는 기형에 약한 정자가 훨씬 많다. 임신이 가능하려면 건강한 정상 정자가 최소 4%는 넘어야 한다. 둥근 머리엔 유전자 정보를 담고 꼬리로는 자궁을 지나 난관까지 헤엄을 쳐 올라간다. 쾌락을 느끼면 충분히 분비되는 질 분비물과 자궁경부 점액은 기형 정자를 제거하고 건강한 정자가 난관으로 가는 것을 돕는다. 1시간 넘게 천신만고 항해를 거쳐 겨우 2~300마리가 살아 도착한 곳은 난관 팽대부. 아가씨 같은 난자를 학수고대하던 정자 앞에 나타난 것은 예상과 달리 1000배나 큰 난자이다. 허걱.

난자는 몸에서 가장 크고 정자는 가장 작은 세포. 난자는 유전자가 담긴 핵 외에도 풍부한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가 수백 개나 있어 커야 한다. 그러니 한 달에 1개만 공들여 겨우 성숙시켜 평생 4~500개밖에 못 만든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저자인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님은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커다란 난자 표면에 달라붙은 정자 모습은 달 표면에 내려앉은 우주선 같다’고 하셨다.

아들과 딸은 누구를 더 닮을까?

생물 시간에 배웠어도 아들은 아버지를 닮고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 듯하다. 아들도 할아버지, 아버지 혈통만을 따랐다고 생각하는데 과학적 팩트는 이렇다. 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남자의 염색체에는 XY가 있는데 엄마에게 받은 X염색체는 유전정보가 천팔백여 개 들어 있는 반면, 아빠에게 받은 Y염색체는 사백오십여 개 정도밖에 안 들어서 크기가 작다. 엄마의 큰 X염색체를 받다 보니 아들에서 엄마 유전자가 더 많이 발현되어 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아들은 엄마를 더 많이 닮는다. 그렇다면 딸은 어떨까? 엄마 아빠에게 X를 하나씩 공평하게 받아 정확히 반반 닮는다.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옛말은 이제 그만하시길!

남자들도 안다. 자기를 닮은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꼭 여자 몸을 통해서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질투가 날까 고마울까는 자신에게 달렸다. 우리나라엔 미혼모는 있지만, 미혼부는 안 보인다. 정자만 제공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나. 북유럽 어느 나라에선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월급을 압류하기도 한단다. 프랑스는 결혼 외 동거 커플의 출산 비율이 39%가 넘고 미혼모는 돈은 물론 학업과 취업도 지원해준다. 마음 놓고 아기 낳게 해주는 것이 육아 복지의 기본 아닐까.

임신 노력은 부부가 같이

결혼을 하면 부담되는 임신과 출산은 여자들에게 스트레스다. ‘아기모’들이 친정어머니와 같이 한의원에 내원하면 다행이지만 시모님과 같이 오면 내가 말조심을 해야 한다. 어떤 분은 나중에 전화까지 걸어 며느리가 무슨 병인지 알고 싶어 하신다. 만일 난임 갈등이 발생하면 바로 아들 편을 드실 터. 그런데 아들의 고환이나 정자 생성, 운동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시어머니가 따라오신 적이 거의 없다. A/S 차원에서 오셔야 할 듯싶은데. ㅋㅋ

요즘은 정자 문제로 남성 불임도 많다. 아들 부부와 같이 오신 시어머니. 아들도 생활습관 빵점에 건강이 엉망이다. 이럴 때 씨앗은 남자 여자 반반씩 대는 거니까 정자를 건강하게 해야 튼튼한 아기를 만든다고 설명해드린다. 농부는 씨앗을 얻기 위해 천 리를 간다. 최고의 씨앗을 얻기 위해 정성을 쏟아야 한다. 고환과 난소는 인체에서 뇌와 함께 최고로 고등하게 발달한 생식기관. 그래서 오히려 연약하고 예민해서 잘 관리해야 한다.

‘아기부’도 임신 준비를

남자도 삼십 대 중반이 지나 사십 대가 되면 생식능력 저하가 오고 여자처럼 갱년기도 온다. 정자는 고환에서 생산되어 부고환에서 똑똑하게 성숙해서 나온다. 그러니 임신 준비는 백일정성 들이듯 하고 석 달 전부터 술 담배부터 조절하자. 알코올은 고환을 공격하고 정자를 약하게 만든다. 적당한 음주는 시간을 연장해준다고? 아니다. 신경도 둔화되고 쾌감도 무뎌진다. 고환도 뇌처럼 혈액과 산소가 풍부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장시간 앉아서 사무나 컴퓨터에 매달려 골반과 음경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운전 적게 하기, 전자파 노출 줄이기. 다리 꼬지 않기를 습관화하자. 마가린 같은 경화유, 튀김, 기름진 고기류는 음경 혈관에 제일 안 좋다.

종이컵, 접착제, 플라스틱, 비닐제품의 환경 호르몬과 화학물질은 생식 호르몬을 교란시킨다. 개인 컵 사용 습관을 들이고 잎 푸른 채소, 엽산, 청경채, 브로콜리, 시금치, 씨앗류, 해조류, 아연이 풍부한 굴, 새우, 지방 없는 살코기, 생선, 씨눈이 살아있는 잡곡밥 등 자연밥상을 강추한다. 햇볕은 뇌하수체 성 자극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스트레스, 패스트푸드, 환경오염에 찌들은 몸에 들판에서 말달리고 활 쏘던 원초적 야성(野性)을 깨우자. 콕 집어서 정력 팁은(?) 나중에...

* 아기모: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 / 아기부: 아기를 기다리는 아빠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