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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인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은 열대야로 들끓고 있는 여름밤에 청량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번 리우올림픽은 특히 여러 가지 화젯거리가 많은데 그중 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영 황제 펠프스의 부항 자국이다.


펠프스는 워낙 뛰어난 실력으로 올림픽 창설 이래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이기 때문에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그가 온몸에 동그란 멍 자국을 내고 당당히 경기에 나와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의학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처음에는 이 멍 자국이 새로운 문신인가? 마사지 후유증인가? 라고 생각하며 여러 가지 억측이 많았으나 펠프스가 평소 즐겨하는 부항요법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이후 여러 스포츠 스타들이 마치 새로운 트렌드처럼 자기의 부항 멍 자국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이와중에 시기를 느끼는 어느 나라에서는 부항요법이 도핑약물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이것도 도핑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멍 논란(?) 때문에 잠시 멍해졌다. 멍 자국 때문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펠프스가 올림픽에서 한의학 요법 중의 하나인 부항을 한 최초의 선수일까? 아니다. 이미 많은 선수들, 특히 국내 선수들이 해왔다.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IOC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최초로 한의학 치료가 공식적으로 도입되어 선수촌에서 한의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사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촌 한의원이 설치될 때는 바로 이 부항의 멍이 문제가 될 뻔했다. 조직위원회에서는 한의학 치료를 잘 모르는 서구인에게 자가혈액도핑 (자기 혈액을 미리 뽑아놓았다가 경기 전에 다시 수혈받는 요법)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하며 난색을 표했다. 다행히 국내외 논문자료와 한의학 치료에 대한 설명으로 설득하여 무사히 일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되도록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게 침 시술, 부항 시술을 하였다. 대회 중반부터는 한의학 치료에 대한 다른 나라 선수단의 이해와 치료 효과에 대한 호응으로 무사히 대회를 잘 치를 수 있었다. 이 펠프스의 멍 자국 때문에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선수촌 한의원 설치가 무산될 뻔도 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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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항은 국소 경혈에 출혈을 내고 하는 습부항과 출혈 없이 그냥 피부에 하는 건부항이 있다. 아마도 펠프스는 건부항요법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부항요법은 경혈을 자극하여 활성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음압을 이용하여 경혈 주위의 기혈순환을 촉진시켜 통증을 완화하고 회복을 도와준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미세 출혈이 회복되면서 면역을 증진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부항요법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물질이 투입되지 않고 선수의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핑에서 안전하다. 다만 시술 과정에서 습부항의 경우 출혈이, 건부항의 경우에도 미세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요즘 한의원에서는 일회용 부항컵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기혈이 너무 약하거나 심장의 기운이 너무 약한 경우, 땀을 많이 난 운동 직후나 목욕 직후에는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일반인이 함부로 행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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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항을 한다고 갑자기 펠프스가 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부항요법은 도핑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스포츠는 많은 자본과 최신기술이 집약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도 효과가 없거나 안전하지 않다면 스포츠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도핑에서 안전한 치료로 한의학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고 무시했던 한의학 치료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 팀닥터 한의사 이현삼의 스포츠 한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