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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네모공주의 턱


늘 목과 어깨가 결리고 어지러우며 자주 여기저기 담이 결린다고 침을 맞으러 온 계희씨. 유난히 턱이 각이 졌다.
“맨날 담이 결려요. 심장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기도 하고 뻐근해서 검사도 해봤어요. 아무 이상이 없대요. 근데 전 힘들거든요.”


턱에서 목 어깨로 내려가는 근육의 긴장과 경결이 아주 심해서 딴딴하게 뭉쳐있다.
목을 뺑 돌아서 앞쪽의 흉쇄유돌근, 뒷목의 승모근이 유난히도 수축되어 있는 것.


“하루에 입을 벌렸다 닫았다 여닫는 횟수는 무려 2,000번 이상. 씹는 행동을 포함해서 턱의 움직임과 관련된 근육은 측두근, 익상근 등 양쪽에 136개가 넘는 근육. 그러면 나처럼 하루 종일 떠들고 잘 먹는 사람은 2,500번도 더 여닫을 테니 턱에서 볼, 옆머리, 어깨까지 걸리는 근육에는 무려 몇 톤의 힘이 들어요. 근육 피로도 문제지만 턱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이를 악무는 습관이 오래되었나 봐요?”


“어마, 선생님 제 턱이 그래서 네모공주가 됐나 봐요. 히히히”


“맞아. 턱에 긴장이 되는 사람은 저작근도 불룩해지고 각이 발달할 수 있지. 이제부터라도 턱을 부드럽게 쓰는 법을 배워서 긴장을 풀면 어깨는 물론이고 심장까지 편안해지고 담도 잘 안 결리게 되지요.”


턱은 정말 힘이 세지만 평생 혹사당한다. 그래서 턱관절 속에는 ‘반월판’이라는 물렁뼈가 들어있고 주변을 윤활유인 관절액이 채워주어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며 마찰의 완충 역할을 한다. 이것이 턱의 이상으로 제자리에서 벗어나 빠지거나 눌리는 현상을 턱관절 장애라 부르며 턱에 생기는 디스크라고 쉽게 설명한다.


단순한 두통으로 생각되던 것이나 차멀미, 어지럼증, 귀울림 등은 턱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또는 시력은 나쁘지 않은데 눈 주위와 안구가 빠질 듯이 아프거나 귀 근처 부위가 아픈데 염증도 아니면서 치료가 잘 안될 때 한 번쯤 턱관절과 목뼈 이상을 체크해야 한다.


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20% 정도로 추산했을 때 그중에서 일부는 턱관절 (TMJ) 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많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하고 오랜 학습과 컴퓨터를 쓰는 근무환경의 변화가 문명병으로서 턱관절에 무리를 가져온다.


음식을 씹을 때 자기 체중 이상 (60~80kg) 엄청난 무게가 쏠리고 말하는 데도 힘이 많이 든다. 턱이 삐뚤어지면 측두골이 위로 밀려 올라가서 두개골이 비틀리는 쏠림이 일어나서 좌우가 비대칭이 되어 심하면 양쪽 어깨높이도 달라지고 발길이까지 차이가 난다. 턱관절도 무리하면 안면근육과 함께 많은 피로가 올 수 있다. 게다가 주위에 뇌에서 나오는 삼차신경과 안면신경 등 중요한 신경과 혈관이 많이 지나가고 있어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장애를 일으키고 혈관이 압박되고 주위 근육에 통증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머리 부분과 안면 부위의 각종 통증과 마비, 감각장애를 일으켜 이명, 구토, 난청, 중이염, 부비강염, 목 뻣뻣함, 어깨 결림 등 심지어는 소화불량에서 요통, 우울증까지 서로 아무 상관 없이 보이는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잘못된 턱의 움직임이나 충격이 지속되면 뇌 속의 깊숙한 곳에서 성장 호르몬이나 생식 호르몬 등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턱관절을 치료했더니 불임이 치료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자신의 턱을 만져 보자


‘자 실험을 한번 해봅시다. 오징어 다리라도 하나 입에 넣고 씹어 보세요. 어느 쪽으로 씹으시지요? 대개 사람들은 주로 한쪽으로 씹습니다. 양쪽으로 골고루 씹는 것처럼 막연히 생각은 하시지만 실제 사용은 다릅니다. 거울을 한번 보세요. 양쪽 볼살이 골고루 통통 하신가요. 아니면 한쪽만 씹는 분들은 한쪽 저작근육만 발달되어서 어쩐지 얼굴의 좌우가 다르게 보입니다. 코 옆의 주름이 패인 정도도 틀리고요. 고개도 한쪽으로 갸우뚱하고요.’


턱관절은 귀 앞에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니까 입을 열고 닫으면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이다.


*새끼손가락을 귀에 넣어서 입을 열었다 닫으면서 움직임을 느껴본다. 아무런 방해 없이 걸리는 느낌이 없어야 정상이다.
*검지를 귀 앞쪽에 대고 입을 열었다 닫아 보라. 골두가 튀어나오거나 좌우가 다르게 만져지지 않고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면 정상이다.
*손거울을 들고 입을 천천히 크게 벌려보라. 입을 벌릴 때 지그재그로 ‘Z’자를 만들면서 흔들리거나 ‘S’자나 벌린 입모양이 비스듬하면 문제가 있다. 동그랗게 0자 모양으로 벌어지면 정상이다.


여러분 혹시 딸깍하는 소리나 삐그덕 거리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더라도 너무 두려워 마세요. 차차 해결책이 나오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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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턱 조심


스트레스로 오는 이갈기는 턱의 피로를 만든다. 딱딱한 오징어나 오돌뼈, 누룽지를 깨물어 씹기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한쪽 치아가 나빠서 반대편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다든지, 발치를 하고서 해 넣지 않은 경우에도 올 수 있다. 아무리 개인기가 출중하더라도 이빨로 병뚜껑 따기를 한다며 오바하면 턱이 대가를 치른다. 


딱딱 소리 내며 신나게 껌을 씹는 습관을 가진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학생들 중에 학습 자세가 기울어지고 어깨와 목을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고개를 늘 갸우뚱하거나 엎드려서 목을 비틀고 자는 것도 굉장히 해롭다. 베개를 폭이 좁고 낮은 것으로 선택한다. 누워서 베개를 베고도 모자라 손을 받치고 목을 꺾어 티비 보는 자세도 해롭다.


하품을 마음껏 크게 해서 턱이 빠지는 경우도 있는 데 습관이 되면 곤란하다. 또 성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화를 참는 사람들이 입을 꽉 다물어서 턱 긴장을 만들기도 한다. 턱이 자주 빠지는 습관성 아탈구 환자는 특히 하품할 때 턱에 손을 대고 조심조심하는 것이 안전하다. 교통사고로 추돌을 당했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운동 중 부상, 특히 권투나 격투기에서 턱관절 장애를 흔히 볼 수 있다.


턱은 급소다. 그래서 입안에 ‘마우스피스’를 끼지만 선수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턱이다. 끈질기게 턱을 공격하려고 파고들어 훅과 어퍼컷으로 날린다. 권투 선수였던 대니는 어려서부터 턱이 빠져 있으면서 뇌신경 중에서 내이신경과 청신경, 설인신경 등이 지장을 받아서 귀가 안 들린 것 같다. 소리를 듣지 못하면 말하기도 배우기 어려운 법이니 언어 장애를 겪었다. 어느 날 시합 중에 턱을 맞는 순간 튕겨진 턱이 제자리로 덜컥하고 들어가서 맞춰지게 되니 갑자기 막혀있던 신경이 통하면서 안 들리던 귀와 말문이 열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게 뻥처럼 들리겠지만 구조를 이해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제일 나쁜 것은 따귀를 때리는 것이다. 못된 남편 만나서 뺨을 맞고 턱이 돌아간 환자도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멋지게 ‘철썩 소리가 나게 올려붙이는 따귀, 알고 보면 고막 터지고 뇌신경인 안면신경과 혈관 근육 손상을 가져온다. 주먹으로 가볍게 턱을 쳐도 잘록한 관절 부분이 부러진다. 맞은 사람은 수술을 받아서 얼기설기 엮어 놓아도 손상이 평생 간다. 때리지도 말고 맞지도 말자. 폭력 장면은 반드시 학습 모방한다. 제발 조심 좀 해주라.


음식은 양쪽으로 의도적으로 골고루 씹도록 노력하면 좋다. 손도 양손잡이로 써야 힘이 균등하게 들어가고 목과 어깨의 긴장이 풀린다. 입을 꽉 다물지 말고 근육을 이완시켜서 턱의 과도한 긴장을 풀어준다. 얼굴 목 눈에 힘줘서 부풀려봐야 자기만 힘들지 아무도 안 무서워한다.


쓸데없는 몸의 힘을 빼고 헐렁해져야 전신이 부드러워져요. 바로 허허실실 작전!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