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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황제내경 · 소문』의 운기칠편(運氣七篇)에 의거하여 식치방(食治方)을 활용하는 매뉴얼을 만들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정리는 마무리되고 있으므로 우선 올여름을 이겨내는 운기학적인 음식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올해 무술년의 대운(大運)은 화운(火運) 태과(太過)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의 차이에 따라 가까워지는 별들이 다르고 그 별들 및 태양의 운동으로 인하여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 에너지 – 오운(五運) : 목운(木運), 화운(火運), 토운(土運), 금운(金運), 수운(水運) – 중 화운(火運)이 유난히 강할 수밖에 없는 궤도를 돌게 되는 해라는 뜻이다.


또한 달은 지구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돌면서 지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고인들은 우리 인간 세상이 직접 느끼고 영향을 받는 1년간의 변화를 여섯으로 나누어 육기(六氣)라 하였고 그중 가장 강하게 1년을 - 특히 상반기를 – 주관하는 제3기(第三氣; 5월 21일에서 7월 23일까지)를 ‘사천(司天)의 기(氣)’라 하였는데 이것과 대운과의 역학적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술년의 사천은 태양한수(太陽寒水)이다. 대운이 비록 강한 화운이지만 사천이 한수이면 수(水)가 화(火)를 누르게 되어있다. 물로 불을 끄는 이치와 동일하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에 어떤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인체에는 무슨 병증이 야기되는지에 대하여 운기칠편 중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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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사천(太陽司天), 한음소승(寒淫所勝), ------. 운화염렬(運火炎烈), 우폭내박(雨暴乃雹), 흉복만(胸腹滿), 수열(手熱), 주련(肘攣), 액종(掖腫), 심담담대동(心澹澹大動), 흉협위완불안(胸脇胃脘不安), 면적목황(面赤目黃), 선애익건(善噫嗌乾), 심즉색태(甚則色炲), 갈이욕음(渴而欲飮), 병본우심(病本于心).”


“태양한수가 사천인 해에는 한기(寒氣)가 다른 기보다 강하여 기후가 차가워진다. -------. 대운이 화운 태과일 때 (사천이 한수이면) 폭우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진다. 흉복이 그득해지거나 손이 뜨거워진다. 팔꿈치에 경련이 일어나거나 겨드랑이가 붓고 아프거나 심장이 물결치듯 크게 뛴다. 흉협과 위 부위가 편치 않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안구가 누렇게 된다. 트림이 잦고 목구멍이 마른다. 심해지면 얼굴색이 검게 되거나 갈증이 난다. 이러한 병증의 뿌리는 심장에 있다. 
   
폭우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지는 이유는 수화(水火)가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고대의 의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수열(手熱), 주련(肘攣), 액종(掖腫), 심담담대동(心澹澹大動), 면적(面赤) 등의 병증은 대부분 심장병에 속한다. 색태(色炲)는 신장병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밖에 간장병이나 위장병의 병증들도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신병과 심병 이후에 전변되어 나타나는 병증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요점은 - 운기칠편의 다른 조항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 여기서 나타나는 심장의 병증은 신장의 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태양한수가 사천인 해에는 일단 한습(寒濕)으로 인한 신장병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이 불에 이르면 불이 꺼지듯이 한수로 인한 신장병이 심장에 영향을 주어서 심장병이 온다는 뜻이다. 실제 임상적으로도 태양한수가 사천인 해에는 가장 먼저 신장 및 방광의 한습병을 주의해서 살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은 그 치료법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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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지기(司天之氣), 한음소승(寒淫所勝), 평이신열(平以辛熱), 좌이감고(佐以甘苦), 이함사지(以鹹瀉之).”


임상적으로 한(寒)의 특징은 응체되고 맑으며 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병(寒病) 환자들은 응체되어 소통하지 못하고 증상의 부위가 고정되어 이동하지 않으며 배설물도 맑고 냉하다. 예컨대 동통 부위가 고정되어 있고 소변이 맑고 사지가 싸늘하고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채로 배설되고 생리적인 대사기능이 쇠퇴하면 한병으로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한병은 흔히 겨울철 추울 때 발생하기 쉽다. 그런데 이 경우는 화기(火氣)가 왕성한 여름철에 한기가 그 화기를 억누르는 상황이므로 가장 필요한 치료법은 맵고 뜨거운 맛으로 한기를 녹여서 흩어버리는 것이다. 만일 겨울철에 한병이 들었다면 달고 뜨거운 맛으로 너무 지나친 한기의 응체를 녹이고 느슨하게 하는 정도가 필요하겠지만 여름철 한병은 당연히 강력한 발산작용이 계절적인 흐름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좌이감고(佐以甘苦) 이함사지(以鹹瀉之)는 <장기법시론(臟氣法時論>에서 “신욕견(腎欲堅) 급식고이견지(急食苦以堅之) 용고보지(用苦補之) 함사지야(鹹瀉之也).”라고 하였듯이, 겨울철에 응하는 신장은 필요한 물질을 저장하고 문을 닫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욕구가 있으므로 쓴맛을 먹어 필요한 물질을 가득 차게 저장해야 하는데, 만일 저장이 부족하면 쓴맛을 먹어 보충하고 저장 물질이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물질이 있으면 짠맛을 먹어 덜어내거나 쏟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단맛은 한기로 응체된 것을 느슨하게 풀어주면서 기타 장기로의 파급을 해소시키므로 당연히 필요하다.


만일 어떤 한 가지 심각한 질병에 대한 문제라면 당연히 가장 적합한 한약 처방을 끄집어내야 하겠지만,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기후의 변화로 인하여 발생 가능한 질병의 상태와 치료의 원칙을 논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보다는 평소에 늘 먹어야 하는 음식을 이에 맞추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고 일반 사람들에게 유익한 방법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굳이 어느 정도 치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할 때는 당연히 식치방(食治方)을 잘 선택하여 응용해야 할 것이다.


맛이 맵고 성질이 뜨거워서 한기를 녹여 발산시킬 수 있는 재료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 재료를 열거하자면 고추, 마늘, 파, 생강, 산초 등을 들 수 있다. 만일 평소에 기허(氣虛), 양허(陽虛)가 심한 사람이 보기(補氣), 보양(補陽)도 곁들이면서 한기를 이겨내려면 양고기, 새우, 부추 등이 적합하고, 음혈(陰血)이 부족한 사람이 보혈(補血), 보음(補陰) 하면서 한기를 이겨내려면 대추, 잣 등이 필요하다. 소화가 안 되면 고수나 누룩이 좋고, 원래부터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곰취 뿌리, 부추 뿌리, 파즙 등이 이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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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KMCRIC의 공식적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안문생 박사의 약선설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