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동네 마트나 편의점 앞 가판대 앞에는 생수병을 수북이 쌓아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햇빛도 가리지 않고 쌓아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직사광선에 노출된 생수는 온도가 30-40도까지 올라가는데 마시는데 문제는 없을까?


만일 생수가 세균에 오염됐다면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다. 세균이 자라기 딱 좋은 온도이기 때문이다.
먹던 생수를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자동차 안에 두었다가 마시는 건 금물이다.


2014년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페트병에 든 생수로 실험을 했다.
일주일간 4도에 보관한 결과 물 1L 속의 비스페놀A 양은 0.26~18.7ng(나노그램, 1ng=10억 분의 1g)이었다.
반면 25도에서는 0.62~22.6ng, 70도에서는 2.89~38.9ng이 검출됐다.
안티몬(Sb)은 4도에서 1.88~8.32ng, 25도에서는 2.1~18.4ng, 70도에서는 20.3~2604ng으로 측정됐다.
생수를 높은 온도에 오래 보관하면 페트병에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이 녹아 나온다는 것이 플로리다대 연구팀 논문의 결론이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해 모양을 만들기 쉽게 해주는 가소제로 사용된다.
간이나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유아용 젖병이나 아동용 컵에는 사용을 금지했다.
안티몬은 백색 광택이 나는 금속인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성 물질로 분류했다.


생수병을 햇빛에 노출시켰다고 유해물질이 당장 몸에 해로운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수를 한두 번 마신다고 문제가 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최근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유해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TI)이 방출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 깨끗한 것을 원해 돈을 들였는데, 오히려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데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뜨끈한 생수가 사라지도록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내가 마실 물이라면 길바닥에 그렇게 내놓겠느냐 하고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


출처: 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 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