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유익한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학업 부담이 많은 아이들에게 운동을 할 시간을 내기란 힘든 실정입니다. 얼마 전 서울의 전체 초등학교 중 3/4이 아침에 정기적으로 전교생 또는 희망학생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시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제 딸아이도 한 동안 아침에 학급 전체가 수업시간 전에 모여서 선생님 지도하에 운동장 몇 바퀴를 같이 뛰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운동량이 적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운동이 아이들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았습니다.

체지방량은 줄이고 체력은 향상

영국 연구자들이 5-11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빠른 걸음(brisk walking)이 체성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였습니다. 총 152명이 참여한 연구였는데, 이 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일주일에 3회, 아침과 오후에 각각 15분씩 걷게 하고, 다른 그룹은 걷지 않도록 하고 일상적인 학교생활만 하게 하였습니다. 이 운동은 일주일에 90분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초기 두 그룹간의 연령과 성별 분포, 체중 등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총 15주 동안 걷게 한 후 두 그룹의 체성분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걷지 않은 그룹의 체성분 변화는 없었던 반면에 걷게 한 그룹의 체지방률은 평균 -1.95 ± 2.6%가 감소하였고, 지방량은 -0.49 ± 1.0 kg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빠른 걸음만으로도 초등학교 학생들의 체성분에 좋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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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시키고 있다는 뉴스에서도 1년간 일주일에 두 번, 30분씩 전교생이 아침운동을 하게 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6%이던 저 체력 학생이 6%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비교적 적은 운동시간과 중등도 강도의 운동만으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체력향상뿐 아니라 많은 질병과 관련된 비만의 예방 또는 개선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학업으로 인해 체육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수면의 질(sleep quality)과 심리적인 측면에도 순기능

스위스와 불가리아 연구팀이 51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평균 18.3세, 여자 청소년 27명)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운동이 수면과 심리적인 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이들 청소년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3주 동안 매일 30분 동안의 중등도 강도의 달리기를 하게 하였습니다. 실험 전과 후에 수면뇌파를 검사하고 수면일기와 함께 심리적인 기능도 평가하여 비교하였습니다.

달리기를 한 그룹을 수면 뇌파검사로 측정한 객관적인 수면 지표에서 서파수면(slow wave sleep, 뇌파검사에서 서파가 기록되어 있는 기간 중의 수면 형식으로 수면의 깊이가 증가함에 따라서 뇌파의 주파수는 감소(서파화)하며 진폭이 커짐)이 증가하였고, 수면시작잠복(sleep onset latency,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들기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감소했습니다. 잠이 금방 들고 깊게 자는 시간이 증가했다는 의미네요. 게다가 주관적으로 평가한 수면의 질, 기분, 낮 시간 동안 집중력 점수가 증가하였고, 낮 시간 동안 졸림도 의미 있게 감소해 중등도 강도의 비교적 짧은 운동만으로 수면의 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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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운동은 꼭 아침에만 해야 할까요? 무산소운동의 경우 아침에 운동능력이 최저이고, 오후에 최고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아침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의 경우는 거의 모든 연구에서 아침과 오후의 운동 효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높은 강도로 하는 운동보다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정기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진료 시 운동을 꼭 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면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이 많고, 아이들도 운동을 하기 싫어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3번, 30분 정도의 걷기나 달리기만으로도 체력향상과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수면의 질과 낮 동안의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보입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체력이 떨어질 때 한약이나 건강 보조제로 급하게 보충하려는 청소년과 부모님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들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들 미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지금부터 우리 아이들과 운동을 시작해야겠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