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네소타대 55년 추적 결과 네이처 발표

논문 4,500만 편, 특허 390만 건 추이 분석

양적 성장했지만, 연구 혁신성은 하락

"혁신 연구하려면 논문 양보다 질 따져야"


전 세계 연구자들이 발표하는 과학 논문의 혁신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5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과 34년 동안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미국 미네소타대 칼슨 경영대 연구진은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45~2010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 4,500만 편과 1976~2010년 미국에서 발표된 특허 390만 건을 통해 논문과 특허의 혁신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기간 논문과 특허의 발표 숫자는 늘었지만, 혁신성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목과 본문에 쓰인 단어도 새로운 지식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지식을 발전시키거나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의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해 발표 후 5년 동안 논문과 특허의 인용 패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괴성 지수 (Distruptive index)'를 분석했다. 파괴성 지수는 2017년 미네소타대의 러셀 펑크 교수가 기술의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논문 한 편을 인용한 다른 논문과 해당 논문을 인용한 논문의 관계를 분석해 만들었다.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기존 경제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는 경제학 용어인 ‘파괴적 혁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존의 지식 체계를 무너뜨리거나,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등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연구 분야별 논문을 살펴보면 물리학 분야는 1945년 0.36점이었던 파괴성 지수가 2010년 0점으로 가장 크게 줄었다. 기술 분야는 같은 기간 파괴성 지수 4.4점에서 0.04점으로,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도 0.2점에서 0점으로 줄었다.


특허에서도 통신·컴퓨터 분야가 1980년 0.3점에서 2010년 0.06점, 의학·약학도 같은 기간 0.38점에서 0.03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특허의 평균 파괴성 지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소폭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의 업적이 되는 논문의 혁신성도 시간이 갈수록 줄었다. 가장 높은 파괴성 지수인 0.9점을 받은 논문은 193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폴 디랙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1928년 디랙방정식을 발표한 논문이었다. 다음으로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1953년 DNA의 2중 나선 구조를 밝힌 논문이 파괴성 지수 0.6점으로 뒤를 이었다. 왓슨과 크릭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반면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논문은 노벨상을 수상에도 불구하고 파괴성 지수가 낮았다. 1987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제인 초전도체에 관한 1986년 논문은 파괴성 지수가 0점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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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대 칼슨 경영대 연구팀이 분석한 논문 (왼쪽)과 특허의 연도별 파괴성 지수 (CD index) 변화. 논문과 특허 모두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의 혁신성을 평가하는 파괴성 지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처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괴성 지수가 낮아지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논문과 특허의 제목, 본문에서 쓰인 단어를 살펴봤다. 그 결과 과거에는 '생산하다' '만들다' '~로부터' 같이 창조를 의미하거나 '정의하다' '보고하다' 등 새로운 발견과 관련된 단어가 많이 쓰였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논문과 특허에서는 '향상하다' '증가하다' 같이 개선과 관련된 단어, '사용하다' '포함하다' 등 활용이나 응용에 관련한 단어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전에는 새로운 발견을 보고하거나 분야를 개척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혁신성이 낮아졌다고 해서 과거의 연구가 더 좋은 가치를 가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연구에는 혁신성 외에도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박 미네소타대 칼슨 경영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우리 연구의 목적은 혁신성을 가진 연구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야에 따라서는 많은 대중이 과학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개선, 상용화 연구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혁신적인 연구보다 실용적인 연구가 많이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발표한 논문의 개수를 중심으로 연구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문화가 지목됐다. 박 연구원은 "최근 과학기술은 극도로 발전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 와중에 많은 논문과 특허를 내야 하는 과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존에 개발된 물질을 개량하거나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논문의 숫자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서 평가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연구자가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주느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정체된 연구의 혁신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도구로 인공지능 (AI)이 활약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앨런튜링 연구소는 2050년까지 사람보다 뛰어난 연구 능력을 갖춘 AI 과학자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2021년 10월 비대면으로 'AI와 과학 생산성 워크숍'을 열고 AI 기술을 이용해 과학적 혁신성을 다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의논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 https://doi.org/10.1038/s41586-022-05543-x


출처: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3/01/05/4ZB42OTR4JCCJKFBXFDA3M2K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