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을 지내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바람을 기다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바람이 불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바로 '통풍' 환자들입니다.


통풍(痛風)은 한자 그대로 부는 바람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과거 세종대왕,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헨리 8세 등의 왕들이 앓았던 질환으로 유명해 '황제병 (Disease of the King)'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 현대 사회에선 고열량 식사와 과도한 음주 등이 증가하며 중년 남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통풍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통풍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무는 듯한 극심한 통증


현대의학에서 통풍은 퓨린 대사 이상으로 인체 내에 과잉 축적된 요산이 결정으로 변하며 관절과 관절 주변 조직에 재발성·발작성 염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통풍성 관절염의 발작이 한번 일어나면 통증과 부종, 발작이 심해지고 발열과 오한 같은 전신 통증도 동반됩니다. 또한 단순 통증을 넘어 관절의 형태 변형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현대의학에선 진통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 요산 합성 저해제, 요산 배설 유도제 등의 약물을 사용해 통증을 감소시키고 일시적으로 혈중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일부 환자에게 약물 과민반응, 신기능 이상, 혈소판 기능 이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 퓨린 (Purine) : 육류의 내장류, 고등어, 멸치, 맥주 등에 많이 들어있으며 인체에서 사용된 후 '요산'이라는 찌꺼기를 남김. 보통 요산은 소변, 대변과 땀으로 배출되지만 퓨린이 들어있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거나 요산이 인체 내에서 생성되거나,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되지 못해 균형이 깨지면 대사 이상이 발생하고 통풍이 발생하게 됨.


한의학에서 통풍은 관절 마디마디가 붓고 아프다고 하여 '역절풍'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통증이 마치 호랑이가 무는 것과 같아 '백호역절풍'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임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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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으로는 통풍의 원인은 습열(濕熱, 습하고 열이 많은 상태), 담음(痰飮, 체내 수액이 체내 일부분에 머무는 상태), 어혈(瘀血,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하며 노폐물이 생기는 상태)로 보고 있습니다.


즉 체내에서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노폐물이 쌓이며 통풍이 발생하는 것인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습열을 풀어 순환이 원활하게 하고, 노폐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치료법으로는 침과 뜸, 부항 치료를 통해 통증 부위의 기혈 순환을 풀어주고 통증을 억제합니다. 약침요법도 병행하며 진통 소염 작용과 기능 회복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또한 월비가출탕, 당귀점통탕, 팔정산, 진통산, 소풍활혈탕, 청열사습탕 등과 같은 한약을 처방해 습열을 배출해 대사기능을 회복시키고, 약화된 신장 기능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전체 신체 기능 회복에도 도움을 줍니다.


생맥산, 더위도 날리고 통증도 날리다


앞서 소개한 양방 치료법은 통풍의 통증 및 상태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순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재발의 가능성도 크고, 부작용도 발생해 환자에게도 부담이기도 한데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풍 치료에 쓰여온 기존 한약 처방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나아가 신약 개발연구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연구에 사용된 한약 처방에는 '생맥산'이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 (배우 이선균)'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던 음료로 유명해지기도 했는데요. 생맥산은 인삼, 오미자, 맥문동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습열을 제거하고 진액과 원기를 보충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갈증 해소 및 폐 보호에도 효과가 있어 여름철 더위에 제격인 대표적 처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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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 성윤영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생맥산의 효능에서 착안해 통풍 개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효능 연구에 앞서 진행된 것은 추출물 개발이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주로 약재를 끓이는 열수 추출법을 통해 탕약으로 만들거나, 또는 정제, 연조엑스 형태로 처방합니다. 연구팀은 기존 생맥산 처방의 추출법과 건조법을 개선해 주요 효능 성분들의 함량을 증가시키고 표준화함으로써 최적의 추출조건과 추출물을 개발했습니다.


인체 내 요산 농도를 감소시키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요산 합성 자체를 억제함으로써 낮추는 기전이고, 또 하나는 요산의 재흡수를 조절하며 배설을 촉진하는 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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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생맥산 추출물을 고요산혈증 동물모델에 경구투여해 관찰했습니다. 관찰 결과, 고요산혈증 동물모델의 간에서 요산 합성을 담당하는 잔틴 산화효소 (xantine oxidase)의 활성을 억제하며 요산 합성량이 감소했고, 신장에서 요산 재흡수 기전을 주로 담당하는 선택적 요산 수송단백질 URAT1을 조절해 요산 배출량을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장 염증 및 기능 개선에도 효과를 보였는데요. 기존 양방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인 신장 염증 및 기능 저하의 문제점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생맥산 처방의 고요산혈증 개선 효과와 요산배출 증가 작용 기전은 세계 최초로 규명되었고, 국내 특허와 PCT 출원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전통의학분야의 상위 1% SCI 저널인 Journal of Ginseng Research (IF=6.06)에도 게재되며 과학적 근거 확보도 이뤄졌습니다.


성윤영 박사는 "생맥산의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해 그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과학화와 표준화에 기여한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라며 "더 나아가 효능을 증가시켜 기존 처방의 복용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저용량 한약제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에 기반해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추출법 개선 및 부형제 감소 등의 제형 기술을 더해 새로운 제형을 개발함으로써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 후 신규 한약제제 개발로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부작용을 넘어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생맥산 이외에도 다양한 통풍 치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통풍 치료 한의약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고요산혈증과 통풍성 관절염 등 통풍 질환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까지 약 1,000여 종의 한약과 전통 약물을 스크리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풍 개선 효과가 우수한 감국, 계피 등을 발굴해 국내 유수 제약회사에 기술 이전되며 실제 제품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익지인(益智仁) 역시 요산 수치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결과가 확인되어 통풍 예방 및 개선 기술이 이전되었습니다. 성윤영 박사 연구팀은 올해 익지인과 통풍 치료약물 중 요산 합성 저해제 ‘알로퓨리놀’과의 양한방 병용 치료 연구를 통해 고요산혈증 개선 시너지 효과 및 부작용 감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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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엔 2년 동안 진행되었던 농림축산식품부 유용농생명자원개발사업 과제에선 달걀 껍데기 부산물인 '난각막'에서 고요산혈증 개선 유효성 결과를 확보해 특허 등록이 진행됐고, 공동연구기업에서 제품화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성윤영 박사는 "연구원에서 유일하게 통풍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엔 국내외의 통풍 관련 연구가 많지 않아 질환 모델 구축부터 표준화까지 많은 오류를 겪었어요"라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연구모델 개발에도 성공했고, 다양한 개선 효능 성과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통풍은 한번 발작하게 되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요로결석, 뇌경색, 신장 및 심장 질환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아직 예방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낮은 편이에요. 통풍 치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이를 한의학적 치료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 나가겠습니다"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iompr&logNo=222804543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