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의 과거를 알고 싶다.
To: 원장님 잘 지내시죠? 저야 뭐, 귀여운 꼬마 천사 둘과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큰아들과 이러쿵저러쿵 살고 있죠. 제가 늘 10년도 넘게 걱정하고 콤플렉스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턱관절이랍니다. 한번 턱이 빠진 적이 있고 난 뒤로 알았는데 턱의 양쪽 길이가 약간 다르데요. 그래서 딱딱한 것은 못 씹구요, 어쩌다 씹으면 한 이틀 왼쪽 턱이 아프고 소리가 나요. 평소에는 잘 모르는데, 피곤만 하면 약간 땡기고, 모래가 있는 듯한 소리가 나죠. 그래서 치과에서 상담도 해봤는데, 외관상이나 정도가 심한 게 아니니, 수술이나 교정하지 말고 그냥 주의하면서 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턱관절을 따로 취급하는 병원도 생겨서 가봤더니, 턱관절뿐만 아니라 약간의 부정교합이 있는 치아교정도 병행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단골 치과의 말대로 그냥 살고, 내 맘을 다독여야 하는지... 물론 금전적인 문제도 엄청나지만요. 원장님께서 제 생각 좀 정돈해주셔요... 잉잉 ㅠㅠ
From: 두 의사 말은 각각 일리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증상. 우선 자기 턱뼈를 내가 만져보면 좋겠는데... 시간 내서 한의원에 함 들릴 수 있남?
아기를 데리고 득달같이 달려온 혜주 씨. 턱을 만져보니 심하지는 않으나 왼쪽에 염증 기가 있다.
“전에 턱뼈 차이가 1cm나 나는 환자를 대학병원에 보냈더니 지금 그대로 조심해서 사는 편이 수술하는 것보다 낫다고 그냥 돌려보냈더라고. 턱관절은 위치가 뇌신경이 많이 지나가서 수술이 어렵고 간단치 않거든. 어떤 사람은 턱관절 비틀림이 심한데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약하고, 반대로 턱은 크게 문제가 아닌데도 통증이 심한 것은 개인마다 통증에 대한 감수성이나 연관 근육의 피로도가 다르기 때문이야. 자기는 피로해서 오는 것이니 그걸 더 풀어줘야 해.”
“아참 전에 놀이터에서 날아온 농구공에 얼굴을 맞아서 기절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문제가 생겼나 봐요. 늘 피곤하면 귀 앞쪽이 부어올라요.”
턱관절 질환은 공유집합을 이루고 있는 증상들이 머리에서 목 어깨 소화기 요통 근육통까지 아주 폭넓고 다양해서 치과뿐만 아니라 외과, 내과, 한의원 등 각 과에 따로따로 병원순례를 하기 십상이다. 경험 많은 치료자가 개별 증상을 취합해서 종합적으로 봐주는 것이 환자에게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상습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를 부항으로 사혈을 해주고 테이프를 붙여서 보냈다.
어떤 환자는 소리도 나고 얼굴 모양도 틀어져서 통증이 아주 심할 것 같은데 아무런 지장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턱관절이 아주 약하게 문제가 있는데도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는 주변 근육의 피로도와 통증에 대한 감수성 때문이다. 치료는 두통과 항강 견비통에 쓰는 청상견통탕(淸上蠲痛湯)으로 머리 부위를 맑게 하여 통증을 몰아내고 근육 피로를 풀어주면 대부분 가라앉는다.
“원장님 말씀 듣고 오니, 맴이 좀 후련해졌어요. 기침 감기가 한 달을 끌어서, 턱이 더 얼얼하고 그래서 더 예민해졌었나 봐요. 제 몸을 더 사랑하고 아끼고 어루만지면서 살래요. 이 몸만 해도 부모님이 정말 소중하게 건강하게 낳아주신 거라고 감사하면서요. 제 단골 치과 샘도 원장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을 보면 참 좋은 분인가 봐요. 항상 자연스럽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을 기억하며 애들과 함께 살아가야겠지요. 감사합니다.”
턱관절도 세월을 먹고 있다.
온몸에 있는 다른 관절, 무릎 같은데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턱이라고 닳지도 않고 어긋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한의학적으로는 머리와 몸의 옆선을 따라 담, 위, 소장 경락이 흐르고 있어 턱관절 장애의 이상에 견정(GB21, 肩井), 구허(GB40, 丘墟), 두유(ST8, 頭維) 등의 경혈들을 치료하여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담경락은 스트레스 및 어깨결림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위, 소장경락은 소화기 계통의 이상으로 편두통, 어지러움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치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치과 영역에서 치료를 하는 한편 한의원에서는 추나요법으로 두개골과 목뼈를 교정해주고 침 치료와 함께 전신 자세 교정을 해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은 혼자 원인을 찾기 어려우므로 꼭 전문가의 자세한 진단이 필요하다.
평생 써야 하는 턱관절도 세월 따라 닳고 마모된다. 부드럽게 잘 사용하지 않으면 맛있는 것 못 먹지, 말하기 힘들지, 두통도 생기고 뇌도 나빠진다. 그뿐이랴. 각종 검사나 엑스레이에도 안 나오는 통증으로 여기저기 담이 결려서 평생 고생한다.
악어는 그렇게 입이 큰데 이빨이 없다.
인간은 씹는 것으로 뇌 기능을 고도로 발달시켜왔다.
한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중풍센터 교수가 말했다. 입원환자들 턱을 조사하니 치아가 나쁘고 턱관절이 안 맞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튼튼한 치아를 가지고 잘 씹으면 치아가 빠진 사람보다 뇌혈류가 7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치매 중풍 예방에도 턱의 건강과 잘 씹기가 중요하다.
‘맨발의 기봉이’는 엄마 틀니 해 드릴 상금을 타기 위해 달린다. 틀니하고 밥 잘 드시면 엄마 몸만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고 뇌순환도 좋아지신다. 남 없는 데서 흉보는 씹기 말고 영양가 있게 잘 씹어서 평생 잘살아 보자. 입을 벌리고 본인 엄지손가락을 넣어서 아픈 부위를 마사지하는 것이 효과 만빵! ^^ 한의사가 환자들의 입속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
치료 한약은 청상견통탕(淸上蠲痛湯), 이기거풍산(理氣祛風散), 통순산(通順散),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등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 귓구멍 앞의 턱관절로 뇌신경이 배관 되어 있다. 귀를 옆으로 잡아당겨서 피로를 풀어준다.
* 볼 마사지는 입을 살짝 벌리고 귓구멍 앞쪽부터 광대뼈 아래의 볼 근육인 협골근과 교근을 꼭꼭 시원하게 눌러준다.
* 씹는 데 사용하는 심부 근육인 내외 익돌근을 입안에서 찾아서 마사지해준다.
* 손을 씻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입안의 왼쪽 안 끝까지 넣어서 어금니 근방의 볼을 만져본다. 쓰라리거나 아픈 느낌이 드는 곳을 찾아서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반대로 왼손 엄지손가락으로는 오른쪽 입속 어금니 근처의 볼을 마사지한다.
*측두근은 아래턱과 측두골을 연결하는 넓은 근육으로 부채살처럼 관자놀이를 중심으로 볼 옆으로 붙어 있다. 턱이 안 좋으면 측두근막에 편두통이 잘 생긴다. 옆머리를 네 손가락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비벼준다.
*가슴뼈와 쇄골 빗장뼈에서 귀 뒤쪽 후두골의 아래 모서리 유양돌기까지 연결된 흉쇄유돌근은 목의 중요한 마사지 포인트다. 이 크고 길다란 근육 깊은 곳으로 뇌와 내장이 통신하는 미주신경과 혈관이 지나간다. 여기가 경결되면 순환장애를 일으키니 자주 목을 만져주고 쓸어준다.
*각진턱 네모턱은 지나치게 교근이 발달하고 힘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입을 살짝 벌리고 귀밑에서부터 턱 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러준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