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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의 감염질환 전문가인 필립 레더러 박사는 의과대학 1학년 때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 처음 백색 가운을 지급받았던 일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백색 가운을 벗어던지고 다른 의사들에게도 가운을 입지 말라고 설득한다. 이유가 뭐냐고? 그는 자켓 모양의 백색 가운이 `세균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균에 오염된 가운은 이 환자 저 환자에게 치명적 감염증을 전염시킬 수 있다.


깔끔한 백색 가운은 오랫동안 의료진 또는 순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일부 연구결과에 의하면, 백색 가운은 병실에서 옮은 세균으로 우글거린다고 한다. 레더러 박사는 가운 대신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어붙인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만 (환자에게서) 세균이 옮거나 (옷에 묻은 세균이) 다른 곳으로 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다른 동료들도 반소매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는 한 온라인 뉴스레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https://theconversation.com/its-time-for-doctors-to-hang-up-the-white-coats-for-good-47536). "백색 가운을 입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백색 가운을 입으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다른 의사들은 `백색 가운을 벗어던질 의향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수술복이든 외출복이든 맨팔이든 깨끗하지 않은 것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며, 백색 가운을 둘러싼 논쟁 때문에 좀 더 확실한 안전조치(예: 손씻기)의 가치가 희석된다고 항변한다.


백색 가운을 둘러싼 논쟁은 대체로 점잖게 진행되지만, 때로는 언성이 높아져서 주변인들을 놀라게 한다. 논쟁의 여파는 미생물 문제를 떠나 의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에까지 미친다. 백색 가운을 더럽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사의 엘리트 의식을 문제삼는다. 백색 가운이 의사와 환자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백색 가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신뢰감을 준다고 항변한다.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감염질환 부분을 이끄는 폴 E. 색스 박사가 이번 달 초 한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백색 가운과 관련된 논쟁을 소개하자,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글에는 여론조사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약 1,300명이 여론조사에 응답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백색 가운 찬성이 49%, 반대가 51%로 나왔다. "그것은 문화적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고 색스 박사는 말했다. 그 자신은 백색 가운을 입는 경우와 벗는 경우가 반반씩인데, 백색 가운을 포기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백색 가운이 의료계의 붙박이가 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의사들은 그 이전에는 검은 옷을 입었지만, 의학도 과학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실험복과 같은 백색 가운으로 갈아입게 되었다.


2008년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는 의사들에게,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팔을 입으라고 요구했다. 당시 버지니아 공공복지대학교 의대의 감염질환과장을 맡고 있었던 마이클 E. 에드먼드 박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영국인들이 그런 조치를 취한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백색 가운은 잘 세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에드먼드 박사가 소속된 병원의 의사와 의대생들 18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 겨우 1%가 가운을 매일 빨아입고, 39%는 일주일에 한 번, 40%는 한 달에 한 번 빨아입으며, 쇼킹하게도 17%는 한 번도 빨아입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에드먼드와 레더러 박사는 누락된 연결고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것은 `백색 가운이 병원균을 옮기거나 병원감염(hospital-acquired infection)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결과는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드먼드 박사는 "백색 가운이 병원균을 옮기거나 병원감염을 증가시킨다고 믿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렇다면 백색 가운을 입지 않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래서 에드먼드 박사는 병원에서 수술복을 입기 시작했다. 2009년,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자발적 캠페인을 통해 의사들에게 간편복을 입도록 장려했다. 에드먼드 박사와 같은 리더들이 모범을 보이자, 많은 의사들이 이 캠페인에 호응하고 있다.


춥다거나 주머니가 필요하다는 불만사항을 받아들여, 병원 측에서는 네오프렌 조끼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 한 병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69%의 의사들이 반팔을 입고 근무했다고 한다. 올해에는 이 비율이 80%로 상승했는데, 이것은 병원의 문화가 변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반팔입기 운동을 전개하는 곳은 버지니아 병원밖에 없다. 지금은 아이오와 대학교 부속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에드먼드 박사는, 2016년 이 병원에서도 동일한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레더러 박사에 의하면, 브리검 여성병원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동료 중 약 20%가 반팔을 입고 근무한다고 한다.


그러나 브리검 여성병원의 감염질환 전문가인 마이클 S. 칼더우드 박사는 백색 가운을 고집한다. 그 이유는, "여러 건의 연구 결과, 백색 코트나 다른 옷이나 세균오염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6건의 연구들이 "환자는 백색 가운을 입은 의사를 선호한다"고 보고했으며, 일부 연구들이 "백색 가운이 의사에 대한 신뢰감을 고취하며, 의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에드먼드 박사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의사가 친절하고 의사소통을 잘하며 공감을 표시하면 환자가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 백색 가운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건 아니다." 모든 논쟁이 그렇듯, 반박의 근거가 되는 논문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예컨대 한 논문에 의하면, 의사가 백색 가운을 벗은 이유를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했더니, 환자들이 백색 가운을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백색 가운을 옹호하는 의사들이 방패로 내세우는 원칙 중에, 미국 역학회가 제정한 지침이 있다. 그 지침을 읽어보면, 백색 가운이 병원균을 옮기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지침을 제정하는데 앞장 섰던 곤잘로 베어먼 박사조차도 수술복과 조끼를 입는다(베어먼 박사는 에드먼드 박사의 뒤를 이어 버지니아 병원에 부임했다). "생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고, 비용이 별로 들지 않으며, 별다른 해(害)가 없다면, `백색 가운 벗기 운동`은 실행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베어먼 박사는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의 닐 피시먼 박사는 최근 열린 포럼에서 에드먼드 박사를 향해 다음과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새로운 드레스 코드가 감염률을 낮추는지는 불투명하다. 병원들은 다양한 감염방지 조치를 취하고 있으므로, 병원 내 감염률은 본래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반팔이 감염률 저하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연구를 통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조치들의 타당성이 입증되었다. 낙상과 욕창을 예방하고, 부지런히 손을 씻는 것 등이 그것이다. 쓸데없이 백색 가운 논쟁을 일으켜 논점을 이탈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이런 문제에 목숨을 건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news.sciencemag.org/sifter/2015/11/white-lab-coats-may-spread-germs-some-doctor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