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영국 일간지 가디언 (The Guardian)에 따르면, 호주의 컴퓨터 과학자인 피터 벰플류 박사 (Dr. Peter Vamplew)는 2014년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나를 당신의 망할 메일링 리스트에서 빼라 (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라는 제하의 글을 첨단컴퓨터기술국제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Computer Technology)에 투고했다. 첨단컴퓨터기술국제저널은 전 세계의 학자들에게 논문 투고를 권유하는 이메일을 무분별하게 보내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 학술지가 보내오는 잦은 이메일에 짜증 난 벰플류 박사는 “나를 당신의 망할 메일링 리스트에서 빼라”라는 문장만으로 이뤄진 글을 투고함으로써 이 학술지 관계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그는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첨단컴퓨터기술국제저널이 “나를 망할 메일링 리스트에서 빼라”는 제목의 글을 출판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 사례 2
국제 학술지의 편집위원이 되고 싶은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폴란드의 한 연구진이 2017년에 네이처 (Nature)를 통해 발표한 실험 결과를 참고해 보자. 이 연구진은 ‘안나 오-슈스트 박사 (Dr. Anna O. Szust)’라는 가상의 과학자를 만들었다. 폴란드어 ‘오슈스트 (oszust)’는 ‘사기꾼’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 가짜 박사의 이력서를 360개의 학술지에 뿌리고 편집위원에 지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려 48개 학술지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특히 미국의 학술사서인 제프리 비올이 ‘해적 학술지 (predatory journal)’로 분류한 학술지들의 경우, 무려 3분의 1이 오-슈스트 박사에게 편집자 임명장을 수여했다.
위의 사례들에 등장하는 학술지들은 해적 학술지의 전형이다. 해적 학술지 사업자 혹은 가짜 학술단체는 전 세계의 학자들을 대상으로 ‘해적질’을 한다. 가짜 학술단체는 논문 투고자에게 학계에서 통용되는 검토•편집•출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높은 출판 비용을 요구한다. 또한 그들은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학술지의 편집위원들을 임명한다. 사업의 주목적이 학술의 연구와 양산에 있지 않고 돈벌이에 있기 때문이다.
해적 학술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핀란드의 한 연구진은 해적 학술단체 996개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종단 연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015년에 의학 전문 학술지 비엠씨메디신 (BMC Medicine)에 출판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연구 대상 해적 학술단체들은 2010년 약 1,800개의 학술지를 통해 53,000여 건의 학술논문을 출판했다. 그런데 이 수치는 해마다 상승했고, 2014년에 이르러 학술지 수는 8,000여 개, 출판된 학술논문 수는 약 420,000건까지 늘어났다. 이 경향은 ‘와셋 (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학술지 투고자 및 학술대회 참석자가 2014년부터 급증했다는 점을 밝힌 뉴스타파의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해적 학술시장이 “정보화 기술로 무장한 사기꾼들”의 공급과 “엉터리 학자들”의 수요가 상호 작용했기 때문에 활성화됐다고 본다.
“옛날처럼 학술지라는 것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고 학술대회라는 것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때는 이런 거 (해적 학술지와 학술대회)는 장사가 안되지요. …… 어느 사회에나 윤리적으로 취약하고 수준이 낮은 학자는 있기 마련인데, 그런 학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이런 이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볼 적에는 지금 이 정보화 기술이라는 것, 온라인 학술지 그다음에 온라인을 통한 학술대회의 홍보. 이런 것들이 그 사람들한테는 정말 금쪽같은 기술이지요.”
가짜 학술단체에 법적 제재를 가한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해적 출판사 중 하나인 오믹스 (OMICS)는 지난 2016년 “심사 행태와 출판 수수료, 편집위원회의 성격”에 대해 학자들을 기만한 혐의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피소되어 2017년 미연방 법원으로부터 ‘허위정보 게재금지’ 가처분명령을 받았다.
이러한 폐해를 줄이고자 해외 학계와 출판업계는 학술단체의 진위를 가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타파는 현재까지 진행된 가짜 학술단체 식별 기준과 관련 논의 내용 등을 수집•분석해 가짜 학술단체의 특징을 정리했다.
주요 참고 자료 목록
- 해적 학술단체 방지를 위한 주요 학술 출판 단체들의 공동 캠페인 ‘생각하고, 검토하고, 제출하기 (Think, Check, Submit)’의 웹사이트
(https://thinkchecksubmit.org/)
- 네덜란드 출판사인 엘스비어 (Elsevier)가 만든 세계 우수 학술논문 인용지수인 스코퍼스 (Scopus)의 해적 학술지에 대한 해결 전략
(https://conf.neicon.ru/materials/28-Sem0417/170417_0930_Steiginga.pdf)
-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Caltech,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도서관 웹사이트의 해적 학술단체와 학술대회에 관한 정보 제공 웹사이트
(https://libguides.caltech.edu/c.php?g=512665&p=3503029)
- 해적 학술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판매하는 카벨스 (Cabells)의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 정책
(https://www2.cabells.com/)
- 해적 학술지에 대한 연구 논문들
(https://www.ajpe.org/doi/abs/10.5688/ajpe7810176)
(https://journals.lww.com/academicmedicine/Fulltext/2017/02000/Predatory_Publishing___An_Emerging_Threat_to_the.13.aspx)
(https://search.proquest.com/openview/adcb0d3bf470d16fa7658c12c24cf89c/1?pq-origsite=gscholar&cbl=2035668)
(https://bmcmedicine.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16-015-0469-2)
진실성 결여
가짜 학술단체들은 대체적으로 불투명하다. 와셋이 대표적이다. 터키의 일간지 솔 (SoL)의 2016년 4월 1일 기사에 따르면, 와셋의 대표인 케말 아르딜 (Cemal Ardil)은 공학 박사를 사칭한다. 구체적으로, 가짜 학술단체의 비도덕성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 동일한 글을 하나 이상의 출판물에 게재함.
- 이메일 초대장 상의 정보와 웹사이트 상의 정보, 혹은 학술대회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불일치함.
- 비영리 학술단체를 표방하지만 실상 영리 회사임.
- 영리 파트너 회사와의 관계를 숨김.
- 학술지의 편집자 혹은 학술단체의 대표가 거짓 학위나 거짓 지위를 사용함.
- 가짜 국제 표준 간행물 일련번호 (ISSN, International Standard Serial Number)를 사용함.
- 학술지의 내용이나 기원과 관련 없는 국가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학술지의 이름에 포함시킴. (예: 미국과 무관한 학술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학술지 제목에 포함시킴)
- 학술지 혹은 학술대회 이름을 기존의 저명 학술지 혹은 학술단체 이름과 동일하게 혹은 유사하게 지음.
- 학술단체가 해당 분야를 대표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실상 신생 단체임.
부실한 동료 평가 (Peer Review)
가짜 학술단체의 동료 평가 과정은 부실하다. 뉴스타파의 연구원이 자동 논문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제작한 가짜 논문을 통과시킨 와셋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짜 학술단체의 동료 평가 과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학술지의 웹사이트에 편집자나 편집 위원회 목록이 없음.
- 가상의 인물 혹은 고인을 편집자 혹은 편집 위원회 목록에 포함시킴.
- 학자들을 동의 절차나 고지 없이 편집 위원회 목록에 포함시킴.
- 학술단체의 대표가 그 학술단체가 운영하는 모든 학술지의 편집자 역할을 함.
- 편집자와 편집 위원회의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음.
- 우수한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회 멤버들은 학술지나 학술대회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음. 즉, 학술단체는 위원회 멤버들의 이름과 사진을 그 단체의 간판으로 사용함.
- 편집 위원회 구성에 심각한 성적 편향이 존재함.
- ‘국제 (International)’ 혹은 ‘세계 (World 또는 Global)’ 단체라고 주장하지만 위원회 멤버들의 지리적 다양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음 논문 평가자가 평가 논문 주제의 전문가가 아님.
- 논문 심사를 단독으로 함.
- 학술단체 혹은 학술지의 웹사이트에 논문 평가 절차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부실함.
어설픈 웹사이트
가짜 학술단체들의 웹사이트의 세련미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정상적인 학술단체의 웹사이트와 외면적으로 다를 바 없는 웹사이트를 갖춘 가짜 학술단체가 있는 반면, 웹사이트의 하이퍼링크가 대부분 작동을 하지 않는 등 저질 웹사이트를 가진 가짜 학술단체들도 많다. 그러나 형식적인 세련미에 속아서는 안 된다. 수많은 가짜 학술단체들은 가짜 주소를 사용해 웹사이트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약 1,500개의 해적 학술단체가 인도 하이데라바드시를 거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미국과 영국의 가짜 주소지를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다음의 특징을 가진 웹사이트는 가짜 학술단체가 운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 웹사이트에 학술단체 혹은 출판사 주소를 제공하지 않음.
-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주소나 전화번호를 게재해 둠.
- 가상의 사무실 주소 또는 기타 대행업자들의 주소를 사용함.
- 웹사이트 상의 링크가 작동하지 않음.
- 여러 개의 도메인을 사용하지만 하나의 인터넷 규약 주소 (IP address)만 가짐.
- 웹사이트 상의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임.
- 해당 학술단체와 접촉할 방법이 없음.
- 학술단체와 접촉할 방법이 오직 웹사이트를 통한 방법밖에 없음.
비전통적인 출판 관행
가짜 학술사업자들은 학문 발전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돈벌이를 위해 학문을 이용한다. 때문에 그들의 학술지 운영 방식은 학계의 입장에서 볼 때 비전통적이다. 특히 전통적인 학회의 학회지 출판이 학회에 속한 구성원들 모두의 이익, 즉 학술 연구와 장려에 도움이 되는 것과 달리, 가짜 학술단체의 출판 행위는 사업가 본인 혹은 학술단체 운영자의 영리 목적에 기여한다. 구체적으로 가짜 학술단체들의 출판 관행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전혀 학술적이지 않은 글을 출판해 줌.
- 웹사이트의 아카이브에 특정 권/호 혹은 특정 시기의 논문들이 빠져 있음.
- 잘 알려진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색인되어 있다고 거짓 주장함. (예컨대, 스코퍼스: SCOPUS, 자유열람학술지 디렉터리: DOAJ, Directory of Open Access Journals, 구글 스칼라: Google Scholar)
- 주요 대학이나 연구 기관과 제휴 혹은 후원 관계라고 거짓 주장함.
-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글을 받아 줌.
- 교정 작업이 없음.
- 신속한 출판과 동료 평가를 학술지나 학술단체의 특징으로 내세움.
- 국제 학술단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저자들의 논문 혹은 발표가 대부분임.
- 한 저자가 유사한 제목을 가진 글을 한 학술단체가 운영하는 다수의 학술지에 게재함.
- 편집자 혹은 학술단체의 대표가 자신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함.
- 인용 횟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논쟁적인 주장을 펼치는 논문을 출판함.
-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추가적인 동료 평가 과정 없이 학술지에 실음.
- ‘학회 (society)’나 ‘아카데미 (academy)’를 표방하지만, 그 회(會)의 출판 행위는 구성원들의 개인적 성취나 해당 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음.
- ‘영향력 요인 (Impact Factor)’을 학술지의 영향력 측정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실상은 학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학술지 인용 보고서 (JCR, Journal Citation Reports)’의 영향력 요인 등과 무관한 수치를 제시함.
- 논문 출판이 확정되기 전에 출판 비용을 요청함.
-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논문 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함.
- 웹사이트에 출판, 평가, 제출, 편집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논문을 제출한 이후 혹은 출판이 확정된 이후 비용을 요청함.
엉터리 국제 학술대회 운영
가짜 학술단체들의 대표적 돈벌이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국제 학술대회다. 독일 제1 공영방송연합 (ARD)의 보도에 따르면, 와셋 운영자인 아르딜 가족은 2017년 한 해 동안 엉터리 학술대회를 개최해 410만 달러, 한화로 약 46억 5천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가짜 학술단체가 개최하는 학술대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발표 신청 시 학술대회 주제와 행사 시 주제가 불일치함.
- 다학제 혹은 융합 학술대회라는 명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한 장소에서 발표를 함.
- 해당 분야의 저명 학자들은 참석하지 않음.
- 학술대회 주제와 무관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냄.
- 유명한 학자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한다고 광고를 했으나 실제 그 학자의 연설은 없음.
- 학술대회의 주제가 지나치게 일반적임. (예컨대, 사회과학 국제 학술대회: International Conference of Social Sciences, 경영 경제 국제 학술대회: International Conference on Business and Economics)
- 학술대회의 목적이 지나치게 일반적임. (예컨대, “과학적 혁신을 증진시키기 위해: to promote scientific innovation” 등의 구절이 학술대회 목적을 설명하는 문장에 포함이 되어 있는 경우)
- 학술대회의 학술적 가치보다 유명 관광지에서 개최된다는 점이 강조됨.
- 학술대회가 계획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지 않음.
- 정기 학술대회를 표방하지만, 과거의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움.
- 한 학술단체에서 동일한 일/주/월에 다수의 학술대회를 개최함 .
- 참석 예정자들에게 학술대회 개최 직전까지 발표자 명단을 공유하지 않음.
- 학술대회 발표 논문에 대한 동료 평가 절차가 없거나 지나치게 간단함.
뉴스타파는 와셋의 온라인 학술지에 반복적으로 논문을 투고하거나 와셋의 국제 학술대회에 반복적으로 초록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이 된 국내 학자들의 학술대회 참석 및 학술지 출판 패턴을 분석해 국내 학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적 학술단체 목록을 구축했다. 뉴스타파는 해적 학술단체로 인한 사회적, 학문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이 단체 중 해외 학계와 출판계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검증해 가짜라는 것이 확인된 학술단체 목록을 공개한다.
단체명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WASET)
OMICS International
The World Academy of Research in Science And Engineering (WARS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omputer Science and Information Technology (IACSIT)
IFRD
International Institute of Engineers & Researchers (IIER)
International Institute of Social and Economic Sciences (IISES)
World Research Library
University Publications
International Economics Development and Research Center (IEDRC)
ISERD International Conference
IRES International Conference
International Society for Engineers and Researchers (ISER)
International Academy of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nagement (IASTEM)
Academicsera
United Scientific Group
International Journal of Innovations in Engineering and Technology (IJIET)
Institute of Research Engineers and Doctors (IRED)
International Scientific Academy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 (ISAET)
World Scientific and Engineering Academy and Society (WSEAS)
International Conferences: Academic & Multidisciplinary (UAC)
Academic Fora
Innovative Research Publication (IRP)
Tomorrow People Organization
Planetary Scientific Research Center (PSRC)
Global Business Research Journals (GBRJ)
International Conference on Knowledge and Education Technology (ICKET)
Global Illuminators (GI)
The International Academy, Research and Industry Association (IARIA)
Scientific Publication (Sci-pub)
Science Publications
Institute of Research and Journals (IRAJ)
출처: 뉴스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