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질병이나 고통 없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키우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내부적 조건은 아이의 자체 면역력(좋은 면역력)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적 개념에서 좋은 면역력이란, 우리 몸과 외부의 질병 유발 조건이 맞았을 때, 즉 사기(邪氣)가 침입했을 때, 이를 적절하게 컨트롤해서 합병증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잘 이겨내도록 하는 좋은 기운인 정기(正氣)라고 할 수 있다. 감기나 독감이 유행할 때 어떤 아이는 매번 심하게 오랫동안 고생하지만, 어떤 아이는 가볍게 슬쩍 앓고 별 탈 없이 쉽게 지나가거나 아예 증상도 없이 무탈하게 넘기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일한 외부적 조건에서도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좋은 면역력이다.
항생제와 해열제 남용은 오히려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려
요즘 아이들은 덩치(체형)는 커졌는데 체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의 면역력 수준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거나 불안정해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조금만 아파도 항생제나 해열제 등을 무리하게 처방해왔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 훈련의 귀중한 기회와 시간을 없애버린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사실 좋은 면역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싸우는 과정에서 조금씩 습득된다. 감기에 걸려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엄마는 걱정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 증상은 우리 아이의 몸이 외부의 나쁜 기운과 열심히 잘 싸우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우리 몸은 나쁜 기운과 싸우면서 이전보다 더 튼튼한 좋은 면역력을 키워가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항생제나 해열제의 남용으로 질병과의 싸움을 무리해서 멈추게 하면, 아이 몸은 저항력을 키우지 못해서 환절기 때마다 혹은 일 년 내내 비슷한 증세에 계속 반복적으로 시달리게 된다. 결국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면역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항생제나 해열제에만 의존하는 무리한 치료는 오히려 면역력이 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다. 좋은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어찌 보면 유기농 농사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해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해충에 강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식물 자체의 힘을 강화시키면서 보살핀다는 것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반드시 이러한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아이 몸이 자연의 기운을 따를 수 있도록 도와야
전통 한의학에서는 사계절의 변화 주기에 맞춰서 몸의 기혈 순환이 스스로 조절되는, 즉 항상성(homeostasis)을 잘 유지하는 신체를 건강하다고 보았다. 겨울에 난방을 지나치게 해서 몸이 뜨거워지면 추운 겨울에 맞추어야 하는 몸의 기운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해서 몸에 여러 가지 이상 증세가 생길 수 있다. 즉 과도한 난방은 실내 습도를 떨어뜨리고 아이 호흡기나 피부의 수분도 빼앗아 감기, 천식, 비염, 축농증 등 각종 호흡기 관련 질병은 물론 아토피 피부염이나 습진, 땀띠와 같은 피부 질환까지 심해지게 만든다. 실내외 온도 차가 너무 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몸의 적응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두통이나 무기력증이 생기고, 기존의 알레르기 질환 등이 악화되는 등 난방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여름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과도한 냉방으로 감기나 냉방병 등에 시달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의 좋은 면역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의 변화, 즉 자연의 기운을 잘 따르면서도 아이가 그러한 변화에 편안하게 적응하도록 꼼꼼하고 현명하게 키우는 것이다. 여름에 약간의 더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에 양기(陽氣)를 축적해서 음기(陰氣)가 가득한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다.
손과 발, 배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적정한 체온의 유지는 좋은 면역력 유지 및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몸에서 면역 작용을 하는 백혈구는 체온이 1도 올라갈 때 그 활동이 5배가량 활발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대로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가까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평소보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빨리 낫는 것도 체온이 면역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체온이 떨어지면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외부 사기(邪氣)가 몸에 침입했을 때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정기(正氣)가 약해져서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다른 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그중에서도 손과 발, 배의 기운을 따뜻하게 해야 전신의 기혈이 원활해져서 면역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사람의 손과 발은 모든 기혈이 지나가는 곳이다. 손과 발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기혈 순환이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손을 비비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놀이로 아이의 손을 자주 자극하는 것이 좋다. 만약 손과 발이 지나치게 차가운 수족냉증이 있다면 전문가로부터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족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열은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38-40℃의 따뜻한 물에 발목 아래까지 담그고 5-10분 정도 있도록 한다. 속옷을 입고, 속을 따뜻하게 보충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잘 때 배를 덮어주는 것도 잊지 않도록 한다.
면역력을 보태주는 어린이 보약으로, 스스로 이겨낼 힘을 키워준다
아주 어린 시기부터 놀이방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요즘 아이들은 환절기만 되면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다양한 병증에 노출된다. 늘 피곤해하거나 식욕부진이 있는 허약체질인 아이들은 면역력도 많이 약해서 유행하는 질환들은 어김없이 앓고 넘어가게 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잦은 감기 등에 반복 노출되어 비염, 아토피, 천식, 중이염 등으로 악화되고 이로 인해 성장부진이나 집중력 저하 등을 초래한다.
아이의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신선하고 질 높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사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아이들, 특히 허약아는 좋은 기운을 보태주거나 강화해줄 수 있는 어린이 보약을 통해서 부족한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체질이나 병증, 경향성 등에 따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처방 구성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막연하게 좋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홍삼이나 녹용이 들어갔다고 해도 전문가로부터 정확하게 처방받지 않으면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 보약을 처방받을 때는 반드시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같은 검증된 전문의료기관에서 꼼꼼하게 상태를 진찰받은 후에 복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좋은 면역 지킴이, 황만기 박사의 알레르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