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뇌동맥류는 ‘Y’자 모양의 갈라진 뇌혈관 중앙에 동그랗게 튀어나오다가 어느 순간 터져 심각한 뇌 손상을 유발한다. 파열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발병률은 전체 인구의 2% 정도로 미미하지만 의식 소실, 마비,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이 요절하거나 성교 시 사망했다면 그 원인을 동맥류 파열로 추정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직계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었다면 발병률은 6∼7배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뇌동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초기 증상을 ‘망치로 맞은 것 같다’, 혹은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다’고 표현한다.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양상의 두통이다. 물론 환자마다 진행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며칠간 계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하지만 두통을 단순히 스트레스 혹은 일시성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뇌동맥류는 건강검진이나 타 질환을 검사하는 도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파열되지 않은 상태라면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가족력이 있거나 오랜 기간 고혈압이 있었다면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권장한다. 대표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및 혈관조영술이 있다.  


미파열 뇌동맥류는 심각한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파열 위험 가능성과 치료의 득실을 판단해 예방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특별한 치료 없이 추적검사만 진행한다면 흡연·고혈압 등 조절 가능한 생활 속 인자를 관리하고 뇌동맥류의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에 변화가 생기는지 여부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됐다면 강한 압력의 동맥혈이 지주막하 공간으로 뿜어져 나와 뇌압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정도의 극심한 두통과 함께 오심, 구토, 의식장애로까지 이어진다. 파열 위치에 따라 시신경 교차 부위를 압박해 안구운동 마비, 시야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약물로 완치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대표적으로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은 두부의 피부와 뼈를 절개하는 개두술이 동반된다. 클립 같은 기구로 직접 뇌동맥류의 목을 제거하는 것으로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실밥을 푸는 데 1주일 정도 소요되며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코일 색전술은 백금으로 된 가는 코일을 뇌 안의 동맥류에 삽입해 혈관 파열을 사전에 막는 방법이다. 혈관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개두술이 필요 없고 깊은 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5일 정도면 회복 가능하다. 대부분의 환자는 개두술을 하지 않는 코인 색전술을 선호한다. 하지만 재발의 위험성이 있어 최소 1년에서 최대 수년 동안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 코일의 특성상 동맥류의 목이 잘록할 경우에만 시술이 가능하다.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보다 코인 색전술이 더 안전할까? 


수술법은 동맥류의 파열 여부와 위치, 모양, 접근성, 환자의 연령, 건강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두부를 절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코인 색전술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결찰술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은 채 최소한의 절개로 진행되며 2∼3주가 지나면 수술을 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어떠한 치료 방법을 택할 것인지는 두부 절개 여부가 아닌 합병증 유발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즉 개두술과 혈관 내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석근 경희대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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