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을 하게 된 후 뇌가 더 커지고 무거워지면서 목과 어깨에는 부담이 늘었다. 신나는 손과 잘 보이는 눈 대신 고생이 시작된 애들이 바로 척추와 다리이다. 사람의 목은 유난히 잘록하고 약하다. 가늘고 섬세한 경추에 근육이 붙어있고 앞쪽으로 공기 통로와 음식 통로가 지나간다. 이뿐이면 걱정도 안 한다.
뇌와 장기를 연결하는 신경줄기도 모두 목을 통과하고 심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도 목을 통과한다. 둥근 원통 기둥 속에 목뼈와 근육이 지탱하는 가운데 식도, 기관지는 물론이고 중요 신경 혈관들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적들을 물리친 명량해협 울돌목처럼 잘록한 곳이라 문제가 생기면 혈행과 신경에 지장이 오기 쉽다.
심장에서 쇄골 밑을 지나서 뇌로 가는 추골동맥은 뇌기저동맥을 이루고 상소뇌동맥, 후대뇌동맥이 되어 윌리스 서클 (The Circle of Willis)의 일부가 된다. 모든 액체는 아래로 흐른다. 피도 액체니까 거꾸로 올라가기 쉽지 않은 것은 불문가지. 올라가는 혈관까지 삐뚤빼뚤하면 더 못 올라가겠지. 이처럼 뇌로 가는 추골동맥이 중요하다 보니 여기에도 조물주는 엄청 신경을 쓰셨다. 경추 횡돌기에 구멍을 뚫어 굵은 실을 꿴 듯 혈관이 똑바로 지나가게 해놓은 것이다. 진찰실 옆에 척추 모형을 놓고 환자들에게 보여 줄 때마다 자신의 척추 구조에 감탄하게 된다.
어깨가 안 아프면 날아갈 것 같아
“목에서 내려오다가 어깨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요? 거기가 꽉 뭉쳐서 풀리지를 않아요. 자다가도 쑤셔서 잠을 깨게 돼요. 남들은 마사지해 주면 풀린다고 하는데 저는 아주 딱딱한지가 오래됐어요. 일을 좀 하거나 컴퓨터 좀 오래 치면 영락없이 콕콕 쑤시고 짓눌리는 것 같아요. 어깨만 안 아프면 날아갈 것 같은데... 또 자주 체하고 항상 속이 더부룩 해요.”
“으이구... 오토바이 헬멧처럼 낮에는 목에 머리를 올려놓았다가 밤에는 떼어놓고 자면 어깨 안 아팠을 텐데요. 그럼 행복한 꿈을 못 꾸게 돼서 안 되겠구먼요.”
40년 동안 환자들의 “목 결린다.”, “어깨 뭉친다.”는 소리를 들으니 상상을 해본 거다. 나 역시 목이 약점이다. 등이 굽고 목을 길게 앞으로 빼고 구부정하게 침을 놓고 책을 들여다보니 자세가 안 나온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달리 앞발을 손으로 변환하면서 도구와 불의 사용은 문명의 출발점이 되었다. 목뼈 위에 얹힌 머리는 점점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무거워져서 커다란 헬멧을 쓴 것처럼 머리가 목뼈를 짓누르고 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 먹고사는 일이 팔을 쓰는 일이라 종일 어깨를 부려먹고 살잖아요. 등에는 ‘승모근’이라는 마름모꼴 보자기 같은 튼튼한 근육이 있는데요. 뒷머리 두피에서 시작되어 목을 덮고 양쪽 어깨로 내려와 아래로는 등뼈 중간에 이르는 아주 넓은 등의 근육이지요. 주로 여기에 근육 피로가 몰리고 누적되어 안 풀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지요.”
목과 어깨의 흉쇄유돌근과 승모근 등의 신경은 11번 뇌 신경인 부신경과 목에서 나오는 경추신경이 조절한다. 뇌의 피로는 목과 어깨의 긴장을 일으킨다. 넓은 근육 판 중에서 트리거 포인트 (trigger point)라는 통증의 방아쇠 부위가 바로 목과 어깨가 만나는 각 견정혈이다. 승모근 밑으로도 겹겹이 근육층이 있는데 목뼈와 어깨 견갑골을 이어주는 ‘견갑거근’이 있어 팔을 들게 해준다. 흉추와 견갑골을 이어주는 폭이 좁은 ‘롬보이드 (rhomboid)’라는 근육도 과로가 심하다. 우리가 무거운 것을 들거나 만세를 부르거나 컴퓨터를 칠 수 있다는 것은 이 친구들의 합동작전 때문이다.
“낮에 죽도록 일하더라도 잠을 충분히 자서 밤사이에 근육 피로를 풀어야 다음날 에너지를 쓰는 데 지장이 없거든요. 그런데 어제오늘 몇 달씩 밀린 피로가 숙제로 남아서 회복이 안 되는 것이지요.”
몸 형편은 생각도 안 하고 밤늦도록 일하고 게임을 하면 ‘피로 회복’은 물 건너간다. 피로하면 혈액순환이 안되고 젖산 등 유해 노폐물이 못 빠져나가 어깨가 뭉쳐서 딱딱해지고 통증이 나타난다.
머리 무게에 짓눌리는 어깨결림
밤에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잘 때도 팔을 만세 부르듯이 올리고 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생각해 보자. ‘승모근’과 ‘견갑거근’은 계속 수축하고 있어야 어깨가 들리고 팔이 올라가니 벌을 서는 지경이다. ‘롬보이드 근육’은 오랫동안 늘어나 장조림 사태살처럼 근섬유가 찢어질 지경에 이른다. 여기에 목 피로가 몰려 쑤시고 당기면 이름하여 ‘VDT 증후군 (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이라고 한다.
엎어치나 메치나 결국 무슨 기계를 다루건 장시간 똑같은 자세로 무리를 하면 어깨가 뭉치고 결리게 되어 있다. 게다가 무거운 머리가 목 위에 얹혀 있다 보니 머리 목 어깨의 역학적 균형이 깨지면 문제는 만만치 않다.
이런 근육의 피로 이외에 내장성 어깨결림도 많다. 심장병, 소화불량, 간 기능 약화, 복부 어혈, 변비, 내장 하수 등 몸속에서 뭉쳐서 일어나는 순환 장애가 어깨까지 연결이 된다. 서울 올림픽대로의 교통사고가 김포공항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따라서 소화가 잘되게, 배가 뭉치지 않게, 변비도 없어지게, 문질러주고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주 체하는 소화장애도 어깨결림을 부채질했기 때문에 한약 오적산(五積散)과 통순산(通順散)을 처방하고 부항과 침 치료로 근육경결을 치료하였다. 양팔로 가볍게 ‘날아갈’ 때가 온 것이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