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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골골 여고생


아이들의 아프다는 하소연을 듣다 보면 나이가 겨우 몇인데 하고 한숨이 나온다.


흔한 여고생 환자, 두통에 뒷목이 땡기고 어깨가 짓눌려서 얼굴이 찡그려짐, 한없이 졸려서 자도자도 피곤이 안 풀린다. 손발 냉증, 추위를 심하게 탐, 알러지 비염에 눈도 가렵다. 식곤증이 심하다.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것도 2년여. 월경통 역시 엄청 심하고 양도 많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약과다.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에 ‘팔십골골’이란 별명을 가진 고3 여고생의 말을 들어보자. 지방에 살다 보니 수능이 끝나기를 기다려서 친구랑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종이에 가득 적힌 증상을 보니 머리 어깨 무릎 발~~ 전국구로 고통의 순례자다.


안구건조증 같아요. 눈이 시리고 뻑뻑. 스트레스 받으면 더 심해져요.

한 십 년 넘게 축농증을 앓아 왔는데 현재 약물 치료만 꾸준히 하고 있어요.

머리

두통이 좀 심해요. 관자놀이 쪽이 지끈지끈 쑤시고요. 갑자기 머리 전체가 띵~할 때도 있어요.

입술

안 트는 때가 없어요. 엄마 말씀으로는 태어나서부터 그랬대요. 헐~~

피부

피부가 민감성!! 막 그런 거 같아요. 특히 코 주변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요.

편도선이 자주 붓고요. 가끔 가래에 피가 섞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있고요. 좁쌀같이 생긴 하얀 물질이 나오는데 냄새가 고약해요.

염증이 자주 생겨요. 코 때문에 그렇다고 하던데...

어깨

뭉친 게 풀어진 때가 없는 듯해요. 가끔은 어깨나 목에서부터 전기가 찌릿하게 올라와요.

선천적으로 위장 기능이 약하고 차요. ㅜㅜ

다리

예전에 교통사고 때문에 그런지 비 오기 전날이면 하반신 전체가 쑤셔요.

기타

생리 전날 몸살 앓고 가는 경우가 흔하고요. 생리할 때도 가끔 너무 힘들어요. 배는 안 아픈데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있어요.


오죽하면 이렇게 꼼꼼히 적어왔나 싶어 자세히 진찰하니 두통을 비롯한 두부에 피부염, 중이염, 비염, 편도선염 등 만성 염증을 장기적으로 앓고 있어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면역력이 아주 떨어져 있었다. 어깨 결림부터 허리에 냉적이 뭉친 것까지 근육통, 요통, 다리 쑤심 등도 심하고 위장 기능 역시 더부룩하거나 심하면 뒤틀리고는 했다. 그동안 온갖 치료는 골고루 다 해봐서 병원과 병명 치료법은 벌써 꿰고 있었다. 오래 아프고 힘들게 살았으니 진로는 의약 계열로 가서 자기 몸부터 돌보는 게 어떠냐는 걱정 어린 충고를 했지만 녀석은 경영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몸집을 살리는 몸 살림 한 번에 삐까번쩍 윤나게 할 순 없지만 차근차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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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습관만 바꿔도 내 몸에 큰 선물


첫째, 소화 기능이 정상화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침이면 허기지는 것은 뇌다. 아침밥이 중요하다. 5숟갈은 된장국, 깍두기, 김 등 소화 잘되는 것으로 꼭 먹기.


둘째,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뇌가 혹사당한다. 영양을 쓰는 만큼 노폐물과 열이 발생하며 피로가 생긴다. 공부하는 자세도 머리와 목, 어깨 근육의 긴장 경결을 가져와서 통증을 일으킨다. 두부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뇌력을 보충해주고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머리 마사지, 귀 잡아당기기, 모관 운동 등이 좋다.


셋째, 여러 가지 염증이 교대로 반복되어 만성화 되서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을 이기지 못한다. 마늘, 양파, 우엉, 도라지, 더덕, 표고버섯 등을 많이 먹고 하루 한 잔 정도는 녹차를 마시게 한다.


넷째, 통증을 조절하는 습관으로 근육통과 요통, 월경통을 극복하려면 평소 속옷부터 따뜻한 옷을 챙겨 입자. 척추 기둥에서 머리까지 바로 세워주려면 기초가 되는 골반 순환이 좋아야 한다. 다리 꼬고 앉지 말기. 자주 걷기 등


다섯째, 학생들의 뇌는 많은 칼로리를 쓰기 때문에 노폐물도 많이 생기고 과열을 받는다. 몸을 망치는 인스턴트 간식 대신 생과일과 깨끗한 물 마셔주기로 머리, 눈, 입 등 모든 점막에 수분을 촉촉이 공급해 줄 것.


생활 습관들을 체크해 주니 몸의 배, 등 앞뒤로 침을 맞으면서도 좋아라 웃었다. 힘든 시기를 보냈을 고3, 기운도 차리라고 청상견통탕(淸上蠲痛湯)으로 약을 지어 보냈다.


다음 진료 때 만날 것을 기약하며 내려간 녀석. 늘 ‘아픈 몸’이라고 구박 말고 자신의 몸에게 감사하기를.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