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68%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고 진단이 되었습니다. 비만은 여러 만성질환 즉, 당뇨, 고혈압, 인슐린저항성, 염증, 지방간,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비만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내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나는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 조절을 해도 잘 되지 않는데, 주위에 보면 특별히 운동도 하지 않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는 것 같은데 체중이 별로 늘지 않아 부러움을 사는 분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저 사람은 저렇게 먹고 운동도 안 하는데 어떻게 살이 안 찌지?’라고 부러워하며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아’라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사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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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비만 프로그램도 개개인마다 효과가 다르다

비만은 운동량이 적어지는 생활환경에서 당분이나 포화지방산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한동안 연구자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을 부정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활동량을 먹는 양보다 늘리지 않았거나 먹는 양을 줄이지 않았다고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종용했었죠.

그런데 같은 비만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같은 성별과 비슷한 연령, 비슷한 비만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슷한 열량섭취와 운동을 시키고 비슷한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교육을 해도 사람들마다 프로그램의 효과가 차이 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체중을 조절하려는 필요성이나 의지가 다르기도 하겠지만, 효과의 차이가 이런 것들보다는 개인의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지, 에너지 소모량의 차이가 있는지 등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의 장에 있는 미생물총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차이가 개인차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총(gut microbiota)에서 해답의 열쇠를 찾는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2007년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인간 미생물군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를 시작한 이후로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정상 미생물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0년 5월에는 인간의 몸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자 분석표를 발표하였고, 최근 연구 성과들로는 비만이나 기아 등 영양상태와 미생물군의 변화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에서부터, 염증성 장질환, 인슐린저항성, 행동변화와의 관련 연구, 개개인의 미생물군이 고유하기 때문에 법의학에 이용하려는 시도까지 다양한 결과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체형이 마른 사람과 뚱뚱한 사람의 중요한 장내 미생물총이 다르다는 연구가 발표 되었고, 가장 흥미로운 것은  2009년에 스페인 연구팀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 였습니다. 이 연구팀은 13-15세의 과체중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칼로리를 10-40%까지 제한하고 일주일에 체중 당 15–23kcal 운동량을 늘린 10주 간의 체중조절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4.0kg 이상 체중이 빠진 그룹과 2.0kg미만으로 체중이 조절된 그룹을 비교하였습니다. 두 군간에 음식물 섭취의 차이가 없었던 반면에 프로그램 종료 후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가 생긴 것을 발표하여 칼로리 제한과 음식물의 섭취가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바탕으로 개인의 미생물총을 조사하였습니다. 체중조절 시작 전에 필요한 미생물총을 보충하여 효과를 높일 수도 있고, 프로그램 종료 후 체중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비만이 아닌 다른 질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물들로 장내 미생물총을 이용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광고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Bacillus와 같은 균주를 섭취해서 장에 도달하였을 때에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에서부터, 올리고당류, 락툴로오스(lactulose), 락티톨(lactitol), 자일리톨(xylitol) 등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이용되어 미생물의 생육이나 활성을 촉진함으로써 숙주(인간)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게 하는 비소화성 식품성분인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그람양성세균과 그람음성세균에 의해 생산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는 항균성단백질로 식품 등의 생물학적 보존제(biopreservative) 및 발효식품의 생물제어제(bioregulator)로서 이용이 증대되고 있는 박테리오신(bacteriocin)까지 다양합니다.

한의학에서의 치료연구에서는  대사질환이나 내분비 질환이 없는 단순성 비만으로 진단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격일로 20회 침치료를 시행하고 치료 전후로 체질량지수와 대변 내 장내미생물을 2회 측정하여 비교한 연구 에서 체질량지수가 유의하게(p<0.05)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실험에서 혈당, 인슐린,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 Lactobacillus와 장 균주의 균형에 도움을 주어서 에너지 대사와 체중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Bifido bacterium은 유의하게 증가하였습니다. 반면 FIAF(fasting-induced adipocyte factor)를 억제하여 비만을 가속화시키는 Bacteroidete와 장내 독소로 작용하여 장 누수증후군과 각종 면역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Clostridium perfringens는 유의하게 감소한 연구 결과가 있어 침치료가 비만 치료의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능을 보이는 장내 미생물군은 수천 종이 넘고, 배양도 어렵고, 또 다양한 종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몸의 소화기관에 있지만 아직 알지 못하는 미생물군도 많이 있고, 이들 각각 기능과 상호작용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비만은 유전인자,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같이 다른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 약물, 스트레스, 흡연, 바이러스성 감염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들 원인과의 관계도 꼭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장내 미생물군을 외부로부터 섭취하여 쉽게 개선하려는 생각보다는 적절한 운동과 식단으로 장내 미생물군을 변화시켜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우리 몸은 우리가 지킬 수 있습니다.


© 닥터 이훈의 한방소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