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조숙증(sexual precocity)은 2차 성징이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출현하는 경우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이 조기 성숙이 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우려하시는 것은 성 조숙증과 같은 병적인 경우가 아닌, 지금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크지만 (혹은 작지만) 사춘기 징후가 빨리 와서 결과적으로 키가 또래 아이에 비해 작아지지(더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조기 성 성숙(earlier sexual maturation)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남아의 경우에는 사춘기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지만 여아의 경우에는 초경이라는 명확한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유럽 국가들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홍콩, 인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여아들의 경우 초경나이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여아의 초경나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진료를 하다 보면 다른 아시아 국가처럼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의 키가 현재로서는 굉장히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조기 성 성숙은 성인이 되었을 때 호르몬과 관련된 암, 대사증후군,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고, 사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어서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조기 성 성숙과 관련된 인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언제부터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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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성 성숙과 관련된 인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의 사춘기가 빨라지는 이유 중 가장 의심이 되는 것은 비만의 증가입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초경나이가 빨라 지고 영국이나 벨기에, 크로아티아, 스웨덴의 경우는 오히려 늦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네요. 하지만 이들 자료들이 2000년대 초반까지여서 2000년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하는 비만 유병률에 맞춰 사춘기 시작 연령도 빨라지는지 좀 더 관찰이 필요하겠습니다.

미국에서 실시된 제3차 국가건강영양조사연구( the Third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NHANES III, 1988-1994 )의 결과에 따르면 남아와 여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14세의 1501명의 여아와 1520명의 남아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입니다. 과체중인 아이들과 정상인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 조기 성 성숙을 보이는 아이들의 비율은 남아에서 22.6%(과체중) vs. 31.6%(정상), 여아에서는 34.4% vs. 23.2%로 나타났습니다. 비만인 아이들과 정상인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는 남아에서는 6.7%(비만) vs. 14.8%(정상), 여아에서는 15.6% vs. 8.1%로 나타나  여아의 경우는 과체중이나 비만일수록 조기 성 성숙의 위험이 높고 남아의 경우는 반대의 결과 를 보인 것입니다.

미국의 10개 도시의 705명의 남아가 참여한 연구에서도 위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2, 3, 4.5, 7, 9, 9.5, 10.5, 11.5세 때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 후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kg/m2)를 계산하여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각 그룹별로 사춘기 징후를 보이지 않는 남아의 비율을 보았더니, 가장 높은 체질량지수 그룹에서는 14.0%, 중간 그룹에서는 13.3%, 가장 낮은 그룹에서는 7.7%로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사춘기가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제부터 조기 성 성숙에 대해 관찰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남자아이들의 경우 체중이 많이 나가더라도 조기 성 성숙을 안심해도 될까요?  스웨덴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 에 따르면 체중의 증가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기에 앞서 지방되튐(adiposity rebound, AR) 현상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체질량지수 성장곡선(질병관리본부 자료 참조)을 보면 생후 2년부터 체질량지수가 감소하다가 만 6세 부근부터 다시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지방되튐이라고 합니다.

573명을 대상으로 조기(AR이 5.4세 미만), 중기(AR이 5.4-6.8세), 그리고 만기(AR이 6.8세 이상) 3단계로 구분하여 지방되튐을 분석한 결과, 조기 그룹이 중기나 만기 그룹에 비해 성인기에 가장 높은 체질량지수(+8%), 총 신체 지방량(+34%), 피하 지방조직의 양(+64%)을 보였고, 비만의 위험도도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조기 AR 그룹이 만기 그룹에 비해 peak height velocity 시기(사춘기 때 가장 키가 많이 크는 시기)가 7개월이 빨랐다고 합니다. 남성에서 지방되튐 현상이 빠른 것은 피하지방의 양이 많아지는 결과로 인해 성인 비만과 관련이 있고 조기 사춘기 발현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본다면 성별, 나라, 인종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비만과 조기 성 성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아의 경우 각 연령별로 과체중(체질량지수 85-94백분위수)이나 비만(체질량지수 95백분위수 이상)이 아닌지, 남아의 경우에는 지방되튐 현상이 만 6세보다 너무 빠르지 않는지를 관찰해야 조기에 성 성숙이 생길 위험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출생시의 저체중이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렙틴, 인슐린, insulin-like growth factor Ⅰ과 같은 호르몬이나 지방세포에서 주로 발현되는 aromatase와 같은 효소와 조기 성 성숙과의 관계를 알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한 기전이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성 조숙증이나 조기 성 성숙은 의심이 되는 8-9세가 되어 조치를 취하려고 하면 너무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 비만, 성 조숙증이 걱정이 되신다면 어렸을 때부터 매년 키와 체중의 변화를 관찰하고 체질량지수를 계산하여 성장곡선을 그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키가 또래에 비해 늦게 자라거나 체중이 키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를 하거나 체질량지수로 보았을 때 지방되튐 현상이 빠르면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것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과 성인이 되었을 때 건강을 미리 대비하는 지름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조기 성 성숙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References



© 닥터 이훈의 한방소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