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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께서는 학습에 못지 않게 아이들 키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도 걱정이지만, 지금 큰 상태인데도 사춘기가 빨리 와서 조기에 끝나 결과적으로 작아지지 않을까도 걱정이시죠. 하지만 대부분 2차 성징이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나타나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이 조기 성숙되는 성 조숙증으로 진단되는 병적인 경우보다는 정상적인 범위에서 사춘기가 빨라지는 조기 성 성숙의 범주로 볼 수 있다고 이전 글에도 말씀 드렸습니다.


빠른 사춘기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어서 진료를 할 때 대수롭지 않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근래의 연구에서 사춘기가 빨리 온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호르몬과 관련된 암, 대사증후군,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여러 질병과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의학적인 치료나 생활습관, 특히 식이적인 측면에서 사춘기를 늦추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독일의 아동 영양 연구소의 Cheng 박사팀이 이전에 음식과 사춘기 시기를 연구한 논문들을 정리하여 2012년에 Nutrition Reviews지 에 발표하였네요. 이 논문에서 다룬 다양한 영양학적인 측면 중 비교적 일관된 결과를 보이는 것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소플라본(Isoflavone)


콩에 많이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젠(에스트론(estrone),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에스트리올(estriol)의 19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을 총칭)과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비슷하여 사춘기 발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이들은 안드로스테네디온(androstenedione)과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에스트론과 에스트라디올로 전환하는 효소인 방향화효소(aromatase)의 기능을 억제하고, 에스트라디올과 비슷한 구조로 에스트로젠 수용체(estrogen receptor)에 직접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Cheng 박사팀이 DONALD(DOrtmund Nutritional and Anthropometric Longitudinally Designed) 연구에 참여한 독일 여자아이 227명 중 사춘기 시작 1-2년 전인 119명을 이소플라본 섭취량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한 결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423㎍/일)이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22㎍/일)에 비해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Tanner stage 2는 약 8개월, 최대 신장 속도(peak height velocity)에 도달하는 연령은 약 7개월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남자아이에서는 이소플라본과 사춘기 연령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기적인 면을 고려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Avon Longitudinal Study of Parents and Children (ALSPAC) 에 참여한 2,920명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아기 때의 수유형태(모유수유군, 분유수유군, 조기 두유수유군(4개월 이전), 만기 두유수유군(4개월 이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조기 두유수유군의 평균 초경나이는 12.4세로 연구 대상자들의 총 평균 초경 나이 12.8세에 비해 빨랐고, 두유수유를 하지 않았던 아이들에 비해 초경이 빨라질 위험도가 2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백질


동물성 단백질은 IGF-Ⅰ의 분비를 촉진하여 사춘기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DONALD 연구에 참여했던 112명의 5-6세 학동기 남녀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군에서 적게 섭취한 군보다 사춘기 발현 연령, 최대 신장 속도에 이르는 연령, 초경 또는 변성기가 7개월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는 3-5세 67명의 백인여아를 대상으로 했던 연구와 3-7세 때 식이를 조사했던 약 3300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던 ALSPAC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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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의 질(Dietary quality)


이번에도 DONALD 연구에 참여했던 222명을 대상으로 사춘기 시작 2-3년 전 음식 섭취와 사춘기 발현 시기를 연구한 결과인데요. 식사의 질이 높았던 (지방의 섭취를 덜하고 탄수화물과 섬유질, 그리고 미량원소의 섭취가 높았던) 아이들이 식사의 질이 낮았던 아이들에 비해 평균 4개월 정도 성장의 급진이 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춘기 이전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와는 관계 없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했던 Cheng 박사의 논문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아이들의 사춘기 시작 연령, 최대 신장 속도 연령, 초경이나 변성기 등 모든 지표들이 약 7개월까지 늦춰질 수 있습니다. 반면 우유나 유제품, 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아이들은 7개월 정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사춘기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들이도록 부모님께서 도와주는 것이 사춘기 때의 성장과 더불어 평생 건강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References
1.  Nutrition Reviews2012;70(3):133–52.
2.  Paediatr Perinat Epidemiol 2012;26(2):163–75.



© 닥터 이훈의 한방소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