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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며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일교차가 크게 바뀌는 환절기엔 특히 감기를 조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감기는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 감염 증상으로 기침과 콧물, 인후통, 두통 등을 유발하는 급성 질환입니다. 원인은 바로 '바이러스'입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많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며 팬데믹 (Pandemic) 사태를 가져왔습니다. 이 역시 호흡기 감염병이며, 원인은 '바이러스'입니다.


인류는 현미경이 개발되기 전까지 세균보다 작은 '독 (Poison)'이 병을 유발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존재에 독의 뜻을 가진 라틴어 '바이러스 (Virus)'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후 현미경이 개발되고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며 인류는 더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아직도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고,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 연구 역시 지속해서 연구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항바이러스 연구에 대해 살펴봅니다.


정기(正氣)를 충실히 하여 사기(邪氣)에 대응한다


항바이러스 연구에 대해 알아보기 전 하나 살펴보고 갈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입니다. 종종 착각하기 쉬운 이 두 존재는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가장 구분하기 쉬운 특징은 '자생력'입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인데요. 세균은 세균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즉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반면 바이러스의 경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생명체이기에 다른 숙주 생물에게 기생하는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또한 크기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세균은 보통 1~5㎛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입니다. 굉장히 작은 크기인데, 바이러스는 이보다 훨씬 더 작은 나노미터의 크기를 갖고 있습니다. 약 1,000분의 1 수준이다 보니 전자현미경과 같은 첨단 장비가 등장하기 전까진 연구 및 치료에 어려움이 존재했습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 바이러스는 어떻게 정의하고 치료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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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선 세균과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을 '사기(邪氣)'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맞서 우리 몸을 스스로 지키는 작용을 '정기(正氣)'라 부릅니다. 즉 정기와 사기의 대립으로 감기와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기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하는 한약과 정기를 북돋아 면역력을 올리는 한약을 함께 배합해 환자에게 처방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은화(金銀花)와 연교(連翹)가 증상 치료를 위해 처방되며, 정기를 북돋기 위해 황기(黃耆)가 처방됩니다. 


중국의 한의학 서적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正氣存內, 邪不可干(정기존내, 사불가간)"이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는데요. 우리 몸에 정기가 충실하다면, 사기 (질병)가 감히 몸 안으로 침범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버려지던 포도나무 줄기, 항바이러스 효과 가득!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선 다양한 항바이러스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새롭게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한약재로는 '포도나무 줄기'가 있습니다.


포도는 예로부터 한의학에서 과실과 씨앗, 줄기, 뿌리, 잎 등 다양하게 사용되는 한약재입니다. 대표적으로 포도 뿌리는 항염증, 항산화 작용과 함께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약리 효능이 있습니다. 반면 줄기의 경우 일반 농가에선 경제성이 낮아 버려지는 부산물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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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건 포도나무 줄기에 함유된 'Vitisin B'라는 성분입니다. 주로 포도류 덩굴류 식물에서 주로 발견되는 성분인데요. 포도나무가 상처를 입거나, 외부 병원체의 공격을 받았을 때 항균·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입니다.


바로 이 Vitisin B의 항균·항산화 작용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여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최장기 박사 연구팀이 생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률과 폐 염증이 감소하고, 체중 감소 증세도 완화되었습니다. 동시에 감염된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외부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해 추가적인 감염을 예방합니다.


특히 내성을 갖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도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인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미플루'에도 내성을 갖는 독감 바이러스가 등장했는데요. 해당 바이러스에는 타미플루의 약효가 감소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포도나무 줄기의 Vitisin B는 이러한 바이러스에도 효능을 보이며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로써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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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플루엔자 감염 쥐의 폐에선 염증 수치가 증가했지만, Vitisin B 투여군에선 염증성 지표가 감소한 모습을 확인하였습니다. 추가로 폐에서 과도한 면역 작용을 유도하는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었는데요. 우리 몸에서 적절한 면역 반응 (사이토카인 생성)은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과도하게 생성되는 사이토카인은 오히려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정상세포에 피해를 주고 조직 손상을 일으킵니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요.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염증 반응은 완화하고, 조직 손상은 막아야 합니다. 


Vitisin B 투여군의 혈청 내 염증성 사이토카인 TNF-α, IL-6이 각 대조군 대비 14%, 11% 정도 감소한 모습도 확인했습니다.


맛도 향도, 그리고 항바이러스 효과도 좋은 피나무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피나무꿀'도 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습니다. 피나무 (Tilia amurensis)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극동지역에서만 자라는 나무인데요. 5~7월경에 꽃을 피우며, 이 꽃에서 만들어지는 꿀이 피나무꿀입니다. 현재 국내에선 강원도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맛과 향이 뛰어나 인기가 많은 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프롤린'을 비롯해 다양한 무기물과 수용성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피나무꿀의 항바이러스 효능의 핵심은 '인터페론 (INF-β)'입니다. 인터페론은 선천 면역 반응에서 가장 빠르게 작용하는 항바이러스 물질입니다. 말 그대로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의 공격에 가장 먼저 초기 방어를 담당하는 물질인데요. 인터페론 발현이 증가할수록 바이러스 대응이 철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장기 박사팀은 피나무꿀 처리를 한 면역세포가 음성 대조군에 비해 인터페론 발현이 42배 높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사이토카인 역시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 대비 면역세포에서 면역 신호 물질로 알려진 종양괴사인자 (TNF-α) 90배, 인터류킨 (IL-6) 8배 증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플루엔자 에이 (A) 바이러스에 감염된 면역세포를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바이러스의 감염도 44%가량 억제하는 결과도 확인했습니다.


한국양봉농협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평균 38톤가량의 피나무꿀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를 항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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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해서 변이하며 치료제에 내성을 갖거나, 아예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과거부터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을 경험하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전통적인 한의학에 기반해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천연물을 기반으로 다양한 항바이러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포도나무 줄기와 피나무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천연물 한약재에서 가능성을 발굴하며,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항바이러스 연구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iompr&logNo=222923308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