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아무리 콩깍지 씌었어도 건강한지 잘 따져보자
결혼! 눈에는 콩깍지, 귀에는 세레나데가, 코에선 콧소리가 들린다. 몸과 마음이 맞아 살면서 안정적인 섹스를 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운명을 믿는다. 아무것도 안 보고 마음 하나 보고(?) 결혼을 한 이후에는 자식을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송아지는 낳으면 제 발로 서고 며칠 후엔 겅중거리고 뛰어다닌다. 사람의 아기는 유난히 허약하여 혼자서는 생존을 못하니 부모에게 의존해야 한다. 20년은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 키워주는 양육 기간이 필요해 부모가 최소한 자식이 클 때까지 살아 계셔줘야 한다. 돈이 많아도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농사. 젖 물리고 기저귀 갈며 앓는 애 안고 밤도 새우는 긴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내 자식의 부모가 될 사람을 돈, 얼굴, 직장뿐 아니라 건강습관과 실천 노력도 따져봐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육아공동체 부부의 건강습관
아이의 부모가 될 배우자, 침대보다 꼼꼼히 골라야 합심해서 공동육아를 할 수 있다. 타고난 건강체질도 좋지만 평소의 생활습관이 중요! 알고도 안 지키며 제멋대로 사는 사람, 낭만만 부르짖는 사람과는 연애까지만.
위장약을 달고 다니면서 밥 잘 안 챙겨 먹는 사람, 깨작깨작 편식하는 사람은 너그럽지 못하다. 밥 한 그릇에 담긴 땀과 수고를 모르고 음식 타박하는 인성은 제 밥그릇 뒤집는 격이니 하늘이 준 천복도 달아난다. 전염성이 있는 결핵을 앓는 사람은 몸이 허약해서 성생활을 하면 더 나빠지니 결혼보다 급한 것은 치료다. 간 기능 검사로 간염 여부를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한다. 보균자라면 피로 예방과 휴식, 규칙적인 식사로 체력을 유지한다. 저체중에 날씬 몸매로는 육아는커녕 일찍 골다공증이 생기고 여기저기 아프고 힘이 달린다. 잘 먹고 튼튼한 엄마가 좋다. 담배 피우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담배를 일찍 배워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대음대취(大飮大醉)로 한평생 술 좋아하는 사람은 끝이 어떨까? 술김에 욱해서 다치거나 쓸데없는 일에 연루되거나 건강이 크게 상한다.
음료수와 술의 차이는 알코올이 들었고 안 들었고의 차이 정도다. 콜라, 라면, 사탕,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빙과류 등 인스턴트나 탄수화물을 달고 살면 본인은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이 우려되지만, 다음 세대 자식은 더 어린 나이에 과잉 노출되어 치아와 뼈가 약해지고 식이 문제가 꼬리를 문다. 모름지기 부모는 어두운 밤에 등불 들고 가듯 조심조심 자식들을 키워낼 일이다. 건강 버릇은 아이들에게도 유전되니까.
아이들이 클 때까지 오래 살려면
한의사 생활 30여 년. 결혼식, 환갑처럼 축하 자리엔 못가도 병문안과 애도 문상은 빼놓지 않았다. 이른 아버지의 죽음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의 생로병사를 지켜보았다. 깨우친 것은 사람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는 것!
큰애는 걸리고 작은애는 등에 업은 아내가 거구의 남편을 앞세워 들어섰다. 시댁 식구들은 물론 남편까지 성인병이라 단명하거나 중풍 체질 같아 불안하다는 아내의 말. 과음습관에 뚱뚱하고 고혈압과 당뇨까지 있는 성인병 종합세트 환자에게 정색하고 질문을 했다.
“막내는 지금 몇 살이고 돈은 많이 벌어놨으며 하느님 빽 있습니까?”
물론 아이들은 어리고 아내는 몸이 약하고 저축은 얼마 안 되고 하느님이 자기들만 사랑하실 리 없지. 남편은 기분 나쁜 질문에 처음엔 무척 자존심이 상했을 터. 그런데 집에 돌아가 되짚어 생각해보니 아픈 질문 속에 환자와 가족을 염려하는 나의 마음이 들어 있음을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단다. 커다란 덩치의 사나이가 음주도 줄이고 ‘선배님’이라며 건강습관을 바꾸려 애쓰니 참 기뻤다. 육아는 적어도 20년간의 공동체라 배우자가 오래 살려면 건강에 대한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 어머니도 일찍이 터득하셨으면 명이 긴 남편감을 고르지 않으셨을까. (ㅠㅠ)
연애할 때 따져 볼 배우자의 성격과 습관
매일 데이트에 먼 거리 집까지 차로 바래다주는 매너남과 결혼한 여성. 남편의 음주 문제를 전혀 몰랐다. 애인이 술도 안 마셔서 자기처럼 못하는 줄 알았다. 신혼여행 가서 잠깐 밖에 나간 사람이 비닐봉지에 소주와 맥주를 사 왔기에 긴장이 되어 그러는 줄 알았는데 웬걸(?)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마시고 낮에 식장에서 기분 나빴던 이야기를 자꾸 하더란다. 졸지에 자기 잘못으로 남편 우습게 만든 죄인이 되어버려 억울했지만 이것이 신호탄인 줄 꿈에도 몰랐다. 시댁 식구들은 쉬쉬했는데 나중에야 알코올 중독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음주운전 경력도 있는데 연애 중에는 데려다주고 귀가 후에 마셨단다. 이걸 모르고 술 안 마시면 말 없고 침울한 것을 매너 좋고 과묵한 것으로 착각했던 것. 매일 음주 후 생트집을 잡으며 앉혀놓고 잠 안 재우고 생고문이 따로 없었다. 어느 날 꿀물에 수면제를 타서 남편에게 먹였더니 주사가 짧아지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정작 아내는 남편이 혹시 잠에서 못 깨어나고 죽을까 봐 드르렁 코골이가 멈추면 심장에 귀를 대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최근 심각한 문제는 배우자의 컴퓨터, 핸드폰 중독! 귀가하면 가족과 노는 대신 방문 닫고 게임을 하느라 노트북을 안고 잠이 든다. 아이는 아빠랑 뛰어놀아야 하는데 소외된다는 느낌이 드는지 갈등이 심하다.
데이트 폭력은 결혼하면 상습이 된다. 걸핏하면 눈 부라리고 고함치는 분노조절장애를 내가 사랑으로 감싸겠다는 심청이형 배우자도 있다. 폭력 아버지를 둔 딸들, 부모를 대신해 가족을 챙겨온 착한 여자들이 환경적 유전을 거듭하게 된다. 정신적으로 ‘희생자’ 역할을 해오다 보니 성실형 배우자를 고르는 눈이 발달하지 못하는 것. 잘못은 말로 법으로 가릴 일이지 주먹은 아니다. 이 세상에 맞을 짓은 없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때기’인 줄 아는 데는 가마니 탓도 있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