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약물이 일정 농도로 천천히 배출되도록 만든 특수 제형)가 유럽 시장에서 퇴출된다.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는 특징 때문에 과다 복용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의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품은 '타이레놀 이알', '펜잘 이알 서방정'이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 제품을 유럽연합(EU)에서 퇴출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런 권고안이 나오는 이유는 약 복용 시 서방정인지 속방정(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는 제형)인지 헷갈려 과다 복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시판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을 한 알 복용하면 650mg의 아세트아미노펜이 몸속에 들어온다.(속방정은 한 알에 300~500mg) 이 중 절반은 빨리 흡수되고 나머지 절반은 천천히 흡수돼 약효가 8시간 정도 유지된다. 만약 서방정인지를 모르고 약을 복용하면 처음에 약효가 적다고 생각해 한 정 더 복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한 번에 총 1300mg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약을 먹으면 아세트아미노펜 총 복용량이 3900mg이 된다. 하루에 4000mg 이상 복용하면 간 손상 위험이 있다.


한편, 아세트아미노펜이 체내로 들어가면 간에서 대사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과량 복용하면 간 대사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많이 생성돼 간이 손상된다. 간 독성이 생기면 오심·구토·소화불량·피로감 등이 나타나고, 복용 후 72시간이 지나면 급성간부전, 혈액응고장애, 신부전 등의 위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독극물통제센터협회에 따르면 2011년 약물 과다 복용 환자 123만명 중 30.8%가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한 진통제 과다 복용에 의한 것이었고,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의 11.2%가 아세트아미노펜이 원인이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다면 자신이 먹는 약이 서방정인지 속방정인지를 알고, 하루에 4000mg 이상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