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35-01.jpg


압구정동 놀이터에서 생긴 일이다. 고등학생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중학생을 딱 한 대 슬쩍 쳤다고 한다. 주먹으로 턱관절을 맞아서 뼈에 금이 갔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진짜 조직(?)에 몸담고 계신 분이었다. 아무것도 필요 없고 ‘당신 아들을 똑같이 만들어 놓겠다’는 걸 부모들이 손발이 닳도록 빌고 돈 1000만 원을 강제로 주고서야 무마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졸업은커녕 소년원에 갈 뻔했다. 바가지 썼다고? 아니다... 이번 칼럼 <턱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돈 벌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 대니 런던이라는 권투 선수가 있었는데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어느 날 권투 시합을 하다가 상대편의 세찬 펀치를 얻어맞았는데 갑자기 귀도 뚫리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펀치를 맞으면 귀 고막이 파열되고 얼굴 살이 찢어지며 뇌가 충격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심봉사가 눈을 뜨듯이 대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혹시 대니 엄마의 우주의 기운을 모은 기도빨?


답은 맨 마지막에 있다. 이제 놀라운 턱관절 이야기를 차차 풀어가려 한다. 


머리 쪽에서 유일하게 잇는 관절이 바로 턱이다. 턱관절 (TMJ)은 하회탈처럼 측두골과 아래턱뼈를 연결하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양쪽을 동시에 움직이며 두개골 운동에 영향을 주어 뇌척수액의 순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귀 바로 앞쪽에 있으며 음식을 씹고 말을 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처음 듣는 턱관절 장애


부모 손에 억지로 끌려온 중학교 3학년 정우.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비염과 체기가 있고 헛구역질을 잘한다. 엄마 말로는 밥도 안 먹고 간식도 안 먹고 도대체 먹는 것이 없단다. 보기에도 얼굴이 좌우 비대칭이고 어깨가 기울어져 있었다. 목 뒤에서 경추를 만져보니 횡돌기가 돌아간 것이 만져지고 두개골 전체가 약간 삐딱하다.


“어느 쪽으로 음식을 씹나요? 한쪽으로만 씹지는 않나요?” 


학생은 혼자 입으로 씹는 동작을 해보더니 한쪽 턱을 가리킨다.
나는 귀에 손가락을 넣고 입을 벌리게 하면서 턱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양쪽에서 작은 ‘딸깍’ 소리가 났다. 


“머리와 어깨가 늘 아프진 않았어요? 근육도 잘 뭉치고 소화도 안 됐을 텐데”


“머리야 늘 아프고 어깨 땡긴지는 꽤 됐어요.”


관찰을 해보니 입을 벌리는 데 힘이 들어가서 본인과 식구들도 모르지만 가끔 하품 하듯이 턱과 목 어깨 근육의 긴장을 푸는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


나는 손거울을 꺼내서 정우군에게 들려주고 입의 움직임과 치아의 배열을 보여주었다. 얼굴이 틀어져서 머리는 갸우뚱하고 한쪽 턱으로만 씹는 경우 치아의 중심선이 안 맞고 한쪽으로 쏠려있다. 음식은 치아로 씹지만 턱의 움직임의 축은 뒤쪽의 경추 1번과 2번이다. 턱이 안 맞으면 목뼈의 축이 틀어지고 몸도 덩달아 틀어진다. 경추 1-2번 신경은 뇌의 혈액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뿐이면 걱정도 안 한다.


“턱은 두골과 아래턱뼈가 이렇게 만나서 열렸다 닫혔다 하는 관절이에요. 그러다 보니 힘이 많이 쏠리고 안 맞기도해. 하품을 크게 한다거나 딱딱한 밤을 깨물거나 할 때 아구가 아프기도 하지. 

뇌에서는 12쌍의 뇌신경이 나와요. 문제는 턱관절이 지나는 2-3밀리미터의 좁은 틈새로 뇌에서 나오는 신경들이 여러 가닥 지나간다는 거지요. 얼굴로 가는 안면신경, 귀로 가는 내이신경, 심장과 소화기로 가는 미주신경들이니 덩달아 두통, 코막힘, 귀막힘, 소화불량, 구역질, 목과 어깨결림 등이 나타나지요.” 


조물주는 어째 이렇게 옹색한 곳에 중요한 뇌신경 배관을 해 놓으셨는지...쯧쯧...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너 키 크고 싶다는 것도 말씀드려봐라. 네 고민이잖니”


“그래요. 정우는 턱과 함께 척추와 골반도 전체적으로 좀 휘었어요. 그러면 안에 뇌경막 부착점까지 긴장이 가고 척수가 꼬여서 여기저기 긴장성 통증도 생기지. 또 두개골의 기울기 때문에 추골동맥과 내경동맥의 순환이 나빠져서 뇌에 영양공급이 부족하니 성장 호르몬 분비에도 지장을 줄 수가 있을 거야. 이 문제를 고치면 성장도 뇌 순환도 좋아지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노력해 볼까?”


말없음표로 대꾸도 안 하던 녀석이 고개는 여전히 숙인 채 끄덕거리며 빙그레 웃는다.


이렇게 만성 피로와 식욕부진과 저성장을 치료할 목적으로 찾아왔지만 진찰해보면 전국구로 다양한 원인들을 찾을 수 있다. 두부 순환과 뇌력 증진과 비위 기능 보강에 근육 피로까지 종합적으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터.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듯이 치료 역시 그러하다. 



tmj1.JPG


아이들도 턱이 안 좋을 수가 있지요


턱관절의 문제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 아가씨.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장난이 아니다. 밥 안 먹고 배 아프다는 것은 둘째 치고 마른기침이 오래가고 비염에다 축농증까지 병원 문턱이 닳는다. 이것만이 아니다. 특히 머리 쪽으로 오는 어지럼증, 잠꼬대, 머릿결 나빠짐, 머리 아픔, 눈 아픔, 집중력 저하, 짜증이 심해짐 등이 아이들이니까 지나치기 쉬운 증상들이다.


입을 벌려보니 치아가 많이 썩은 데다 한쪽 턱이 빠진다. 덩달아 경추도 틀어져 있고 만지니까 아프다고 목을 움츠린다. 엄마와 오빠까지 편도선, 축농증, 천식까지 만성 감염에 시달리는 집안이니 고생하는 애들이나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부모 입장에다 턱 문제까지 걱정을 얹어 주기 뭐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림책을 꺼내 들고 설명을 했다.
 
“시현아 너 이가 썩은 쪽이 아파서 이쪽으로만 씹었구나. 그래서 힘이 들어서 머리 아프고 눈이 빠질듯하고 목도 뻐근했던 거지. 이가 안 썩었으면 밥도 맛있게 먹고 안 아팠을텐데...”


“거봐라. 맨날 엄마가 이 잘 닦으라고 했잖아.” 엄마가 눈을 흘기신다.
“머리띠를 하면 두통도 생기고 머리 신경이 답답해진단다. 핀을 꽂는 것도 예쁠 텐데”


나이 어린 아이들을 문진하고 관찰한 결과 똑같은 방향으로 엎드려 자는 경우에 오랫동안 한쪽 턱을 누르고 밀어내는 힘이 걸려서 턱의 아탈구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충치 때문에 안 아픈 쪽만 씹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빨리 치료해줘야 한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