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린다 영양 상식!
아침 밥상에 식구 수 대로 올린 달걀 후라이. 하얀 앞치마처럼 펼쳐진 흰자에 햇님처럼 샛노랗게 노른자가 예쁘기도 하다. 내 몫은 숟가락으로 살짝 떠서 밥 위에 얹고 반쯤 익은 노른자를 터뜨려 먹으니 고소하다. 아이는 남의 달걀까지 흰자 위만 뺑 돌아서 뜯어 먹고 달랑 노른자들만 프라이팬에 섬처럼 남겨 놓았다.
“야! 이게 뭐야! 얄밉게. 노른자 왜 안 먹으슈?”
“그게 제일 콜레스테롤 많은 거야”
“그 이론 요새 다 틀렸다고 나왔어. 이게 진짜 뇌에 영양 만점이야”
“엄마는 뭐 먹이려고 하면 바뀌었다고 그러더라”
콧방귀를 뀌는 녀석에게 근거를 대자니 들은 척도 안 하고 나가버렸다.
넘치는 영양정보에 모두들 헷갈리우스가 되었다. 십 년도 훨씬 전에는 워싱턴인지 뉴욕 어쩌구 신문에 된장의 곰팡이가 발암물질이라는 뉴스가 났었다. 바로 국내 언론들이 ‘받아쓰기’를 해서 크게 보도가 되자 전국이 떠들썩했었다. 메주를 보라구. 색깔과 모양에 그 냄새 정말 장난 아닌데 파랗게 핀 수상쩍은 곰팡이를 우리가 먹어왔다니 암에 걸리지 않겠느냐는 반응으로 난리였다. 하하하. 인류를 감염에서 구한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에서 왔다는 사실을 설마 잊은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웰빙 바람을 타고 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두부의 담백한 맛을 두고 서양인들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었고 된장의 발효 냄새에는 코를 싸매고 후진적 식문화라며 매도했었다. 치즈의 고린내랑 다를 게 무어라고 쯧쯧.
시대는 바뀌었다. 육식 대신 콩을 많이 먹는 아시아 여성들이 비만과 유방암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지 오래다. 된장은 시간과 자연이 숙성시킨 발효식품의 탁월한 점들이 각광을 받으며 김치, 마늘, 올리브와 함께 세계의 5대 식품에 등극했다.
우유에 칼슘 많다고 뼈에 좋다고 하더니 이제는 몸속에서 칼슘을 오히려 빼내 가고 비만의 주범이라고 구박이 심하다. 달걀, 새우, 낙지, 오징어는 그동안 몸속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기피 식품에 올랐었다가 요즘은 타우린 함량이 많아 오히려 억제한다고 한다. 시금치는 결석 생긴다고 먹을 때마다 껄쩍지근했는데 요즘은 결석 생길 만큼 과다 섭취하기도 쉽지 않고 철분이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니 많이 먹어도 좋다고 한다. 항산화제로 맹위를 떨치는 비타민 C는 과다복용하면 치명적이라는 뉴스가 나오니 피부미용에 좋다고 많이도 챙겨 먹었는데 어쩌란 말이냐.
음식도 중용의 미덕
씨름판도 아니고 맨날 뒤집기니 정보가 넘쳐나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 먹고 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식품 속에는 성분만 수천 가지의 물질이 들어있는데 우리는 한 성분만 가지고 ‘침소봉대’로 효능을 과장하거나 나쁘다고 규정하는데 젖어 있다.
항암작용이 있다는 식품을 예로 들어보자. 암은 종류만 해도 200가지나 되는데 한 가지 특정 성분만을 강조하는 식품으로 낫게 할 수 있겠는가. 건강식품이 철 따라 뉴스 따라 유행을 타고 있다. 예전 컴프리(Comfrey)가 전국을 쓸고 간 자리에 알로에, 달팽이, 온갖 버섯, 석류가 방송에 소개되었다 하면 저녁 장에 동이 났다. 마당에서 쇠뜨기를 뽑다가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쇠죽에 넣어주면 설사가 나오는 풀을 좋다고들 찾지 않았는가. 나에게도 이런저런 내용으로 방송멘트를 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지만 단답형으로 ‘이 음식은 어디에 좋고’ 이렇게 말은 못하겠다. 경쟁은 심하고 돈과 시간은 부족한 가운데 프로를 만들다 보니 불확실한 두루뭉술 정보가 떠돌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지혜다. 우리 몸세포가 수십억 조로 이루어진 것처럼 먹거리 또한 수천 수만가지 성분을 담고 있다. 식물만 하더라도 우리 먹기 좋으라고 맛난 성분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만들어 낸 성분 중에는 독성도 있고 독특한 냄새로 만들어진 것들이 우리 몸에는 향이 되고 약이 되는 것이다. 독이 풀리고 인체에 무해하려면 여러 성분들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중화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골고루 다양한 먹거리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뇌 영양제 달걀이야기
겨우 50그램으로 뇌에 좋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게 들은 식품으로 달걀만 한 것이 어디 있으랴. 콜레스테롤이란 뇌 세포막의 중요한 지방성분이다. 달걀에는 아세틸콜린을 합성하는 재료인 콜린이 아주 많이 들어있다. 아세틸콜린은 기억력에 관여하여 세포핵과 신호전달을 원활하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생각해보자. 어미 닭이 따뜻하게 품어주기만 하면 병아리로 자라게 될 생명력이 충만한 것이 달걀이다. 달걀에는 뇌와 장기를 이루는 질 좋은 지방과 소화 흡수율도 높은 라이신, 메티오닌, 트립토판, 알부민 등의 아미노산이 골고루 가득 들어있기 때문에 단순히 콜레스테롤 타령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달걀에는 항산화제, 엽산, 비타민 B, 불포화지방이 같이 들어있어서 노른자의 고콜레스테롤이 줄지 모르는 나쁜 영향까지 막아주어 오히려 심장병까지 예방해 줄 수 있으며 하루 달걀 한 개가 해롭지 않다는 하버드 의대 연구 발표가 있었다.
하긴 경화지방, 전이지방의 유해성이 이제야 들통났으니 달걀의 30년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 달걀 1개 50그램이라고 차면 노른자 30%, 흰자 60%니까 노른자는 겨우 15그램. 하루에 2개를 먹는다 해도 겨우 30그램 정도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 좁은 우리 속에서 잠도 안 재우고 24시간 전등불을 켜 놓아 가혹한 환경에서 얻은 달걀이 아닌 환경에서 암수를 같이 키워서 낳은 유정란을 골라서 먹여야 한다. 뇌에 좋은 콜린은 달걀노른자, 땅콩, 맥아, 간, 육류, 생선, 우유, 치즈, 채소, 양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에 많이 들어있다.
아침에 해 먹을 수 있는 초간단 달걀 요리를 하나 소개한다.
방울토마토 10개를 반으로 갈라서 프라이팬에 익히다가 그 국물에 달걀을 깨 넣고 소금 후추 약간 치고 살짝 익히면 끝!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