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결핵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1970~80년대에나 유행했던 불치병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만6000명의 결핵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이다. 놀라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30% 정도가 언제든 결핵환자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는 ‘잠복결핵’ 감염자라는 것이다. 잠복결핵은 말 그대로 잠복해 있는 결핵을 말한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균이 활동성으로 변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기에 발견해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접촉 조사를 통한 한국의 잠복결핵 감염 관리’ 연구에 따르면 잠복결핵의 유병률이 10대와 20대에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현재 국내 15~19세 결핵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30.9명으로 확인된다. 전국 고등학교 중 약 25%의 학교에서 한 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결핵의 조기 발견과 발병 전 치료를 위한 선제적 관리 전략으로 ‘잠복결핵의 예방치료’라는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올해부터는 결핵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잠복결핵 검진을 지원할 예정이다.


잠복결핵의 진단 방법으로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인터페론 감마 분비검사(IGRA)가 있다. 피부반응검사는 피부에 약물을 주입해 피부의 반응 상태로 잠복결핵 감염 여부를 이틀에 걸쳐 판단하는 검사다. 최근에는 채혈만으로도 간단하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인터페론 감마 분비검사가 사용된다. 빠르면 24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고등학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라는 집단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또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수면·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 결핵에 걸릴 위험이 그만큼 크다. 또한 발열·쇠약감·기침·가래 등 결핵 증상은 인생의 중대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리 결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학생 중에는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은 뒤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받는 것을 걱정해 검진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잠복결핵 자체는 전혀 전염되지 않는다. 또 검사 결과는 개인에게만 통보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결핵으로 발현되기 전에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위해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