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이에요. 예년보다 벚꽃도 상당히 일찍 피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가 점차 아열대기후가 되는 듯해요. 어쩌면 조만간 봄가을 환절기가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봄에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들과 예쁜 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요. 이곳 제주에는 고사리 철이라는 게 있어요. 3월 말에서 4월 초에 고사리들이 피어나면 도민들이 고사리를 꺾기 시작해요. 갓 싹을 틔운 어린 고사리를 뜯어 1년 동안 먹을 나물을 만드는 거예요. 생으로 냉동시켰다가 쓰기도 하고, 잘 말려서 건나물로 만들기도 해요. 제주도는 기온이 높고 습한 지역이라서 양치류인 고사리가 봄에 아주 많이 자란답니다. 그래서 고사리 철이라고 불릴 정도의 시기가 있기도 하고요. 제주 고사리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도 좋기로 유명해요. 하지만 고사리는 독성이 좀 있기 때문에 꼭 삶아서 먹어야 합니다.
고사리 중에 실고사리의 포자는 해금사(海金沙)라는 약재로 쓰여왔어요. 자주 쓰이는 약재는 아니지만, 요로감염이나 요로결석 등에 이용되는데, 열을 내리고 해독시키면서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답니다.
수풀 사이에 핀 고사리를 꺾다 보면 여러 가지 들풀과 들꽃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중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신 민들레도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이름의 약재로 쓰여요. 포공영도 해금사와 비슷한 효능이 있어요. 열 때문에 소변이 잘 안 나가는 증상에 쓰여요. 그리고 포공영은 담즙분비작용, 간 보호작용, 항균작용 등이 있어서 급성 간염에 응용될 때도 있어요. 폐암 같은 큰 질환이나 베체트씨 병 같은 난치성 면역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답니다.
봄에 피는 꽃 하면 민들레 말고도 목련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아직 피어나지 않은 작은 꽃봉오리를 말려서 신이(辛夷)라는 약재로 쓰는데 굉장히 매운 향이 있어요. 항염작용, 점막혈관확장작용, 항균작용, 항바이러스작용 등이 있어서 비염에 종종 쓰이곤 해요. 특히 콧물, 코막힘에 쓰면 효과가 아주 좋아요. 그러나 만성피로가 있거나 염증이나 통증이 아주 오래된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하는 약재랍니다.
신이뿐만 아니라 오늘 소개한 해금사, 포공영은 물론 모든 약들이 작용과 부작용이 있어요. 약은 양날의 검이거든요. 상황과 증상에 맞게 잘 쓰면 건강해질 수 있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꼭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은 뒤 처방을 받아야 해요.
자, 봄에 피어나는 꽃들을 비롯한 여러 식물 중 우리가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친구들이 때로는 유용한 약으로 쓰인다는 사실, 그리고 아주 주의해서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풍경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이 시기, 더욱 풍부한 방향으로 봄 풍경을 해석해 볼 수 있다면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References
© 남지영 박사의 편안한 웰빙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