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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면역 vs 나쁜면역


면역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고 있는 세상이다. 특히 아직 면역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과 관련된 각종 상품들(분유와 이유식에서부터 대기업에서 선전하는 건강식품에 이르기까지) 홍보 광고에서, 이 “면역”이라는 단어는 거의 요술지팡이 수준의 위상을 획득했다.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면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잘 자라고 더 성적이 좋게 될 것만 같은, 반복적인 대중 선동의 광고학. 


물론 “좋은 면역 상태”란 이렇게 건강에 있어 긍정성의 화신이 될 만하다. 마치 ‘이지스(Aegi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방패)’처럼 외부의 못된 병균을 스스로 알아서 막아주는 건강의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나쁜 면역 상태”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나아가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알레르기 병증(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두드러기 등)은 과잉 활성화된 면역 상태가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에, 막연히 면역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오히려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 “나쁜 면역 상태”란 과연 무엇인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만성적인) 면역 저하 상태”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대표적인 나쁜 면역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만성적인 호흡기 면역 저하 상태(ex.잦은 감기,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오랜 감기, 만성 축농증과 만성 중이염, 반복되는 편도염, 임파선염, 기관지염, 폐렴 등)와 만성적인 소화기 면역 저하 상태(ex.만성 식욕부진, 잦은 복통, 변비와 설사, 헛구역질, 잦은 장염, 식체 등)가 한방소아과 임상 영역에서 흔히 관찰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감기의 단기적 해결을 위한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 거의 습관화된 임상 패턴을 이루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만성적인 면역 저하 상태에 대한 적절한 개입(=계통별 면역학적 “강화”)은, 어린이 건강 증진에 있어 매우 특별한 보건사회학적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둘째, “과잉 면역 상태”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알레르기 병증들(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두드러기 등)은 모두 다 과잉 활성화된 면역 상태들의 임상적 징후들로, 별 것 아닌 외부 인자에 대해서 과도하게 오버하는 면역 불안정 상태인 것이다. 즉, 이런 상태에서는 막연히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ex.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홍삼 제품을 먹는 것 등)이 오히려 임상적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악화 인자로 작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에는 전문적인 의료기관에서 적절하게 면역학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집중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자가 면역 상태”이다. 면역계의 “인식”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내부 인자를 외계 인자로 면역계가 “잘못” 인식하고, “자기 스스로를 공격”하는 면역 인식에 있어서의 “대혼란” 상태인 것이다. 적군과 아군 즉 피아(彼我) 구분을 못하는 면역 상태이다. 이런 면역 상태는 사실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본질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 개선 및 더 이상의 악화 방지라는 소극적인 목표를 임상적 과제로 설정하여 치료에 임하게 된다. 


(물론 임상적인 현실에서는 첫째 상태(만성적인 면역 저하 상태)와 둘째 상태(과잉 면역 상태)가 겹쳐져 있는, “복합적인 면역 불균형 상태”도 아주 흔히 관찰되긴 하지만, 보다 용이한 이해를 위해서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의 건강한 아이들에게 적절한 영양 공급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좋은 면역” 상태를 계속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중요한 의무일 것이다. 나아가 나쁜 면역 상태에 있는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하루 속히 좋은 면역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환경 개선과 임상적 개입을 받도록 해 주는 것 역시 우리가 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일 것이다. 이런 행동의 시작은, 올바른 지식에서 비롯된 좋은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막연히 나쁜 것으로만 알았던 스트레스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스트레스(eustress)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되는 나쁜 스트레스(distress)가 있다. 막연히 좋은 것으로만 알았던 면역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면역 상태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되는 나쁜 면역 상태가 있다는 인식의 분명한 교정으로부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행동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난방으로 겨울 아토피 심해져


아토피 피부염은 대개 건조하고 외부 자극요소, 즉 알레르겐이 난무하는 환절기에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겨울에도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도지는 경우가 많다. 우선 덥고 건조한 실내 환경으로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을 유발,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과도한 난방에 습도까지 한껏 올려 집먼지 진드기가 활개를 쳐 아이 피부를 자극하는 경우이다.


고온다습한 겨울철 실내, 집먼지 진드기 주의!


집먼지 진드기에 맞는 최고의 서식처는 바로 고온다습한 환경. 즉 실내온도 24~26℃ 이상, 습도 60~70% 이상일 때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환기도 어렵고, 카펫이나 패브릭 제품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집먼지 진드기에게는 여름 못지않은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실내에서만 지내는 아이가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엄마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적정 실내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다. 실내온도 18~20℃, 습도는 50~55%를 유지하고, 환기는 1~2시간마다 5~10분씩 하도록 한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베란다에 나가 침구류를 팡팡 소리가 나도록 털고 일광 소독한다. 가급적 카펫은 사용하지 말고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지 않는다. 먼지나 과자부스러기들이 떨어져 있지 않도록 청소 후에는 물걸레질을 한다. 


피부 건조해지지 않게 청결, 보습에 힘쓸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피부 관리이다. 과도한 실내온도 탓에 아이의 호흡기는 물론 피부까지도 수분을 빼앗기게 마련이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간지러움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야외 활동이 적고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 아니라면 목욕 횟수는 2~3일에 1회 정도로 줄이거나, 세정제 사용 횟수를 줄여서 피부의 산성보호막을 지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목욕을 할 때는 무향, 무색소, 무방부제의 아기용 보습제를 욕실에 갖고 들어가 물기를 닦은 후 3분 이내에 발라주도록 한다. 낮에는 한 번에 많이 발라주는 것보다 수시로 적당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만약 일반적인 생활요법으로도 아토피 증상이 낫지 않는다면 이때는 증상 완화 치료와 근본 원인을 해결해주는 치료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발진과 가려움증은 피부 갈라짐, 진물, 태선화 등을 불러오고 어린 아이에게 고통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증상이 한창 진행 중일 때에는 증상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하고, 증상이 가라앉았을 때에는 면역력을 길러주는 치료를 한다. 그래야 다음 증상이 찾아왔을 때 같은 알레르겐이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다양한 약물 요법과 외치 요법 등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부터 근본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한방 치료의 핵심이다. 



© 좋은 면역 지킴이, 황만기 박사의 알레르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