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재난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우리 삶의 일부이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태풍, 가뭄, 산불 및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과 테러, 사고, 전쟁, 핵 재난 같은 사회재난이 지속해서 발생해왔고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재난이 지속 중이다. 재난은 짧은 시간 동안 광범위한 지역에 심각하고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키며 복구와 회복이 쉽지 않다. 특히 재난은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재난 생존자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재난 심리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재난 심리지원은 인지행동치료나 노출 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안정화 기법 등 심리적 중재가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생존자는 심리적 증상뿐만 아니라 불면, 통증, 피로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또한 대규모 생존자와 이재민이 발생하면 인적 및 물적 의료자원은 제한적이므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심리지원이 어렵다. 그리고 장기 심리지원은 제공자의 소진 (번아웃, burnout)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난 현장에서 기존 심리지원을 보완하는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장기 지원이 가능한 보완 중재법이 필요하다.
이침 치료는 한의학의 대표적인 비약물요법으로 시술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적어 재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며 그 효과에 대한 많은 근거가 있다. 한약이나 침 치료 역시 다양한 신체/정신 증상에 적용할 수 있으며 정신과 약물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의존성이 없다. 최근 한의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감정 자유 기법 (Emotional Freedom Technique, EFT) 또한 재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재난 의료지원에는 가용한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대처해야 함에도 현재까지 한의사 인력을 활용한 한의 진료 지원은 개별 의료봉사 형태에 국한되어 국가 재난지원체계 내에 포함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까지 재난 트라우마 현장에서 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진료 매뉴얼과 한의 진료를 적용할 수 있는 협진 매뉴얼은 없다. 이에 본 연구팀은 재난 트라우마에 대한 한의 의료지원 매뉴얼을 개발하였으며 이 매뉴얼은 한의사 인력이 재난 현장에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의료지원을 제공하도록 돕고, 향후 한의 진료를 활용하여 더욱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국가 재난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협진 체계 구축을 위한 매뉴얼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Ⅰ. 재난 시 생존자의 반응
1. 급성 스트레스 반응
재난 생존자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영적 변화 및 증상은 다음과 같다 [1,2].
표 1. 재난 생존자의 영역별 증상
단, 다음의 해리 반응이 지속되면 추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정신건강 전문가 진료를 의뢰하는 등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3].
⦁ 정서적 반응이 없음
⦁ 멍하거나 넋이 나간 듯 주변 인식에 어려움을 겪음
⦁ 현실 세계가 실제같이 느껴지지 않음
⦁ 자신의 몸과 정신이 분리된 것 같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 (이인증)
⦁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함
2. 재난 후 시기별 반응
① 급성기 (사고 후 3~7일)
재난 발생 직후 망연자실한 상태로 심한 트라우마의 충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반응이다. 정신이 멍해지고, 판단력이 떨어지고, 주변 환경과 사람을 낯설게 느끼며, 꿈꾸는 것 같은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발생 직후의 이 같은 억압, 부정, 해리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지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② 아급성기 (1~3개월 이내)
⦁ 과각성: 재난 사실에 극도의 공포와 불안이 나타나며 또다시 재난이 발생할까 두려워한다. 깨어 있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도 경험한다. 사고 장면을 회상하고 악몽을 꿀 수 있다. 충격적인 사고 장면이 플래시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사고와 연관되는 장소나 사람 등을 회피한다. 작은 자극에도 잘 놀라고 예민해져 자주 화를 내기도 한다. 목 부위 긴장, 자세 경직, 입 마름,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 심박수 증가, 얕고 고르지 못한 호흡, 손이 차가움, 창백한 피부, 무릎과 다리에 힘이 빠짐, 손을 꽉 쥠, 복부 불편감, 메스꺼움, 손과 이마에 식은땀, 겁에 질려 울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우울/애도 반응/죄책감: 같은 재난 사건으로 사망한 가족이나 친척, 친구, 사고로 인한 부상, 사고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 등으로 우울과 애도 반응이 나타난다. 기분이 저하되고 의욕이 없으며 불면과 식욕부진, 무기력을 호소하여 부정적 생각에 집착한다. 인생을 의미 없게 여기며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멀게 느끼며 대인관계가 어려워진다. 심하면 어떤 기분도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하며 감정 기복을 호소할 수도 있다. 자신이 살아남은 것과 재난 시 자기 행동과 책임에 대해 과대 해석하고 자책하고 자기 비하에 시달린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죄책감을 숨기기도 한다. 죄책감을 느끼면 타인의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경향이 크므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발생한 가능성이 크다.
⦁ 불신/고립감: 자신이나 타인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 지인 등의 동정에 큰 거부감을 나타낸다. 자기 경험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생존자들끼리만 집단을 형성하고 타인에 대해 분노한다. 세상을 매우 위험한 곳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고통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신체 부상으로 인한 입원이나 외래 치료가 끝나고 집이나 직장에 빨리 복귀하면 고립감이 심해지고 적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인지 기능 변화: 의식, 기억, 주체성, 환경 지각 등 통합적 기능이 손상되는 해리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억상실 및 기억력 저하, 지각장애,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 신체 증상: 재난 생존자는 재난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피로, 두통, 식욕 저하, 소화불량, 배변 문제, 불면, 통증, 면역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흔히 호소한다. 신체적 고통은 불안, 우울, 죄책감 등 심리증상을 악화시키며 활동을 제한하여 사회 복귀를 지연시키고 삶의 질을 저하한다.
⦁ 물질 의존: 불안과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재난 경험 후 생존자의 음주, 흡연, 향정신성 약물 사용량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해서 사용하면 물질 남용과 의존을 발생시켜 개인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가족관계를 손상하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독이 동반되면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③ 만성기 (3개월 이상)
생존자의 불안, 초조, 분노 상태가 잘 조절되지 않고 지속된다. 본인의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 것과 사고 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없음을 초조하게 생각하고 치료에 회의적으로 되며 우울증이 심해진다. 이전으로의 회복의 희망을 잃고 절망감에 빠지거나 자포자기하거나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애도 반응도 지속될 수 있다. 타인의 이해와 관심이 줄어들면서 고립감과 불신감이 심해진다. 피해 보상 등 법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므로 갈등과 분노, 우울함이 악화할 수 있다. 알코올, 진통제, 신경안정제 등 물질 의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3. 재난 후 정신 장애
표 2. 재난 후 정신 장애와 심리·신체·행동적 증상
4. 재난 발생 시 고위험군
트라우마 후 정신 장애는 재난을 직접 경험한 1차 생존자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트라우마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을수록 정신과적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신체적 위험을 경험하거나 재난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트라우마에 취약하며, 1차 생존자와 애착 관계가 뚜렷했던 사람이나 초기 대응요원, 자원봉사자 또한 트라우마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 재난 경험 전에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도 공포, 실직의 현실, 지나치게 긴 출퇴근 시간, 망가진 대인관계, 사회적 지지의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다.
표 3. 재난 발생 시 고위험군
5. 재난 대응 지침
재난 정신건강 대응의 핵심적 틀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 즉 1) 대상자 평가, 2) 중증도 파악, 3) 치료가 포함된다. 첫 번째 작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주요우울장애 같은 정신장애를 일반적 고통과 구분하여 확인하는 것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에는 최소 1달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재난 상황 속 정신장애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있다 [4].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되지 않는 역치하 증상에는 실질적이고 따뜻한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심리적 응급처치이며 다양한 상황에서 전문가뿐 아니라 적절한 교육을 받은 일반인들도 시행할 수 있다. 재난 직후에는 역치하 증상을 가진 생존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재난의 충격을 평가할 때 트라우마 노출 수준만으로 생존자를 일방적으로 진단하면 안 된다. 또한 재난을 경험한 생존자의 경우 자가 보고형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설문만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신과적 병력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 심각한 개인적·사회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만성 정신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므로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은 재난 후 바로 시작되고 만성화되기 쉽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 대응 단계에서는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므로 대응능력이 마비될 수 있다. 수개월이 지나면 생존자의 정신장애는 고착화되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의 도움과 생존자에 관한 관심은 줄어든다. 또한 재난 직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이 나타나지만, 생존자들은 심리지원을 뒤늦게 찾거나 많은 사람이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Ⅱ. 진료 프로토콜
1. 진료 흐름도
그림 1. 재난 트라우마에 대한 한의 진료 흐름도
2. 병력 청취 및 문진 매뉴얼
1) 재난 현장에서의 진료지침 [5]
재난 생존자들의 행동 변화는 재난이라는 급격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정상 반응이다. 따라서 이를 섣불리 질병으로 규정하지 않고 정상적인 행동 양식임을 이해하고 진찰한다.
⦁ 천천히 말한다. 단순하고도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 생존자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섣부른 가정을 하지 않는다.
⦁ 섣불리 질병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급성 반응은 이해할 만한 정상 반응이다.
⦁ 생존자의 무력감, 약점, 실수, 결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 트라우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듣는 것은 목표가 아니며 억지로 트라우마 상황을 떠올리게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정확한 정보만 제공하며 모를 때에는 추론하지 말고,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 재난 후 회복을 위해 재난 생존자가 안전하고, 삶을 예측할 수 있으며,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 신체적, 정신적 안전 확보를 위해 지금은 안전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 전반적인 진료 과정을 설명하여 예측 가능한 대로 시행할 것임을 인지시킨다.
- 재난 생존자들의 선택에 따라 진료 과정이 이루어짐을 주지시킨다.
표 4. 재난 의료지원 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6]
2) 병력 청취
먼저, 진료에 대해 생존자의 동의를 얻은 후 진료를 시행한다. ① 인구학적 조사, ② 트라우마 선별 검사, ③ 기초 문진, ④ 상세 문진, ⑤ 위험요인 문진, ⑥ 한의학적 진찰, ⑦ 주소증별 유형 구분의 순으로 기본 문진 및 트라우마 평가를 시행한다. 단, 담당 한의사는 급박한 현장 상황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자세한 문진은 주의한다.
※ 진료 기록부 (예시) (부록3.)
- 필요시 본 진료 기록부를 구글, 엑셀로 작성하여 온라인 차트로 이용할 수 있다.
3) 재난 트라우마 평가
(1) 선별검사
급성기 중재의 효과는 빠르고 정확한 선별 평가에 좌우되기 때문에, 재난 생존자들의 반응을 평가해서 중재를 시작해야 하고, 재난 생존자의 반응을 지속해서 관찰하며 어떤 수준의 중재가 필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7].
재난 생존자의 초기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정서적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 정서가 일단 안정되면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 치료가 중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8].
본 매뉴얼에서는 국가 트라우마 심리지원 과정과 원활한 협진 체계 구축을 위해 트라우마 선별 평가 도구로서 국가 트라우마 센터에서 제시하는 단축형 마음 건강 검사지를 활용한다 [9]. 이 검사지는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5문항) [10], 우울 (9문항) [11,12], 불안 (7문항) [13,14], 신체 증상 (15문항) [15,16], 자살 사고 (4문항) [17]를 측정하는 단축형 척도로 구성되어있으며 총 문항은 40문항이다. 심리검사 실시 전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에 관해 설명한 후 동의서를 받는다. 국가 트라우마 센터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 (마음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자가 진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18]. 본 설문지는 부록 (부록 4~8.)에 제시되어있다.
그림 2. 국가 트라우마 센터 제공 어플 (마음 프로그램) 및 홈페이지의 자가 진단 서비스
① 유의사항
- 척도별 지시문을 주의해서 읽고, 자기 증상과 가장 일치하는 한 문항만 선택하도록 한다.
- 모든 척도는 ‘검사 시점’으로부터 지시문에 표시된 기간 경험한 증상을 체크하도록 한다. (예) 외상후스트레스장애 (The Primary Care PTSD Screen for DSM-5, PC-PTSD) 설문의 경우, ‘재난 경험 당시’가 아니라 ‘검사 시점’으로부터 지난 1달 동안 경험한 증상을 체크한다.
- 검사 종료 후, 누락 문항이 없는지, 역채점 문항 (P4-4)에 잘 응답했는지 한 번 더 확인한다.
② 채점 방법
- 우울 (The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PHQ-9), 불안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7-item scale, GAD-7), 신체 증상 (The Patient Health Questionnaire-15, PHQ-15),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PC-PTSD) 척도는 재난 경험자가 표시한 점수를 합산하여 채점한다.
- 자살 (P4) 척도는 자살 사고가 있는 경우에 한해, 1번 또는 2번 문항에 “있다”라고 답변한 경우, ‘자살 위험성 낮음’, 3번 문항에 ‘약간’ 혹은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하거나 4번 문항에 ‘없다’라고 답변한 경우, ‘자살 위험성 높음’으로 채점한다.
표 5. 재난 트라우마 평가 설문 (선별검사)
③ 해석
선별검사 설문지의 심각도를 파악하고, 선별 요인 중 위험요인 항목 (1. 정신과적 과거력, 2. 과거 트라우마 경험, 3. 현재 지속되는 스트레스 사건, 4. 취약한 지지체계)은 해당 요인이 있으면 ‘있음’, 없으면 ‘없음’, 확인되지 않았으면 ‘모름’에 체크한 후 ‘있음’의 개수를 고려하여 고위험군, 관심군, 정상군을 구분한다.
표 6. 고위험군 및 관심군 선별기준
④ 상세검사
더욱 자세한 평가를 위해 다음 증상별로 아래와 같은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19].
표 7. 증상별 상세 평가도구들
4) 주호소 증상의 분류
다음의 분류를 참고하여 재난 생존자가 가장 큰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을 파악한다. 그리고 고통의 심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주관적 고통 평가 척도 (A Subjective Units of Distress Scale, SUDs)로 확인한다. 0에서 10 사이의 숫자로 스스로 평가하도록 한다.
표 8. 주호소 증상의 분류
표 9. SUDs (The Subjective Units of Disturbance scale) 척도
재난 현장에서 한의사의 문진 및 치료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0. 병력 청취 및 문진 과정
3. 단계별 대처법 및 진료 프로토콜
재난 단계와 생존자들의 단계별 상태를 고려하여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급기, 급성기, 아급성기, 만성기와 같은 재난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단계별 대처 목표와 대처 내용을 제시하였다.
표 11. 재난 후 단계별 대처법
1) 급성기 (재난 발생 후 3일~1개월)
2) 아급성기 (1~3개월)
3) 만성기 (3개월 이후)
그림 3. 진료 절차 (초진, 재진) 및 예상 소요 시간
4) 평가
⦁ 재진 시 재난 생존자가 동의한다면 SUDs 혹은 선별검사 도구를 활용하여 2주에 1회 심각도를 평가하는 것을 권고한다.
⦁ 재진 시 평가 결과 생존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한다면, 보다 적극적 한방치료 혹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의뢰를 고려한다.
4. 증상별 진료 프로토콜
재난 생존자의 증상을 심리증상과 신체 증상으로 구분하여 주호소 증상별로 중재 프로토콜 (한약, 침, 지압혈위)과 증상별 대처/관리법을 제시하였다. 증상별 치료 프로토콜은 재난 현장에서 빠른 중재 선택과 개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재의 세부 내용은 관련 증상의 한의임상진료지침 및 관련 근거를 바탕으로 개발팀의 토의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제시하였다.
⦁ 우선, 진료 및 침 치료를 위한 적절한 치료 공간을 확보한다.
⦁ 진료 현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증상별 진료 프로토콜을 참고하되, 생존자의 단계별 특징 및 치료 목표를 고려한다.
⦁ 한약, 침 치료를 기본 치료로서 고려하되, 심리적 증상을 주 증상으로 호소할 때는 호흡법, 안정화 기법, EFT 치료 및 상담 치료를 병용할 수 있다.
⦁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 (예: 불면과 식욕부진이 함께 동반됨)는 개별 증상별 처방과 치료혈위를 함께 고려한다.
⦁ 이침 치료는 미국국립침해독협회 (the National Acupuncture De-toxification Association; NADA)의 이침 치료 프로토콜 기본혈위 (신문, 교감, 간, 신, 폐)를 우선 고려하되, 재난 생존자별 신체 증상에 따라 개별 이침혈위를 가감할 [20] 수 있다 (치료편. 이침 치료. 증상별 혈위 참고).
⦁ 피내침의 경우 부작용 발생 위험은 적으나, 되도록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 (50~60분) 동안 부착할 것을 권장한다. 부착 후 귀가 시 부착 부위에 피부 이상 (부종, 열감, 통증 등)이 발생하면 제거하도록 교육한다.
⦁ 피내침 부착 부위의 통증이 지속될 때 피내침 대신 왕불류행이나 자석을 사용한다.
⦁ 한약은 활용이 편리한 과립제 (보험과립제 및 비보험과립제)를 우선 고려한다.
⦁ 기타 치료: 진료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면 통증을 호소하는 생존자에게 약침 치료, 전침 치료, 부항, 전자뜸 및 단순 추나의 적용을 고려한다.
⦁ 경혈 지압은 일 3-5회 각 혈위당 20회 이상 지압하도록 교육한다.
⦁ 아시혈: 한의사는 지압을 위해 해당 근육의 혈위 및 압통점을 찾아주고, 해당 부위를 자가 지압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표 12. 주 증상별 진료 프로토콜
Ex*: 보험과립제, Ex: 비보험과립제, T: 탕약
5. 심리적 응급처치
1) 개요
급성기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심리적 응급처치 (psychological first aid, PFA)’는 ‘고통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도적인 도움을 주는 행위’로, 기존의 전문적인 심리 개입이 아니라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포함하는 심리·사회적 서비스를 뜻한다 [21].
심리적 응급처치를 통해서 생존자의 안정을 도모하며, 심리적으로 재난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적 응급처치는 간단한 기본 원칙으로 구성되어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면 일반인도 누구나 수행할 수 있다 [22].
2) 심리적 응급처치의 기본 목표 [23]
① 상황과 심리적 상태를 판단하지 않고 공감적이며 인간적인 관계를 만든다.
② 최대한 빨리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신체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한다.
③ 압도되어 있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는 재난 생존자를 진정시킨다.
④ 재난 생존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과 심리적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⑥ 가족, 친구 등 사회적 지원이 재난 생존자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⑦ 긍정적인 대처 방법을 촉진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격려한다.
⑧ 재난의 심리적 충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심리교육을 제공한다.
⑨ 다른 지원체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현장을 떠날 때는 인수인계를 명확히 한다.
3) 심리적 응급처치의 대상자
심리적 응급처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은 직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아동과 어른 모두에게 제공될 수 있다. 종종 심리적 응급처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훨씬 더 고도화된 전문적인 수준의 지원이 요구된다. 이럴 때는 전문가, 동료 등 다른 사람들이나 지역사회 주민 등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4) 심리적 응급처치의 주요 구성 요소
PFA의 5가지 주요 원칙은 안전감, 차분함, 연결성, 효과 (대처할 수 있다는 능력과 신념), 그리고 낙관주의이다 [24]. 이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치료와 통합될 수 있다. PFA는 신체적 안정감, 음식, 보호, 연결성, 생존과 같은 기본 욕구를 만족시키는 모든 영역과 연관된다. 생존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구호 및 회복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가정에 방문하고 정보를 전달하고 기술적 도움을 주고 상담하고 회복력을 키우고 중증도를 판단하고 조기 치료를 시행하는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25].
5) 심리적 응급처치의 핵심 활동 [26]
PFA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침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국제보건기구 (WHO)의 PFA 지침에서는 ① 준비단계, ② 보고, 듣고, 연결하는 단계, ③ 마무리 단계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미국 국립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센터의 PFA 지침은 ① 첫 접촉과 관계 형성, ② 안전과 지지, ③ 안정화, ④ 정보 수집: 현재 요구와 고통 파악, ⑤실제적인 도움, ⑥ 사회 지지체계와의 연계, ⑦ 대처 기술 제공, ⑧ 연계 기관 안내로 구성되었다. 국내 매뉴얼들에서는 국제보건기구 (WHO)나 미국 국립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센터의 PFA 중 하나를 선택하여 기술하고 있는 편이다. 국가 트라우마 센터에서도 미국 PFA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본 매뉴얼에서는 미국 PFA 지침을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27].
① 첫 접촉과 관계 형성
이름, 소속, 역할, 방문 목적 등 자기소개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화 시에는 미리 동의를 구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나 즉각적 처치가 필요한 의학적 문제 등이 있는지 살핀다. 가능한 비밀을 보장하여야 하고, 자해·타해·학대·유기 등 법적 보고 사안은 기관에 보고한다.
② 안전과 지지
신체적 안전을 확보하고 재난 대응 체계와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신체적 안녕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보호자와 헤어진 아동이 있는지 파악하는 등 잃어버린 가족이 있는 재난 생존자를 지원해주며, 사별을 경험한 생존자에 특별히 주의한다. 재난 생존자가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상황에서 보호하도록 한다. 영성 이슈에 주목하고, 시신 확인이 필요한 생존자를 돕는다.
③ 안정화
재난 생존자에게 진정과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 재난 이후의 반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난 생존자에게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한다. 이완할 수 있도록 심호흡을 교육하여 이완을 유도한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라운딩 기법 (치료 편. ‘안정화 기법’ 참고)을 쓰기도 한다.
④ 정보 수집
현재의 요구와 고통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으로 각 개인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기 위해서 생존자의 구체적인 요구와 심리적 어려움을 명확히 한다. 즉각적인 의뢰나 전문적 지원이 필요한 문제, 추가 상담 요구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⑤ 실제적인 도움
가장 급한 요구를 파악하고, 요구를 명료화한다.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한다.
⑥ 사회 지지체계와의 연계
가족, 친구, 지역사회 네트워크 등 사회적 지지체계와 연결해주며 다른 생존자, 지원 단체 등 가능한 지지체계를 활용한다. 소규모 그룹을 소개하여 관계를 형성한다.
⑦ 대처 기술 제공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완 기법이나 분노 조절 방법을 알려주고 적응을 위한 긍정적 대처 방법과 부정적 감정 다루는 법을 소개한다.
⑧ 연계 기관 안내
시급한 의학적,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 혹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 자해·타해 위협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알코올이나 약물 사용 문제가 있는 경우, 4주 이상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 본인이 의뢰를 요구하면 연계 기관을 안내한다.
다음 편에 계속: 재난 트라우마의 한의사 진료 매뉴얼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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