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름이 철수라면 도인죽(桃仁粥; 복숭아씨죽)은 60kg의 철수이고 향후 만들려고 하는 약선도인죽은 80kg으로 살이 찐 철수라고 할 수 있다. 60kg이든 80kg이든 철수로부터 느껴지는 상(象)이 동일하여 혼동하지 않듯이, 도인죽과 여기에 맛내기 식품들을 가미한 약선도인죽도 상(象)이 같아야 한다.
본초 하나하나의 상을 약상(藥象)이라 하고 본초들의 혼합체인 처방의 상을 선상(膳象)이라 하기로 하였으므로 "두 처방의 선상이 같아야 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약선설계의 목적과 방법을 이해하는 핵심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 약선설계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작업과정을 거쳐 두 처방 즉, 도인죽과 약선도인죽을 비교하고 평가해야 한다.
1. 첫 번째 작업 : 도인죽에 관한 정보 정리
2. 두 번째 작업 : 도인죽에 향미첨가
(1) 신(臣)으로 적합한 재료 검색 :
도인죽의 용도에 맞는 복숭아씨의 효능은 '활혈'이고 활혈에 직접 관여하는 경락은 '간경'이나 '심경'이므로, "약상이 변화이고 효능은 활혈이며 귀경은 간경 혹은 심경인 재료들"을 검색한다. 본초서에 귀경이 기록되지 않은 재료는 약상과 효능만 동일하면 된다.
* 『약선설계학』 분류표 참조.
현재까지 분류된 재료 중 이상의 조건에 합당한 것은 '날치'와 '진달래꽃'이다.
(2) 좌사(佐使)에 적합한 재료 검색 :
약선은 한약 처방이 아니고 식사 대용으로 하는 음식이다. 또한 모든 음식은 일단 소화, 흡수, 및 배설이 잘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의학적으로 비위(脾胃)를 보익하는 재료는 보조의 작용을 하는 좌(佐)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다만 그 세력이 너무 지나쳐 군신의 약력을 약화시키면 안 될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만드는 치유약선에서 첨가재료는 처방의 목적에 조금이라도 더 부합되는 조건을 만족하게 해야 하므로 보비위하면서 활혈도 겸하는 재료들을 검색하면 멸치, 쏘가리, 소 선지, 흑설탕, 산사를 들 수 있다.
(3) 향미 첨가
이 부분은 반드시 조리의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1)과 (2)에서 검색한 재료들 중 도인죽의 향미를 북돋울 수 있는 재료를 골라서 첨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습해 보는 과정이므로 필자가 임으로 결정하여 '흑설탕 20g'을 첨가한다.
3. 세 번째 작업 : 이안평가 및 최종 Recipe 결정
M은 복숭아씨 38g, 멥쌀 160g이고 MF는 복숭아씨 38g, 멥쌀 160g, 흑설탕 20g이다. M의 RC는 '발생'이고 ƒ(M), 즉 MRCV는 323이다. MF의 RC는 '발생'이고 ƒ(MF), 즉 MFRCV는 358이다.
MF의 선상이 M의 선상과 동일하고 선상치는 아래 공식의 조건을 충족시키므로, 만일 이 처방의 향미만 만족스럽다면 최종 Recipe로 결정해도 된다.
선상치 100은 약상치 1에 해당하는데, 연속되는 두 가지 약상의 약상치 차이는 1이다. 따라서 약상이 변하지 않도록 100 이내의 오차만 허용한 것이다.
※ 본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KMCRIC의 공식적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안문생 박사의 약선설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