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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밥 습관기


신경질에 짜증에 화가 벌컥 나서 남까지 긁어놓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의사로서 오랫동안 진단해보니 몸이 고달파 육체적, 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돼서 ‘화’라는 자해가 일어난다. 성격 나쁘다고 자책하기 전에 우선 아침밥부터 먹어보자. 일용할 배터리를 충전하고 활동 에너지를 얻는 것은 지적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침부터 씩씩하게 잘 먹으면 성격도 달라진다. 식습관이 인성을 만든다.

나 역시 그랬다. 저혈압 체질의 달빛형 인간이라 늦게 잠들면 아침에 곤죽이 되어 일어나기가 끔찍했다. 밥 한 숟갈 먹을 시간 있으면 차라리 일분일초라도 더 자고 싶어 이불 속에서 버티다 끌려 나오곤 했다.

아버지는 평소에 밥 안 먹으면 학교를 안 보내는 독특한 신조를 갖고 계셨다. 어쩌다 늦잠을 자서 놀라 벌떡 일어나서는 지각이라고 징징거려도 ‘아침 빈속으로 등교’는 어림도 없었다. 개근상? 정근상? 이런 것은 안중에도 없이 자식 등굣길을 가로막으셨다.
고등학교 때 겨울 어느 날, 친구들을 불러다 밤새 ‘고스톱’ 판을 벌이신 아버지. 라면 같은 간편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등교 채비를 마친 세 아이를 앞세워 국밥집으로 향하셨다.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야속했다. 하얀 칼라에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해장하는 아저씨들로 시끌벅적한 해장국집이 웬 말이냐.

아버지의 아침밥에 대한 굳센 집념은 가훈으로 우리의 유전자에 박혀 있다. 아무리 이른 시간이어도 눈 비비고 벌떡 일어나 옹달샘을 찾은 토끼처럼 밥상 앞에 착석하고 ‘숟갈모드’로 변환되어 ‘자동 꿀꺽 기능’을 갖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밥 먹어라’ 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사라진 대신 내가 부모가 되고 밥 당번이 된 후에야 그 소중한 사랑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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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으로 아침을 열자


이 밝았느냐~, 알람이 깨우고 일어나라 재촉을 한다. 우리 몸은 100% 자연산으로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잠들어야 한다. 하지만 불야성 세상은 잠들게 놔두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신문을 펼치고 차 한 잔의 여유……. 이런 풍경은 TV 드라마에 나오는 회장님, 사모님에게나 해당될까?

한평생 대충 3만 번의 새 아침을 맞으며 9만 끼의 식사를 한다. 아침 한 끼를 굶어 버릇하면 3만 끼의 밥을 영영 놓치는 대신 인성과 건강엔 빨간 신호등이 켜진다.

몸에 내장된 생체시계는 알아서 기상 준비를 한다. 자동차에 시동 걸고 예열을 하듯이 아침이면 부신 호르몬이 신호를 보내서 대사율을 높이고 체온도 올린다. 중요한 것은 혈당을 끌어모아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저녁 식사로 들어온 열량은 밤새 거의 고갈이 된다.

죽은 듯이 잠만 자는데 무슨 에너지가 드느냐고? 모르시는 말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몸은 신진대사를 한다. 저녁을 먹고 아침까지 열 시간이 흐르면 저장된 에너지는 바닥이 난다.

제아무리 좋은 차도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까지 기어갈 수밖에 없듯 아침밥을 굶으면 힘이 달린다. 엄마들은 새벽밥하기 쉬운 줄 아남? 아니다. 엄마도 사람이다. 늦잠 자고 싶지만, 가족들 뜨끈한 밥 먹이려고 일찍 일어나 허둥지둥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또 직장 다니는 엄마 형편은 어떤가. 식탁을 차려놓고 자기 밥은 굶더라도 화장은 해야 출근한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아침 먹어라’ 하는 소리에 짜증부터 내서 엄마 속을 뒤집어놓는 아이들, 얼굴에 ‘만성피로’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남편들, 모두에게 뭐니 뭐니 해도 밥만한 ‘힘’이 없다. 밥은 사랑이고 사랑은 기운이 세다. ‘밥심’으로 하루를 힘차게 열자.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