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뿌리에서 이파리, 가지, 열매 할 것 없이 모두 약재로 사용된다.  뽕잎은 상엽, 뽕나무 잔가지는 상지, 뽕나무 뿌리 껍질은 상백피,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상심자, 뽕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는 백강잠, 뽕나무에 기생하는 상황버섯까지 모두 귀한 약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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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차


요즘은 뽕잎차가 시중에 흔해졌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뽕나무 잔가지로 만든 상지차가 유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먼저 나오는 약차가 상지차다.


중종실록(1544년)에 나오는 의원이 왕을 진맥하고 상지차를 올린다는 내용이다.


“증세가 약간 덜하십니다. 다만 왼손의 심간맥(心肝脈)이 약간 부(浮)하고 삭(數)하나 오른손 맥은 평상시와 같으십니다. 심열과 갈증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으므로 소시호탕을 들였습니다. 또 전혀 수라를 못 드시고 율무죽만 드십니다. 매화탕(梅花湯)과 상지차(桑枝茶)도 열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드립니다.”


심열로 인한 목이 마른 증상에 소시호탕이라는 약 처방과 함께 상지차를 곁들이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약으로 치료하는 약치(藥治)보다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食治)를 더 중시하던 때라 율무죽, 매화탕, 상지차와 같은 음식을 처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동의보감에도 단방요법으로 상지차가 여러 번 소개되고 있다.


습을 내보내고 사람을 마르게 한다. 살이 찐 사람은 오랫동안 먹어야 한다. <肉門>
팔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 늘 마셔도 좋다. 어떤 사람은 양쪽 팔이 아픈데 백약이 무효였으나 이것을 먹고 나았다. <手門>
입이 마른 것을 치료한다. 차 마시듯 늘 마시면 좋다. <消渴門>


상지차를 만들어 마시는 방법도 나온다.
이른 봄에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뽕나무 가지를 썰어서 누렇게 볶아 차 마시듯이 물에 달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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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잎차


잎과 꽃은 차로 만들기 가장 적합하다. 별도의 과정 없이 잘 말리기만 해도 차가 되기 때문이다. 얇고 질이 연해서 잘 우러난다. 덖어서 차를 만들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너무 덖지 않았으면 한다. 질이 연한 것들을 과하게 덖다 보면 본래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중의 뽕잎차 중에도 열처리가 과해서 구수하기만 한 차들이 있다. 오래 덖거나 찌지 말고 뽕잎 고유의 향과 빛깔을 잘 유지하고 있었으면 한다. 이른 봄에 여린 뽕잎은 그냥 말려서 차로 마셔도 좋고, 여름에 딴 뽕잎이라면 손으로 비벼서 말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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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차


복분자가 남자를 위한 차라면 오디는 여자를 위한 차다. 복분자는 양기(陽氣)를 보하고, 오디는 혈(血)을 보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누에치기와 함께 사라졌던 뽕나무가 최근에는 특화작물로 각광받으면서 오디가 흔해졌다. 일 년 내내 냉동 오디를 쉽게 구할 수가 있다. 복분자와 마찬가지로 오디를 약재로 쓸 때도 덜 익은 것을 말려서 쓰지만 차로 마실 때는 잘 익은 것이 좋다. 갈아서 주스로 마셔도 좋고, 잘 말려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우려 마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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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재 교수의 한국의 건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