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상응”, “인간은 소우주”
한의학을 처음 배웠을 때를 떠올리면 강하게 튀어나오는 문구다. 한의학은 자연의 산물을 통해 인체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지혜를 의학의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고 학습을 하였다.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것도 한의학의 가르침으로부터였을까?
비록 1년에 한두 번이지만 여행 가이드(?)로 나서게 된 지가 벌써 10년의 세월이 되었다. 10년 전 건강대학원이라는 이름으로 3박 4일의 워크숍을 설악산 오색에서 가졌다. 이른바 병원이 아닌 곳에서의 치유를 모토로 자연환경에서 스스로의 치유력을 높이는 방법을 실천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그곳에서 한약을 활용한 건강식, 온천, 한의학에 기반을 둔 음악치료, 트레킹,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짚어보고, 100세 건강의 시대에 살기 위한 생활습관을 길들이는 작업을 한 것이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신의 치유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기획의 작품이었다. 중년에 접어들었어도 채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또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바삐 지나가던 분들에게 3박 4일의 기간 동안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2년 정도 고정된 캠프에서 진행한 이후, 걷기와 여행이라는 것을 포함하여 재미와 의미를 더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나의 삶과 건강을 돌아보기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여행 동안 오롯이 자신의 삶과 건강에 대하여 점검하고 사색하고 행동하여 자신의 일상으로 녹여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걷기 여행의 스태프로 참여를 하면서 이른 아침에는 명상을 하고, 오전, 오후에는 걷기를 하는데, 걷는 동안 자연을 느끼고, 알고, 즐기고, 또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학습을 하고, 개별적인 고민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며, 저녁 시간이면 아픈 증상, 예를 들어 무릎이나 허리의 통증에서 시작하여 물집이 잡힌 발가락 등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 또 밤 시간이면 여행에서 얻는 지혜를 서로 간에 공유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여행을 보내고 나면 자연을 닮는 철학을 하게 되어, 인생의 의미와 재미를 찾게 되고, 기억 속에 강력하게 저장되며, 어느새 나의 삶 속에 녹아들게 된다. 이런 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6개월에서 1년은 그 추억 속에서 행복을 꺼내어 자생력으로 삼을 수도 있고, 또 그 에너지가 떨어질 즈음이면 다음 여행을 계획하면서 에너지를 빌려 오곤 했다. 한의학을 처음 접했을 대학교 초년 시절,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고, 순응하고, 자연의 자원을 활용하는 그런 가르침을 여행을 통해 실현하였다.
이런 여행. 명상, 상담, 치료가 함께하는 여행에서 한의사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런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기에 한의사가 딱 어울리는 직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의사가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자연 현장이 아닌가.
“인지력, 심리적 안정, 면역력, 환경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산림문화, 휴양에 맞는 치유의 숲, 자연휴량림 치유 활동 기획 개발자”인 산림치유사 역시 한의사에게 딱 어울리는 직업일 수 있다.
어느새 진료 현장이라는 병원에 익숙해져 버린 한의사의 꿈,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의 자원을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철학을 가진 모습. 그저 꿈은 아닐 것이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제11조의2에 따라 산림치유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산림치유를 지도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산림치유는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 김종우 교수의 걷기. 여행..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