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는 음(陰)시간은 잠을 자면서 인체의 구성 성분을 합성해내고 필요한 호르몬과 효소와 신경전달물질 등 수많은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이 때문에 ‘당신이 잠든 사이’ 몸은 스스로 수리하고 복구하며 자란다.

양(陽)시간인 아침이 되면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밥을 먹게 되고 그 신호를 받아 혈당이 높아짐으로써 온몸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시작하여 활동을 개시한다. 밤사이에 가장 배가 고팠던 신체 기관은? 아침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고 싶은 신체 기관은? 둘 다 뇌다. 겨우 꿈만 꾸는 것처럼 보이는 잠도 수면 주기를 반복하면서 물 400~500kcal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밥을 굶기고 찬물 세수로 억지로 뇌를 깨운다 한들 얼마 못 버틴다. 카페인 듬뿍 든 커피나 차를 마신다면 머리를 강제로 각성시키라는 명령엔 따르겠지만 뇌의 피로 자체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로 빚으로 남을 뿐. 뇌는 아침밥으로 허기를 달래주길 원한다.


 

LU07-01.jpg

 


아침 먹으면 빈혈, 변비. 비만 걱정 뚝!


음식물이 입, 식도, 위에 들어가면 이어달리기의 마지막 주자는 대장이다. 아침을 먹었다는 신호를 받으면 조건반사로 꾸불꾸불 연동운동이 일어나서 ‘모닝 똥’으로 속을 비워낸다. 채우면 비우리라~.

하지만 아침밥을 거르면 신호가 없으니 대장의 연동운동도 약해져서 변비가 된다. ‘밀어내기 한판승’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변을 담아두는 습관이 생기면 장은 저장 탱크가 되어 무력해지고 변비는 고약해진다. 빈속에 억지로 용을 쓰지 말고 아침 식사로 위를 채우면 장이 알아서 일사천리로 내보낸다.

아침을 거르면 머리로 피가 올라가는 힘이 달려서 두부 저혈압에 어지럼증으로 시달린다. 빈혈이 생겨 안색이 나빠지고 아름다움을 해친다. 아침을 걸렀으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점심은 폭식하게 되고 저녁은 과식에 야식으로 이어진다. 결국, 늦은 밤에 세 끼를 채운다.

지난밤 저지른 짓을 몸은 다 안다. 다음 날 아침이면 거울에 ‘달덩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소복하게 부은 눈과 얼굴에 찌뿌드드한 몸이 반복되면 결국은 비만으로 이어진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양시간, 해 뜨면서 아침부터 꼬박꼬박 먹고 점심 먹고 저녁엔 가볍게 먹어서 자연의 순리를 따르자.


성격과 인생도 바꾸는 힘!


피곤해서 아침을 맞이하니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버럭’ 화가 치민다. 밥까지 먹으라고 재촉을 하니 더 짜증이 난다. 따지고 보면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밥한 죄밖에 없다. 알면서도 말대답이고, 신경질이 나서 밥상은 본체만체 ‘탕’ 소리 나게 문 닫고 나간들 속이 편하랴.

기운 없이 노곤하여 어서 점심시간 되기만 기다리니 머릿속에 집중이 되길 하나, 대충 건성이다. 친구가 말을 걸어도 시큰둥하고 선생님의 말소리는 멍하게만 들린다. 겨우 오전 시간을 때우고 점심에 허겁지겁 과식을 했더니 몰려오는 식곤증에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비몽사몽 헤매면서 공부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졸다 보면 기다리는 건 종 치는 시간. 이런 몸 상태로는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인간관계마저 빈약해지기 십상이다.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허기를 느끼기 때문에 불규칙한 군것질에 빠지게 되어 과식, 폭식, 비만으로 이어진다. 체력이 떨어지고 성격도 변한다. 연구에 따르면 시험 때 아침밥을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하면 긴장과 초조감이 줄어들고 집중력이 향상되어 시험을 잘 본다고 한다. 두말하면 잔소리고 더 말하면 소설이다. 굶으면 몸이 화낸다. 3만 끼의 아침밥은 학교생활 사회생활, 인간관계, 나아가서 삶 전체에 힘과 행운을 준다. 잘 살고 싶으면 아침 밥숟갈부터 들자!

 


LU07-02.jpg

 


쌀밥은 우리의 운명


나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은 다른 생명의 목숨이다. 하늘과 땅, 비와 햇볕의 힘을 빌려서 정성스레 길러낸 수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다. 식구란 ‘밥을 먹는 입’이란 뜻. 음식 장만을 하는 엄마의 수고와 돈 버는 아빠의 고달픈 삶도 들어 있다.

밥 한 그릇 속에는 푸른 벼 포기로 자랐을 낟알 수천 알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 농촌은 참담하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6시 내 고향’은 사라져간다. 식량 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겨우 5%고 쌀을 포함해도 30%도 안 된다. 하루 세끼 중에서 두 끼는 남의 나라 것이다. 자존심도 목숨줄도 남의 나라에 달렸다.

미국은 자기네는 먹지도 않는 쌀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식량 수출국이다. 무기, 석유 못지않게 식량 강국인 것. 국가에서 보조금을 대주니 비싼 운송비 들어가며 배에 실어 수출해도 남는 장사다. ‘한미 자유무역 협정’이 몇 년 안에 농업 총생산액이 절반도 안 되게 줄어든단다. 우리는 하루도 밥을 안 먹으면 못 사는데 쌀농사를 포기하고 쌀을 사 먹으라니 너무 ‘친절한(?) 미국 씨’다.

밥은 훌륭한 식품이다.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7%나 된다.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풍부해서 발암물질,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흡수해 배설시킨다. 잘 먹으면 살도 안 찌고 몸매도 제대로 나온다. 배 타고 오느라 쥐도 안 먹는 방부 처리할 필요도 없고 기름도 낭비하지 않는다. 들판은 봄가을 철 따라 푸른 옷에 황금 물결로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논이 머금고 있는 물은 홍수를 막고 습도를 조절하며 공기를 정화한다. 쌀농사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이 1년에 겨우 쌀 한 가마를 먹는다. 돈으로 따지면 18만 원. 한 달에 만 오천 원. 고작 커피 세잔 값ㅠㅠ. 논 갈아엎고 공장 지었다가 식량이 무기인 세상이 오면 자동차를 뜯어 먹을지 휴대폰을 씹을지 모르겠다. 우리 쌀밥 먹으면 생명 주권이 지켜진다. 밥 열심히 먹어 우리 땅도 살리고 힘도 쓰자.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