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일년 넘게 계속되면서 우울·불안 증세를 겪는 '코로나 블루'는 물론, 코로나로 인해 공포와 분노를 느끼는 '코로나 레드'를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는 의학적인 질병이라기보다는 사회현상에 따른 심리적 증상이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축적된 우울감, 공포·분노까지… 코로나 우울증 환자 "재앙 수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우울 위험군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급증했다.
우울 위험군은 모든 연령층에서 상승해 2018년 3.8%에서 2020년 22.1%로 늘었는데, 이는 호우·태풍 피해자의 우울 위험군 12.6%보다도 심각한 수치다. 특히 우리나라 우울 위험군은 30대가 32.1%, 20대가 25.3%로 집계돼 문제가 심각했다. 미국 전역 18세 이상 성인 대상 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은 27.8%였다.
자살에 대한 생각은 2018년 4.7%에서 2020년 13.8%로 늘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 생각을 해보았냐는 질문에 3월엔 9.7%, 5월은 10.1%, 9월에는 13.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모두 자살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시간이 갈수록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정적인 신호다.
경희대병원 백종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부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울 위험군 증가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이 10% 수준이라는 의미는 평소보다 2, 3배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종우 교수는 "여태 이렇게 심각한 통계를 본 적 없을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전 세계적 재앙 수준이다"고 말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코로나19, "받아들이고 서로 도와야"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를 구분하고, 각각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블루의 경우,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를 통해 우울감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종우 교수는 "일상적인 시기와 비교하자면 국민 전체의 우울감 정도가 나빠졌지만, 현재 상황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 땐 믿을 수 있는 주변인에게 연락하고, 자신을 마음을 이해하며 상황을 수용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한 우울감에 빠지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에 주변인을 잘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코로나 레드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갈등, 일탈, 분노조절 등으로 표출되는 코로나 레드는 단순 우울감과 구분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종우 교수는 "코로나 레드의 유형은 크게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와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정신질환이 재발한 경우,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등의 위법행위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상황에 맞는 진단과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아픈사람을 법으로 다스리려 하고, 법이 필요한 사람에게 치료를 얘기해선 안되기에 제대로 된 진단과 평가를 통해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1/27/20210127016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