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어린이 심학규
아직 마음속에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우리 아이들의 눈은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윗집, 아랫집 아이들을 살펴보면 정말 눈이 맑고 밝고 순수하다. 웃을 때도 순수하게 웃고 울 때도 순수하게 운다. 속이며 웃지 않고 속이며 울지 않는다. 세상의 때를 덜 탄 마음이기에 그 눈에서도 세상의 때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눈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의 때는 묻지 않았거늘 세상의 보조 장치는 필요한가 보다. 안경 쓴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유치원 연령의 아이들도 안경을 끼고 있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아이들의 시력의 문제는 근시, 원시, 난시 중에서 근시인 경우가 제일 많다. 이렇게 근시가 생기는 것은 야외 활동이 부족하고 실내 생활이 지나치게 된 것이 큰 원인이라 할 것이다. TV를 많이 보거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거나 학습량이 지나치거나 하여서 오랜 시간 가까운 곳만 보고 작은 글씨들을 보아서 근시가 잘 생기게 되는 것이다. 21세기에도 어린이 심학규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시력 회복을 위한 안구 운동
시력의 회복을 위해 평소 시행하면 좋은 안구 운동이 있다. 바로 안구에 부착된 외안근과 내안근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운동이다. 외안근이란 눈이 상하좌우를 쳐다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근육이다. 내안근이란 눈이 먼 곳과 가까운 곳을 식별하고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근육이다.
먼저 외안근을 풀어주는 안구 운동에는 회전 운동, 대각선 운동, 상하 운동 그리고 좌우 운동이 있다. 회전 운동은 머리는 정지한 채로 눈동자를 시계방향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대각선 운동은 눈동자로 엑스 자를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이다. 상하 운동은 상단에서 하단으로, 하단에서 상단으로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이다. 좌우 운동은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이다. 각 운동을 3회씩 실시하기를 시간이 날 때마다 해주면 된다.
다음으로 내안근을 풀어주는 안구 운동에는 원근 운동과 명암 운동이 있다. 사람의 눈이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모두 잘 보려면 하루 중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바라보는 시간이 같아야 한다. 먼 곳인가 가까운 곳인가 판단하는 기준이 6미터이다. 따라서 6미터 바깥에 놓인 사물과 6미터 안에 놓인 사물을 교대로 바라보는 원근 운동을 하면 된다. 또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모두 잘 보게 해주는 명암 운동도 필요하다. 두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서 마치 뚜껑을 덮듯이 양쪽 눈을 손바닥으로 덮어준다. 10초 정도 유지한 후 손바닥을 열어주고 다시 10초 후에 덮어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원근 운동과 명암 운동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해주면 되는 것이다.
3년 동안 눈을 감아라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질병 중에서 간로(肝勞)라는 병이 있다. 이는 글씨를 오래 읽거나 바둑이나 장기 등을 지나치게 하여서 눈이 병든 것을 말한다. 만약 이를 치료하고 싶다면 삼 년 동안 눈을 감고서 아무것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정말 삼 년 동안 폐인처럼 눈을 감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런 뜻은 아니다. 삼 년 동안 눈을 혹사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삼 년 동안은 눈을 혹사해 가면서 글자를 오래 보거나 바둑이나 장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라는 뜻이다. 삼 년 동안은 모니터의 글씨를 장시간 보거나 게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고 눈을 푹 쉬게 해주라는 뜻이다. 그래야 가까이 놓인 글씨를 지나치게 읽어서 간이 상하고 눈이 상하는 간로(肝勞)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한 번 상한 눈은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그 정도로 눈을 아껴주고 눈에 휴식을 주어야 고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의 경고와 처방
눈이 병들게 하는 원인에 대해서 동의보감은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여러 가지 경고 중 ‘장기나 바둑을 쉬지 않고 두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쉬지 않고 하는 것’과도 같다. ‘밤에 가는 글씨를 보는 것’은 지금으로 치자면 ‘모니터나 게임기의 작은 글씨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과도 같다. 자야 할 시간인 ‘밤에 책을 읽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자야 할 시간에 잠도 못 자고 ‘밤에 학습을 강요당하는 것’과도 같다. 이런 것들이 눈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눈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 동의보감은 여섯 가지의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지나치게 읽지 말 것이 첫째요, 마음의 괴로움을 줄일 것이 둘째요, 눈을 감고 쉬게 해줄 것이 셋째요, 물건을 뚫어지게 보지 말 것이 넷째요, 늦게 일어날 것이 다섯째요, 일찍 잠들 것이 여섯째이다.” 요약하자면 수면을 충분히 취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말 것이며 글씨를 지나치게 쳐다보아서 눈이 피로하도록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이 건강한 눈을 가지게 하는 동의보감의 비결이다. “이 처방을 일 년간 잘 지킨다면 가까이는 자신의 속눈썹까지 셀 수 있고 멀리는 막대기의 끝도 볼 수 있으며, 오랫동안 잘 지킨다면 담장 밖의 것도 환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눈을 잘 지켜줘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주의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화면을 오래 보았다면 그 시간만큼 멀리 있는 사물을 쳐다보게 함으로써 눈이 쉴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안구 운동을 가르쳐주면서 자주 하도록 시킨다. TV 시청 거리는 멀수록 좋기에 거실 벽의 끝에 앉아서 보도록 한다.
만약 아이가 독서를 할 때 책을 자꾸 눈 가까이 가져오려고 하거나 TV를 시청할 때 몸을 자꾸 앞으로 내밀거나 혹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면 근시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성장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신체가 유연하고 회복력도 매우 빠르다. 그러니 동의보감의 경고와 처방을 잘 따라주면서 동시에 안구 운동을 아이에게 꾸준히 시켜 준다면 어떨까? 근시 초기라면 충분히 회복할 가능성도 높으니 말이다.
© 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