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해 동안 에볼라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이유는 세 가지, 치명적인 데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과학자들이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신약과 백신을 개발하여 테스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와 비슷한 위험을 가진 병원체의 목록을 발표했다. (http://www.who.int/medicines/ebola-treatment/WHO-list-of-top-emerging-diseases/en/) WHO가 이 목록을 발표한 것은 전세계에 경각심을 고취함과 동시에, 과학자들에게 `다음 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집중적으로 연구하라`고 촉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에 발표된 목록은 WHO가 구상하고 있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R&D 청사진" 프로그램의 일부다. 서아프리카에서 발발한 에볼라에 대한 WHO의 초기대응이 늑장대처로 인해 실패했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지난 5월 WHO 총회는 범유행병(pandemics)에 대한 대응방법을 개선하고 심각한 감염병에 대한 R&D를 촉진하라고 주문했다. 범유행병에 대한 치료방법은 유행병이 돌고 있는 동안 개발되는 경우가 많아, 후보약물과 백신을 미리 개발하여 비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http://news.sciencemag.org/africa/2015/07/updated-independent-group-pans-whos-response-ebola)
전세계의 과학자와 의사 20여 명은 지난주 화요일과 수요일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5~10가지 질병을 놓고 가까운 미래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으며, 예방/치료수단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감염병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8개의 치명적 감염병 목록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는데,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에볼라, 마부르그(Marburg), 사스(SARS), 메르스(MERS), 니파(Nipah), 라사열(Lassa fever), 리프트밸리열(Rift Valley fever), 크리민콩고출혈열(Crimean Congo haemorrhagic fever)이다. "이번에 선정된 질병 중 상당수는 응당한 관심이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WHO의 캐시 로스 정책고문은 말했다. (http://www.who.int/medicines/ebola-treatment/WHO-list-of-top-emerging-diseases/en/)
이번 목록은 간단하지만, 확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질병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로스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최종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와 HIV를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그 이유는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아 연구비가 어느 정도 확보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2급 중증질환(second tier of serious diseases)으로 치쿤구니아(chikungunya), 중증 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지카(Zika)를 지정했다. 과학자들의 다음 과제는 11개 질병에 대한 연구실태를 분석하여 갭을 시정하고 유망한 약물이나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WHO가 치명적 감염병 목록을 제시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특히 라사열이 포함되어 있어서 반갑다. 라사열은 서아프리아의 풍토병으로 일년 내내 주민들을 괴롭히지만, 지금껏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국경없는 의사회에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에 대한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줄리엔 포텟 박사는 말했다. 포텟 박사는 WHO가 다른 소외질환들(예: 리슈만편모충증)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발생했던 공중보건 비상사태뿐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사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포텟 박사는 덧붙였다.
※ 참고: WHO,"WHO publishes list of top emerging diseases likely to cause major epidemics".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