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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기(氣)'라는 개념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피로가 쌓이거나, 추위를 유독 잘 타거나, 또는 연이어 질병으로 고생할 때 '기가 허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말이죠. 또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 또는 자연에 흐르는 에너지의 개념으로도 기를 접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의 힘과 상태를 나타내는 데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영양분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고, 또 이를 활동에 소비하는 일련의 대사 과정과는 달리 기의 메커니즘은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그저 동양의 추상적인 에너지의 개념으로만 인식되는 면이 있었는데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이러한 기의 메커니즘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밝히고, 또 이를 보완하는 보약과의 연계 효과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몰랐던 기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원활한 기의 흐름이 건강을 가져온다


우선 한의학에선 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이는 반대로 기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는 '기허증(氣虛症)'의 개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기가 허하다', 즉 '기허' 상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만성 피로를 겪거나, 추위를 잘 타거나, 질병에 쉽게 걸리는 상태를 모두 기허 상태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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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좀 더 나아가 2007년 발간된 'WHO 서태평양지역의 전통의학 표준용어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표준용어집에선 '나른함', '힘이 없음', '호흡곤란', '어지러움', '약한 맥' 등의 증상들을 기허의 대표 증상이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즉, 기허는 하나의 특정 증상이라기보단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되는 특정 건강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뚜렷하게 정의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신비한 것'으로만 인식하게 되는데요.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 연구팀은 이를 현대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메커니즘 분석연구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쉬운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신비감으로 둘러싸인 기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증명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는데요. 연구팀은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구방법론에 관한 토론과 설계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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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메커니즘을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연구방법론은 '보기제'였습니다. 보기제는 한약재 중 기를 보완하는 성질을 가진 약재들인데요. 이 보기제들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어떠한 반응을 통해 인체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고유한 치료 효과를 찾아내고 기를 정의하고자 했습니다.


연구팀은 8개 보기제 성분 분석을 통해 13종의 핵심 성분을 도출했습니다. 이 핵심 성분들은 보기제 내부에서는 공통으로 발견되지만, 보기제가 아닌 한약재들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특성이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각각의 성분들이 어떠한 경로를 따라 타깃 유전자에 적용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성분별로 최소 18종에서 최대 447종의 유전자를 타깃하며, 이에 이르는 경로 역시 최소 8종에서 132종에 이르렀습니다.


* 13종의 핵심 성분: six amino acids (proline, L-arginine [L-], L-alanine [LPG], glycine [GLY], aspartic acid [ASI], L-valine), two vitamins or vitamin-like molecules (nicotinic acid, choline), two lipids or lipid-like molecules (darutoside, mairin), and one carbohydrate (meth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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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각 핵심 성분이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대사를 연결하는 주요 대사 경로와 아미노산, 비타민 등의 다양한 대사 경로에도 관여해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화합물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지구력을 기르고, 피로를 이겨내게 하며, 근육 발달 및 면역계 강화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식욕까지 증진되고 말이죠.


이는 기허라는 상태가 인체의 에너지대사가 불균형하고 비효율적인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고, 보기제를 통해 이러한 에너지대사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기존 기허의 증상이라고 알려졌던 다양한 상태를 개선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로 참여한 민낫덤 (Minh Nhat Tran) UST 박사 학위 과정생은 "이번 연구는 한약재의 독특한 화합물을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을 기반으로 접근한 첫 연구입니다"라며 "이에 대한 표준화된 스크리닝 방법이 없었기에 새로운 방법을 찾고, 이를 통해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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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박사는 "기존 추상적이고 신비하기만 했던 '기'를 현대과학의 '에너지대사' 개념으로 설명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예측한 연구 결과를 실증함으로써 기의 비밀을 더 풀어나갈 예정입니다"라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기허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면 한의원에 가서 '기가 허하다'라는 진단과 함께 한약을 처방받습니다. 정확하게 기가 어떠한 개념인지 모르고 '기운을 북돋아 준다'라는 믿음으로 한약을 복용하는 것인데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기의 메커니즘이 더욱 명확하게 밝혀지고, 보기제와 인체 대사 활동 사이의 연관성이 풀린다면 혈액 및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이에 맞는 적합한 한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iompr&logNo=222946609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