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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OM 한의정책저널은 국내 한의약 정책 및 핵심 이슈, 전문가 의견 및 연구현황 등을 수록한 한의약 정책 전문 저널입니다. 2022 제10권 제2호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한의약의 역할을 주제로 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 KMCRIC 한의약 과학 한마당을 통해 채윤병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의 ‘인공지능 (AI) 시대, 침구의학의 현황과 방향’을 소개합니다.

• 한의정책저널에 실린 모든 원고는 작성자 개인 의견으로 KIOM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서론


바야흐로, 모든 연구와 산업 분야,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과 함께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지과학에서 인간이 어떻게 외부의 대상을 지각하고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상과 교류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뇌과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인식 과정과 관련된 뇌의 작용에 대해 탐구해 왔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패턴을 인식하는 과정을 이제는 컴퓨터가 많은 부분 대신하여, 인간의 지각 및 인식 과정을 모사하고 대체해 나가는 시대가 되었다. 한의사는 환자한테서 나오는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하여 진단에 활용한다. 망문문절의 사진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물어서 듣고, 손으로 촉진하는 지각의 과정을 통해, 환자를 어떤 특정한 상태로 인식하고 (변병 혹은 변증),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치료 전략 (action plan)을 세우게 된다 [1].


영상의학 분야에서 컴퓨터 비전 기술과 결합하여 영상진단 분야에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X-ray 영상에서 주요 비정상 소견 여부와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흉부 CT 영상에서 폐 결절을 탐지해 위치와 부피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의료진의 판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한 전통의학 분야에도 적용되고 새로운 지식 발굴에도 활용되고 있다 [3]. 전통의학 분야에도 분류 (classification), 회귀 (regression), 군집 (clustering), 차원 축소 (dimensionality reduction) 등 다양한 기계 학습 (machine learning) 방식이 적용됐다 [4]. 인공지능 기술은 침구의학에도 접목되어, 경혈 선혈, 자침 수기법, 침 효과 예측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왔다 [5].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침구의학 분야에 적용한 몇 가지 예시를 소개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침구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침구의학 분야에 적용된 인공지능 연구 현황

임상 데이터에서 경혈 주치 패턴 확인


경락 시스템은 경혈 주치 특성을 공유하는 특징을 지니고, 침구 치료에 있어서 경혈 선혈의 가이드를 제시해 준다. 질병의 신체 발생 부위 패턴의 특징을 기반으로 경맥 병후를 관찰하고, 이러한 특징을 기반으로 경락변증을 적용하고 해당 경락과 관련된 경혈을 선혈하게 된다. <침구경험방>, <동의보감> 등 고전문헌에서 특정 부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선혈된 정보를 데이터 마이닝 (data mining)을 통해 분석하여, 경혈 주치와 관련된 정보를 분석해 보면 경맥 유주의 분포 특성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6, 7]. 예를 들어, 그림 1 <침구경험방>에서 수삼음경의 원혈인 태연, 신문, 대릉은 모두 심·흉부와 상지부 질환을 치료하는 특성을 보이고, 족삼음경의 원혈인 태백, 태계, 태충은 복부와 하지부의 질환을 치료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주치 특성은 수삼음경이 가슴에서 손 부위로 경맥이 유주하고(從胸走手), 족삼음경이 발에서 복부로 유주하는 특성과 일치한다(從足走腹) [7]. 또한, 동의보감에서 경맥 주치 패턴의 유사도를 살펴보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수삼음경, 족삼음경, 수삼양경, 족삼양경의 주치 패턴이 높은 유사성을 지닌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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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Spatial Patterns of the Indications of Acupoints Using Data Mining in Classic Medical Text: A Possible Visualization of the Meridian System.


최근 디지털 헬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터치스크린 태블릿 형태의 앱을 활용하여 만성 통증 환자의 통증 부위와 강도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8]. 실제 한의원 임상 현장에서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의 발생 부위를 기록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적용한 경혈 정보를 함께 기록하였다. 인체 감각 지도와 경혈 데이터를 결합하여, 각 경혈이 치료하는 부위와의 연관성의 정도를 추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특정 경혈의 치료하는 신체 부위를 표준화된 신체도 상에 가시화할 수 있었다 [9]. 예를 들어, 그림 2를 보면 내관혈의 경우 가슴과 상복 부위 통증과 연관성이 높고, 환도혈의 경우 허리 부위와 연관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실사용 데이터 (real world data)와 인공지능의 분석 방식을 결합하여, 침 치료 부위별로 주치 특성의 연관성이 높은 부위를 찾아내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락 시스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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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Exploring spatial patterns of acupoint indications from clinical data: A STROBE-compliant article.



임상 데이터에서 증상을 기반으로 경혈 선혈 패턴 예측


변증은 환자의 증상 혹은 사인에서 임상 정보를 추출하고 합성하는 과정으로, 환자의 증상과 선혈 패턴을 연결하는 중요 매개 역할을 하게 된다 [10]. 인공신경망 (artificial neural network)은 데이터에서 패턴과 연관성을 관찰하여 내재된 지식을 학습하며, 비선형적 관계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의원에 방문한 환자의 232개의 진료기록에서 추출된 87개의 증상과 77개의 경혈 선혈과의 비선형적 관계를 인공신경망을 통해 학습하게 하여, 주어진 증상 정보만을 통해 0.865의 정확도 (precision)을 보이는 경혈 선혈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11].


환자 증상 정보에서 어떤 경혈을 선택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침구의학에서 선혈의 문제에 해당한다. 다만, 인공신경망 혹은 딥러닝 등에서 입력층과 출력층 사이의 은닉층에서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설명되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한의사의 진료 과정으로 보면, 환자의 임상 정보를 통해 한의사가 지각하고 인식해가는 과정, 즉 변증 과정의 과정에 해당한다. 향후 이러한 한의사의 진단 과정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함께 수집 및 분석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변증과 경혈 선혈과의 관계 분석


한의사는 환자의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임상적 추론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소위 블랙박스로 여겨져 왔다. 학계에서 변증에 대한 일관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져왔고, 이러한 변증에 대한 표준화에 대한 요구는 높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환자의 임상 정보에서 관찰한 사항을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차원을 축소하여 한의학적 원리로 이해하는 과정을 변증으로 인식될 수 있다. [12]


80명의 한의사에게 10개의 서로 다른 질병에 대한 환자의 증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모의 진료 방식을 적용하여 경혈 선혈의 방식을 조사하였다 [13]. 데이터마이닝 방식을 통해, 특정 경혈과 특정 변증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족삼리, 합곡, 태충, 삼음교 등 주요 경혈은 모든 변증에 걸쳐서 고르게 연관성을 보였고, 태연은 폐 변증, 위중은 방광 변증에 특이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이렇듯 질병을 치료할 때 고려한 여러 가지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변증에 대한 정보를 함께 라벨링 하여, 질병과 변증 그리고, 변증과 경혈과의 연관성을 추출하였다. 한의원 진료 현장의 실사용 데이터에도 이러한 방식으로 한의사의 판단한 변증 정보와 경혈 정보가 함께 결합한다면, 이러한 부분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시대 침구의학의 연구 방향

표준화된 치료에서 개별화된 치료로의 전환


기존의 침구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 2가지는 첫째, 침구 치료는 효과가 있는가? 둘째, 침구 치료는 왜 효과가 있는가? 라고 볼 수 있다 [14].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특정 질병을 대상으로 침 치료와 대조군을 비교하여 침 치료 유효성을 검증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표준임상진료지침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동물 실험을 통해 특정 질병 모델을 대상으로 침 치료를 통한 효과와 관련된 생물학전 기전 연구 혹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침 치료와 관련된 중추신경 작용 기전을 규명해 왔다 [15, 16].


수많은 기초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한의학의 원리를 직접 규명하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한의원에 방문한 개별 환자를 위해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침 치료를 적용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한의원에 방문하는 환자는 대부분 임상연구에서와 같이 특정 질병만을 가지고 오는 교과서적인 환자가 아니다. 환자 개인별 특징을 반영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최적화된 침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제 임상에서 진행되는 한의학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혈을 추출하는 방식이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침구의학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서, 최적의 침구의학을 적용하기 위한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맞춤형 침 치료를 위한 변증 유형 분석


한의사가 임상에서 환자를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특정 패턴을 찾고 이에 맞는 치료하기 위한 치료 전략을 세운다. 동일한 질병에도 서로 다른 변증 유형에 따라 다른 치료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同病異治), 서로 다른 질병에도 동일한 변증 유형인 경우 같은 치료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異病同治) [1]. 요통을 치료하는 경우, 질병의 발생 부위 패턴을 고려하여, 족소양담경, 족태양방광경의 경혈을 선혈하는 치료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질병의 발생 원인을 고려하여, 담음을 제거하는 방식 혹은 신을 보하는 방식의 경혈을 선혈하는 치료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변증 유형을 고려한 침 치료 임상 연구는 많지 않고, 몇몇 시도가 있더라도 전통적인 방식의 연구 방법으로는 이러한 의미를 담아내기 쉽지 않다 [17].


전자의무기록에 포함되는 환자의 상병명, 치료 정보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변증 정보 등도 함께 수집되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병명에 대한 변증 유형 분류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변증 유형에 따른 침 치료의 반응 정도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변증 분류의 표준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증 분류의 표준화도 전문가의 합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 데이터에 기반한 분류 방식의 적용이 필요하다.



하향식 연구 방식 (Top-down approach)과 상향식 연구 방식 (Bottom-up approach)의 결합


하향식 연구 방식에서, 기존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방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향식 연구 방식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하여 관찰한 데이터의 패턴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 가설을 도출해 낼 수 있는 방식이 결합하여야 할 것이다. 한의학 임상에서 수많은 진료 기록에 대해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축된 데이터베이스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변환-적재하는 과정을 거쳐, 유용한 임상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가설 검증의 방식 (hypothesis driven approach)은 시험군과 대조군을 두는 방식을 통해, 특정한 조건과 결과와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일부 조건만을 통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해당 이론의 전체를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예를 들어, 협심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심과 관련된 내관, 신문의 경혈을 치료한 경우, 수태음폐경의 경혈 혹은 비경혈을 대상으로 침 치료를 한 경우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고, 이를 통해 심과 관련된 경혈을 통해 심장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유효한 특징을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관-신문이 심과 관련된 다른 질환에도 효과적인지, 혹은 연구에 적용하지 않았던 또 다른 경혈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17].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 (data driven approach)은 특정한 조건과 결과의 인과성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결과에 미치는 요인의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침 치료의 반응군과 비반응군의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러한 요인들을 기반으로 하여 침 치료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수집된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임상에서 다양한 침법, 혹은 환자의 특징 중에서 어떤 요인이 관여하여, 침 치료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조건과 결과와 인과관계를 직접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이러한 조건의 차이에 따른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가설 검증을 추가로 진행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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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A Systematic Scoping Review.



결론


전통적인 가설 검증 방식에서 어떤 조건의 침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반면에, 데이터 기반의 방식에서는 침 치료가 효과적이라면, 어떤 조건이 중요한 특질 (feature)을 보이는지를 분석해 낼 수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데이터 기반의 방식에서 추출한 침 치료에 중요한 특질들을 바탕으로 침 치료의 효과를 예측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특질들을 이해하여 환자의 침 치료 반응성을 예측하여, 개인 맞춤형 침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한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 현장에 적용한다면, 기존 침구의학을 더욱 정교하고 최적화된 치료법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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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hu H, Moon S, Park J, Bak S, Ko Y, Youn BY.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A Systematic Scoping Review. Front Pharmacol. 2022 Apr 1;13:826044. doi: 10.3389/fphar.2022.82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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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Napadow V, Beissner F, Lin Y, Chae Y, Harris RE. Editorial: Neural Substrates of Acupuncture: From Peripheral to Central Nervous System Mechanisms. Front Neurosci. 2020 Jan 17;13:1419. doi: 10.3389/fnins.2019.0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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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Zhao L, Li D, Zheng H, Chang X, Cui J, Wang R, Shi J, Fan H, Li Y, Sun X, Zhang F, Wu X, Liang F. Acupuncture as Adjunctive Therapy for Chronic Stable Angina: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Intern Med. 2019 Oct 1;179(10):1388-1397. doi: 10.1001/jamainternmed.2019.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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