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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과 임신 그리고 아기를 낳은 후에도 여자들의 헌혈은 끝나지 않는다. 나도 첫 애 때는 직장생활 하느라 우유를 먹여서 키웠다. 둘째를 낳고 보니 이번에 젖을 못 물리면 평생 한이 될 듯싶어서 과감하게 직장을 쉬었다, 젖이 찌르르 돌면서 가득 차오르면 아이는 힘껏 빨아 넘긴다. 목젖을 넘어가는 ‘꿀꺽꿀꺽’ 소리가 들리고 아이 이마에는 젖먹는 힘을 다하느라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젖은 유선 아래를 흐르는 혈액에서 영양을 뽑아서 만들어졌으니 피의 또 다른 모습 아닐까.


잘 먹는 선진국 엄마나 영양 부족인 아프리카 엄마의 모유 성분은 거의 똑같다. 단지 겨울에만 지방농도가 약간 높아질 뿐. 아이에게 필요한 성분들을 혈액에서 우선적으로 거의 악착같이(?) 뽑아내기 때문이다. 수유는 아낌없이 주는 헌혈인 셈. 이걸 가리켜 그저 모성애라고? 그럼 안 되지.


아기를 낳는 여자는 생명탄생의 주역이라 몸 자체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며 더할 수 없이 이타적이다. 아이를 낳으려면 적어도 7만 칼로리 이상 지방을 비축해 놓아야 하니 힘의 원천인 근육이 남자들의 절반밖에 안 된다. 피 부족에 근력 딸리니 걸핏하면 약하다고 무시당해 매까지 맞거나 성폭력에 시달린다. 부당 과당 일 시켜 놓고는 엄살 떨지 마라 일 못한다고 차별이다.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부족한 우리 사회, 바뀌어야 한다.


많은 여성들이 평생 혈 부족에 근력 부실과 만성피로에 숙명적으로 시달리게 된다. 나처럼 아이 낳고 쉬다가 직장에 돌아갈 수 있는 엄마들이 거의 없다. 한번 퇴직하면 경단녀로 경력 단절되고 아줌마라고 구박받고 책상은 치워지니 겁먹고 결혼도 출산도 못하는 여성들 사정 정말 심각하다. 출산장려비 몇 푼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모성의 이름으로 말로만 칭송하지 말고 국민을 키워내는 보육문제만큼은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져주면 안 되겠니?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